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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녹색에너지로 인정된 원전, 'K-택소노미' 반영 너머에는?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7.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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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유럽에서 녹색에너지로 최종 인정을 받았다.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발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 법안이 6일(현지시간) 최종관문인 EU 의회를 통과하면서다.

글로벌 어젠다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진보적이고 선도적인 EU마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 만큼 우리나라도 EU의 판단을 반영해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정책으로 전환을 선언한 만큼 차세대 원전 기술 등의 투자 동력을 살리는데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EU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EU 의회 표결에서 투표 의원 639명 중 과반인 328명의 찬성을 얻어 친환경 투자 기준인 택소노미에 원전·가스를 포함한 집행위의 규정안이 확정된 것에 대해 “기후중립을 향한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의 중요한 인정”이라는 공식 환영 입장을 밝혔다. ‘보완기후위임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유럽내 최대 원전강국인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 [사진=EPA/연합뉴스]
유럽내 최대 원전강국인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 [사진=EPA/연합뉴스]

EU 의회는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2050년 기후목표인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안전성, 환경성과 관련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원자력은 방사성 쓰레기를 양산하고, 가스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과도기에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전환’ 활동으로 제한되면서 친환경 인정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EU 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경제활동으로 인정되는 리스트를 담은 분류 체계로 기업과 투자자, 정책 입안자가 투자 활동에 참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 EU 회원국들의 경제적인 이익 등이 반영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12월 원전을 포함한 EU 택소노미 초안이 마련됐을 때 우리 정부는 한국형 택소노미 지첨서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조건부로 반영하면서도 원전은 배제해 논란이 일자 EU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함에 따라 K-택소노미 수정이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급전환해 원전 확대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는 수정안 마련에 전향적이다. 이미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환경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녹색 금융·투자의 기초가 되는 녹색분류체계에 EU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원전을 포함하겠다. 기후테크 등 녹색산업·기술을 육성해 미래 먹거리 발굴의 새로운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된 만큼 인수위 발표대로라면 다음달 개정안이 나오게 된다.

원전강국인 한국으로서는 원전의 녹색에너지 적용으로 지난 정부에서 정체된 원전산업의 활로를 넓힐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새 정부가 그간 교역 중심이었던 중국에서 벗어나 유럽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며 전략적 지향점을 새롭게 모색하는 만큼 원전은 유럽 공략의 새로운 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폴란드 등 정상과  만나 원전 세일즈에 나설 정도로 원전 관련 수출 추진은 이미 시동을 건 상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보고서를 통해 “원전과 천연가스가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것은 유럽 내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EU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는 체코·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의 원자력 발전 건설이 활발해지고,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EU 택소노미에는 중·저준위 폐기물 관련 처분시설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 요건으로 언급돼 있어 방사성 폐기물 처분 관련 기술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택소노미에 명시된 원전 관련 경제활동. [자료=삼성증권 제공]
EU 택소노미에 명시된 원전 관련 경제활동. [자료=삼성증권 제공]

원전의 친환경 인정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EU는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존 원전의 경우 2025년부터 더욱 안전한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2050년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확보·운영 계획을 세우도록 했는데, 한국은 이 처분시설 부지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기존 유럽과 영국 등에서 짓고 있는 신규 원전의 경우 공사 지연으로 갈수록 건설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EU의 친환경 인정 조건을 충족하는데도 신규 시장 개척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막대한 안전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앞서 지난 5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EU 택소노미의 조건도 국내 여건을 고려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취임하게 된다면 K-택소노미의 수정·보완 논의 시 원자력과 관련한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환경부와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도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도 확대됨에 따라 원전 수출을 원전 생태계 복원과 국부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서 중요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때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원전이 EU 택소노미 포함으로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는 없다는 현실론은 원전 관련 수출도 ‘핀셋’ 접근으로 추진하고 그 경쟁력 기반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지적과 맞닿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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