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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에 환율 연고점...유로·달러 '패리티' 상황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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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인 장중 1316원대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다시 찍었다. 이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경기를 희생시켜가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겠다는 고강도 긴축 기조가 확인되면서 마지노선인 1300원이 2009년 이후 붕괴된 원·달러 환율이 이번에는 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로 급등하며 다시 불안한 원화 가치 하락폭을 키웠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지난 6일 기록한 연고점 1311.0원에서 출발해 상승폭을 확대하더니 장중 1316.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 기록한 장중 고점(1325.0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 가시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심리가 더욱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6원대를 넘어서며 13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전장보다 8.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1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6원대를 넘어서며 13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전장보다 8.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미국 CNN에 따르면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열흘 간의 유지보수작업을 이유로 유럽으로 향하는 최대 파이프라인 노르드스트림-1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세계로부터 전방위적인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오는 21일 이후에도 이 독일행 파이프라인 밸브를 계속 잠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 부족 사태로 유럽의 산업과 경제활동이 침체에 빠질 수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지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이 대러시아 제재 조치의 하나로 천연가스 수입의 3분의 2를 줄이기로 방침을 밝히자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보복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유럽이 올 하반기에 에너지 대란에 따른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암울한 전망은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의 최대 하락을 불러왔다. 유로화는 연초보다 12% 하락한 1.0037달러까지 내려오면서 유로와 달러가 1대1 비율로 같아지는 패리티(등가)에 바짝 근접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전장보다 1.21% 오른 108.18을 기록했는데, 108선을 넘어선 것은 200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주요 통화 가치의 줄하락 속에 ‘킹달러’ 위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와 대조적으로 유로화 약세가 더욱 심화되면서 1유로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만 해도 에너지 공급 위기 등으로 수입물가가 폭등하면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상품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침체 가능성에 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 강도를 높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위기는 유럽의 물가 상승을 끌어올렸고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6%에 달했다. 40여년 만에 최악의 8%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미국의 고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ECB는 이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오는 21일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 예상)을 통해 긴축 스텝을 밟겠다고 미리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유럽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금리 차가 커질수록 달러화 매수로 쏠려 유로화의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외환거래 은행인 도이체 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에널리스트는 최근 "유럽과 미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경우 달러화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럽의 3분기 경기 침체 진입을 전제로 “유로화가 0.95~0.97달러 수준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유로 명목,실질환율 추이 [자료=메리츠증권 제공]
달러·유로 명목,실질환율 추이 [자료=메리츠증권 제공]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달러 환율이 1.00 아래로 내려간 적은 2000년 1월부터 2002년 11월까지였다. 유로화의 급격한 약세는 연준과 ECB의 금리차와 더불어 글로벌 동반 경기하강에 따른 경기역행적 통화인 달러화만의 강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하강 여부 관점에서 달러·유로 환율을 견줬다. 그는 ”2004~2006년의 경우 미국 연준의 연쇄적인 금리인상(17회, 1.00%→5.25%)에 따른 정책금리차 확대에도 달러화 약세-유로화 강세가 나타났던 이유는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경기모멘텀이 현저하게 개선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기역행적 성격을 지니는 달러화가 약세였던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현재는 글로벌 경기의 동반 하강 국면이기에 경기역행적 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연구원은 "달러·유로가 이미 1.00에 도달한 상태에서 이 수준(패리티)을 하회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며 “유로·달러 환율은 1대1은 물론 오히려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달러화 초강세로 원자재 가격 조정 압력이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 안정화 측면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그러나 유로화 약세로 유럽 지역의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 압력은 확대돼 ECB 금리 인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현실화돼 다시 달러화 강세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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