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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수출 물꼬 튼 'K원전' 부활의 경쟁력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8.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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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13년 만의 해외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건설 수주는 'K-원전' 부활의 첫걸음.

한국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수주로 글로벌 원전시장에 복귀를 알리며 K-원전 수출에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가속화 흐름 속에 세계 원전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직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국내 원전 생태계도 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남 밤 이집트 카이로에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원전건설 담당 자회사인 ASE JSC사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2009년 원전 선진국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K-원전 수출 1호’로 따낸 22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해외 수주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ASE JSC사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ASE JSC사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한수원 제공]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00억달러(40조원)을 들여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 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JSC ASE가 원자로 건설을 맡고, 한수원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설비 시공 등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한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의 핵심축이 아니라 터빈 건물 공사 중심의 2차 건설사업 참여로, 바카라 원전처럼 완전체 수주가 아니란 점에서 ‘절반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2017년 사업 개발에 착수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 K-원전의 존재감을 다시 알린 효과에서 수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UAE 사업에서 보여준 한국의 우수한 건설역량과 사업관리 능력을 입증받은 중요한 성과”라며 “한수원은 이집트와 유사한 환경인 UAE의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엘다바 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와 추가적인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로서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K-원전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자신감 삼아 본격적인 원전 수주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인 성과"라며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하고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가동(18일 출범)하는 등 원전 정책의 변화와 강력한 수출 추진 의지가 계약 성사에 기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카라 원전 수주가 중동을 개척한 신호탄이었다면 엘다바 원전 건설 수주는 아프리카 역내 중심국인 이집트가 최초로 시행하는 원전 사업에 대한 참여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는 아프리카시장 문을 여는 계기가 되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원전으로 눈을 돌리게 된 유럽까지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유럽연합(EU)은 원전을 탄소감축을 위한 주요 방편으로 인정해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킨 만큼 유럽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엘다바 원전 수주 관련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엘다바 원전 수주 관련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의 집중적인 유럽 공략 타깃은 그동안 공을 들여왔고 사업자 선정도 임박한 체코와 폴란드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국 정상과 스페인 현지에서 만나 '원전 세일즈'를 벌이고, 이창양 장관도 국내 원전기업과 ‘팀 코리아’를 꾸려 양국 방문으로 수주외교를 펼친 동유럽 국가들이다.

산업부는 “엘다바 원전 수주과정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민관이 협업해 원전수출의 새로운 원년이 될 것“이라며 ”향후 체코·폴란드 등 중점 수주대상국에 본격적인 원전수출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한 만큼 양국에 대해 의욕적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을 들여 1200㎿급 원전 1기 건설을 우선 추진 중인데, 한국은 미국, 프랑스와 치열한 수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체코는 3기의 추가 원전 건설도 검토 중이다.

폴란드는 44조원을 들여 6000∼9000㎿급 원전 6기를 2040년까지 차례로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 미국, 프랑스에 사업제안을 요청했고, 한수원은 지난 4월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본격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통상 원전 사업은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등의 다채널 협력이 동반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최근 K2 전차, K9 자주포 수출로 방위산업 교역의 문을 연 한국-폴란드의 협력이 원전사업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 장관이 “체코, 폴란드 등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원전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고 자신있게 전할 정도로 한국 자체의 원전모델은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 최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미국 기술을 받아들여 오랜 시간에 거쳐 독자 개발한 방산 분야의 수출도 최근 중동, 유럽을 중심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만큼 유럽 시장 공략도 척박한 사막의 바카라 원전 건설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모델(APR-1400)을 앞세운다.

1978년 고리 1호기를 첫 가동한 한국은 1995년 첫 한국 표준형 원전인 ‘OPR 1000’을 개발한 뒤 2002년에는 경제성과 안전성이 10배 이상 향상된 140만㎾(킬로와트)급 한국 신형원전 ‘APR-1400’ 개발에 성공해 원전 기술자립도를 95%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100여개 이상의 기자재 업체로 구성된 탄탄한 원전업계 공급체인과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 단가를 바탕으로 한국의 원전 기술이 전 세계 발주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6대 원전강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원전을 보유한 나라는 32개국으로 지구촌에 총 443기가 운영되고 있다. 24기를 보유한 한국은 미국(93기), 프랑스(56기), 중국(50기), 러시아(38기), 일본(33기)에 이어 6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한 나라다.

40여년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고 운용해온 강점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한 덕에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과 등과 견줘 낮은 수준이다. 유럽에서 한국과 강력한 경쟁상대인 프랑스(7931달러)와는 2배 이상 낮아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이런 강점 등으로 2030년까지 1400㎿ 규모의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의 스마트 시티 건설 프로젝트 '네옴 시티'와 관련해 한국과 협력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오는 11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우디 원전 수주 이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세계 산유패권 동맹으로 미래 에너지의 한축인 원전 협력에도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우디가 바카라 원전을 통해 한국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전 수출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게 된 만큼 대내적으로는 원전업계의 생태계 복원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새 정부 들어 사업이 살아난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건설 착수·발주가 본격화되기 전에 엘다바 원전 건설을 통해 그간 '일감 절벽'으로 침체기를 어렵게 버텨온 원전 기자재·시공업체에 일감을 공급하게 되고, 유럽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엔 원전사업 활황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전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는 일감 절벽에 직면한 상황이다. 2016년과 비교해 매출은 5조5034억원에서 2020년 4조573억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수출은 1억2641만달러에서 3372만달러로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4년 새 종사 인력은 2만1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난 6월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를 통해 원전 예비품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설계 등에 925억원 규모의 일감을 올해 긴급 공급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공급하고, 최대한 조기에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원전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 67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3조원 이상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단 이집트발 일감 공급으로 숨통이 트인 가운데 한수원은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다음달 사업설명회를 열어 조속한 기자재 계약 추진으로 ‘일감 마중물’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 추산으로는 원전 1기 수주로 5조원가량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중형차 25만대나 스마트폰 500만개를 수출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원전 160여기가 건설될 예정인데, 한국이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곳은 70개가량 될 정도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원전이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의 유럽행 천연가스 ‘몽니’가 부른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연착륙을 위해 원전 활용론이 지구촌에 확산하면서 미래 원전시장을 놓고 세계 원전강국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탈원전 백지화와 원전 강국 복원의 기치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석달여 만에 원전 수출의 물꼬를 튼 만큼 대내외적으로 원전 건설과 해외 수주의 두 성장 바퀴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굴려나갈지 새로운 관심을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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