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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피플] 국경없는의사회 한성하,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7.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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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백색(百人百色). 백 명의 사람이 제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상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개성 넘치는 사람, 독특한 일을 하는 사람, 이타적인 사람, 유명한 사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람, 등등… [UP피플]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다양하기에 도리어 평범해질 수밖에 없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요. 바쁜 일상에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그 면면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럼 잠깐 시간을 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편집자 주>

‘국경없는의사회.’

이 단체명을 진지하게 가슴에 품게 된 건 5년 전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국경없는의사회와 이런 식으로 접촉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 기자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현장 활동가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경력과 스킬을 쌓고자 시공팀을 따라다니며 건설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였고, 뒤늦은 공사판 입문에 수시로 들리는 욕설과 하루가 멀다고 늘어가는 생채기에는 덤으로 익숙해져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5년 남짓이 흐른 지금, 멀다면 먼 길을 돌아 기자란 신분으로 취재를 목적으로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 불쑥 들어와 앉게 됐다. 내색하진 않았으나 기자에겐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고, 그래서 눈앞에 미인(美人)이 앉아 있었음에도 큰 흔들림 없이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의 취재 요청에 응해준 이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의 한성하 커뮤니케이션팀 국장이었다.

국제 비영리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국제 비영리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짧게나마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서 커뮤니케이션팀을 맡고 있는 한성하입니다.

- 국경없는의사회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그렇지 않아도 국경없는의사회를 잘 모르는 분들이 우리 단체명을 처음 들었을 때 “거기 의사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 아냐?” 이런 식으로 반응하시는 걸 종종 경험했었어요. 실제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곳곳에 의료진을 파견해 병원이나 진료소를 운영하고, 여러 지역에서 진료와 수술, 예방접종, 영양실조 대응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중 의료지원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그와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일이 바로 ‘증언’ 활동이에요. 현장에서 마주친 수많은 사람의 고통과 그들이 겪는 부조리함을 각국 사회에 알리는 것,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양한 채널과 대중 행사를 통해, 또 언론매체와의 협력을 통해 널리 전하는 것에도 큰 힘을 쏟고 있어요.

- 그런 증언 활동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실제로 효과가 있던가요?

■ 효과라고 한다면 솔직히 가시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명확한 답을 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보고 겪은 일을 그대로 알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알리는 행위, 그 자체가 있어야만 문제에 대한 인식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시작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국경없는의사회의 탄생도 1968년 나이지리아 비아프라에서 의료행위를 하던 활동가들이 당시 그곳에서 벌어진 참혹한 실상에 대해 세계가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증언을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어요. 즉, 의료와 증언 활동 모두 우리 국경없는의사회의 탄생부터 함께해온 커다란 두 축인 셈이죠.

-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서 담당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 전 세계 현장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이에요. 현장 활동 지원을 위해 모금하고, 한국 활동가의 채용과 파견 업무를 진행하며,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해요. 또 정부 기관이나 학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협력하는 활동까지, 이렇게 네 가지 일이 우리 사무소의 주된 업무예요. 현재 커뮤니케이션팀은 6명이고, 한국사무소 직원을 전부 합치면 35명 정도예요. 다른 국가 사무소 소속인 분들과 종종 왕래하며 교류하기도 하고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의 한성하 커뮤니케이션팀 국장 [사진=여지훈 기자]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의 한성하 커뮤니케이션팀 국장 [사진=여지훈 기자]

- 국경없는의사회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어디고, 구체적인 활동 분야는 무엇인가요?

■ 대부분의 현장 활동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져요. 지난해 기준으로 현장 활동의 56%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행됐고, 중동·북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각각 20%, 11%가 이뤄졌어요. 활동 분야라고 한다면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임시 거처 제공과 의료 및 심리적 지원, 무력분쟁이나 자연재해로 발생한 실향민에게 식량과 식수, 위생 서비스와 의료지원, 무력분쟁 당사자 양측에 의료지원, 다양한 전염성 질병의 치료와 예방접종 캠페인 등을 꼽을 수 있어요.

- 분쟁 당사자 양측 모두에 의료지원을 한다고요? 그럼 양측을 가리지 않고 치료하는 건가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무력분쟁이 있는 곳은 특히나 위험한 지역이 많아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제로 많은 사상자가 나오기도 하고요.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분쟁지역에 절대 무작정 들어가지 않고, 분쟁 당사자를 비롯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합의를 한 뒤에 들어가요. 우리가 활동하겠다는 것을 알리고, 양측 모두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에야 활동하는 거죠. 이때 중립성을 중시하는 단체라는 걸 명확히 알리는 게 정말 중요해요. 분쟁 당사자 양측 모두를 구분 없이 치료하는 것도 우리가 중립성을 지킨다는 걸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고요.

한 국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단체명에 들어간 ‘국경없는’이란 말이 비단 세계 곳곳에서 나라를 넘나들며 활동한다는 물리적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치적 이념과 각종 이권을 위해 다투는 서로 다른 단체 사이에서, 그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채 오로지 사람들의 가장 절실한 필요를 돕는 데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국경없는의사회란 단체명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은 국경없는의사회 헌장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고난에 처하거나, 자연재해, 인재 혹은 무력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인종, 종교, 혹은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돕는다.”

-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증언 활동과 방금 말씀하신 중립성은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닌가요? 증언 활동은 어느 한쪽이 부조리하다고 비판하는 것에 가깝잖아요?

■ 중립성의 원칙을 따른다고 해서 우리가 항상 침묵을 지킨다는 뜻은 아니에요. 극단적인 폭력 행위를 목격할 때,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구명 의료활동이 차단될 때, 의료시설이 위협당하거나 위기 상황이 외면당할 때, 구호 활동이 부적절하거나 잘못 활용될 때 이를 공개적으로 알림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과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돕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국경없는의사회는 무력분쟁 지역에서도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국경없는의사회는 무력분쟁 지역에서도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참,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 확실히 활동이 제한되고 어려워졌어요. 많은 예방접종 캠페인이 중단됐고, 이동 제한 조치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나빠져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계속 늘어났어요. 환자뿐 아니라 직원을 위해서도 예방조치를 해야 했고,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치료, 예방과 감염관리를 위한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었어요.

-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국경없는의사회와 다른 비영리 단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언젠가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오는(First in Last out)’ 단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 단체의 주된 목적이 의료와 긴급구호인 만큼,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구호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마지막 필요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으니까요. 다른 비영리 단체가 지역 개발 등 보다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거나, 아동이나 여성 등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고 있다면,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와 긴급구호에 특화돼 있어요.

한성하 국장의 말대로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구호에 특화된 단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450여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까닭에 재해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활동가들이 이미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본부로부터 파견팀이 꾸려져 도착하기 전까지 이들 현지 활동가들이 선제 대응을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일례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발생 당시, 지진 발생 후 3분 만에 환자를 치료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유사시 신속한 의료 물자와 보급품 투입을 위해 전 세계 주요 물류 창고에 포장된 키트 형태의 물품을 상시 준비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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