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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피플] 십시일반 모인 개인후원금, 전 세계 생명 살리는 손길로 (中)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7.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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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없는의사회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독립성을 들 수 있어요. 독립성이란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걸 말하는데요. 이것은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받는 지원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후원을 민간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실제로 지난해 국경없는의사회 전체 후원금 중 97%가 민간 후원이었어요. 이러한 후원 덕분에 국경없는의사회의 모든 활동이 이뤄질 수 있었죠.

- 생각보다 민간 후원 규모가 엄청나네요. 국내에서도 민간 후원이 많은 편인가요?

■ 네, 놀라실 수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민간 후원이 100%였어요.

- 네? 후원금 전체가 민간 후원이라고요? 그럼 그중 기업 후원금이 많은 편인가요?

■ 아뇨, 기업 후원보다는 개인 후원이 정말 많았어요. 지난해 기준으로 95% 정도가 개인 후원이었으니까요.

- 혹시 국내 개인 후원자 수가 얼마쯤 되나요?

■ 정기후원자 수만 보면 15만명 정도예요.

국내에 그렇게나 많은 개인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뜻밖이었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한 자금 대부분이 수많은 개인 후원자로부터 모였다는 사실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울림을 줬다.

2021년도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 모금된 후원금은 100% 민간 후원금으로 그중 95%가 개인후원금이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2021년도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 모금된 후원금은 100% 민간 후원금으로 그중 95%가 개인후원금이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한때 국제 비영리 단체의 자금 횡령 사건도 있었고, 몇몇 비영리 단체에서는 모금된 자금 상당액이 구호현장보다는 조직유지자금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기존에 이어오던 후원금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었고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가요? 국경없는의사회의 기부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나요?

■ 국경없는의사회는 모금된 자금의 80% 이상을 구호 프로그램과 인도주의 활동에 쓰고 있어요. 나머지 15%가량은 모금 활동비로, 1~5%는 일반 경상비로 쓰고 있습니다. 각국 사무소에서의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모금 활동비 등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최소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 그럼 그런 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나요?

■ 네, 저희는 후원금을 굉장히 투명하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매년 공익법인회계기준 및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재정보고서를 발행해 상세 내역도 공개하고 있고요.

비영리 단체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비영리 단체는 각 사업연도의 수익사업 지출을 제외한 80% 이상을 직접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하도록 요구되며, 매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다음 연도 3월 31일까지 해당 단체와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법령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도 기부금 모금액과 그 사용 내역을 단체 홈페이지와 국세청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 저도 한때 구호활동가를 지망했었는데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뭔가요?

■ 포지션마다 차이가 있어요. 간혹 저희 단체명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는 분야별 전문의나 일반의 외에도 간호사, 약사, 보건증진 담당자, 의공학 기술자, 정신건강 활동 관리자 등 다양한 영역의 의료진부터, 공급망 관리자, 로지스티션, 식수·위생 관리자, 재무 및 인력 담당자 등 비의료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해요.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공통되게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합니다. 이는 기본적인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현장에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춘 분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영어나 프랑스어 둘 중 하나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회화 능력도 필수고요.

- 경력이나 회화 능력, 그 밖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 적응력과 융통성이요. 현장에서는 재해나 교전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든 담당 업무나 팀 구성, 작업 환경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당황하지 않고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또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꾸준히 노출되는 동안에도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극복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 능력도 필수고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현장에서 제대로 된 치료와 수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비의료 활동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온 분 중 꼭 좋은 기억만 갖고 오시는 분들만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이나 충격적인 장면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 후유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없나요?

■ 한 번이라도 활동하고 돌아온 국내 활동가분 수를 전부 합치면 120명 정도 되는데요. 실제로 그분들 중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도 있어요.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이런 분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자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요. 또 외과 계열이나 마취과 활동가분들은 사실상 현장에서 24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무시간에는 정해진 수술을 하고, 근무시간이 끝나더라도 언제 들어올지 모를 응급환자를 기다리며 상시 대기하는 거죠. 그분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을 익히 알다 보니, 이런 포지션의 활동가분들에게는 3개월 이상 활동하지 않게끔 우리 쪽에서 먼저 파견 기간을 조정하고 있어요. 만약 프로젝트가 그보다 길어진다면 다른 활동가를 투입해서 기존 역할을 대체하는 식으로요. 비의료 활동가의 근무 기간이 보통 6개월에서 1년 사이인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죠.

- 활동가분들이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없나요?

■ 있어요. 전해 듣기로는 책이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푼다고도 해요. 종종 운동도 하고요. 다만 대부분의 활동지가 일정 경계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게끔 제한돼 있어 운동하더라도 경계 내에서만 해야 하지만요.

- 혹시 음주도 가능한가요?

■ 네, 문화적인 이유로 음주가 자유롭지 못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음주도 가능합니다. (웃음)

- 그럼 그렇게 모든 조건을 갖춘 뒤 지원하면 바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건가요?

■ 아니에요. 서류심사와 면접 등 모든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우선 국경없는의사회 인력풀에 정식으로 등록돼요. 이렇게 등록된 지원자는 준비 과정에 참석하고, 필요하다면 파견에 앞서 기본적인 기술 연수도 받아요. 그 뒤 우리 한국사무소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스페인에 위치한 5개 운영센터와 협력해 적합한 자리가 결정되면 지원자에게 알려줘요. 이후 비자발급 등 준비를 마치고 현장에 파견돼요.

-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꾸준히 지원한다고 그러셨죠. 그 수가 어느 정도 되나요?

■ 지난해 기준 국경없는의사회 총 현장 활동 인력은 4만1871명이었어요. 이 중 3736명이 국제 구호활동가, 나머지 3만8135명이 현지 직원이었어요. 즉 전체 현장인력의 90%가량이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인 셈이죠. 이들 현지 직원은 해외에서 파견된 구호활동가로부터 교육을 받고 월급을 받으면서 일해요. 그 비중이 큰 만큼 이들의 도움이 정말 중요해요. 그 외에도 각국 사무소에 4000명 정도의 직원이 있어요.

- 그럼 흔히 ‘활동가’라고 불리는 분들은 구호활동가를 가리키는 말이군요. 이들 국제 구호활동가의 의료진과 비의료진 구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 의료진이 49%, 비의료진이 51%로 거의 반반이에요. 단체명 때문에 의사만 있을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고루 필요하거든요. 물류, 건축, 정비, 행정, 재무 등의 영역에서 비의료진의 지원이 없다면 의료진이 제대로 된 의료활동을 지속할 수가 없어요.

국경없는의사회 전체 현장인력의 90%가량이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이다. 이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국경없는의사회 전체 현장인력의 90%가량이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이다. 이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국내 지원자의 경우는 다른 국가 지원자보다도 현장투입까지의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 한국 여권법에 따라 여행이 금지된 국가들이 몇 있어요. 물론 우리나라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지정한 것이지만, 사실 그런 국가들이야말로 인도적 지원이 가장 시급한 지역이거든요. 우리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권법상 그런 국가에 한국인 활동가는 지원할 수 없어요. 사실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여행 금지제도가 있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아요.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리비아, 필리핀 일부 지역이 우리 정부로부터 여행 금지 국가·지역으로 지정됐고, 올해 2월부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일부 지역이 추가됐어요. 우리나라 활동가들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본래 2016년까지는 구호 활동 목적으로 예외적 여권 사용 신청이 가능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요.

한 국장의 말대로 우리나라 여권법 제17조에 근거, 외교부는 자연재해, 전쟁, 내란, 폭동, 테러 등으로부터 자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과 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다만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이 목적인 경우,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방문이나 체류가 허가된다.

사실 2016년 이전까지는 비영리 단체 활동가도 법에 명시된 ‘긴급한 인도적 사유’로 예외적 여권 사용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조항이 신설되면서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신설된 조항에 따르면, 긴급한 인도적 사유는 국외에 있는 배우자나,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의 사망, 또는 그에 준하는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로 긴급하게 출국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 혹시 활동가로 다녀온 분들이 주로 하시는 이야기가 있나요?

■ 활동가로 지원할지 말지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언을 하나 해 달라고 부탁드리면 하나같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지원해 보라”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걸까요?

■ 아마도 현장 활동을 너무 큰 사명감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결정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다들 아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현장에는 큰 사명감이 아니더라도 활동 자체가 즐거워서, 또는 활동가를 직업으로 여겨서 등 다양한 이유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리고 막상 활동하다 보면 스스로도 처음 생각과 많이 달라질 수 있고, 새로이 깨닫는 점도 있을 테니 벌써부터 고민하진 말라는 의도로 말씀하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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