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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9%대 물가에 '울트라스텝'까지?...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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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 2월 7.9% 상승 → 3월 17일 베이비 스텝(0.25%p 인상)
△ 3월 8.5% 상승 → 5월 5일 빅 스텝(0.50%p 인상) 
△ 4월 8.3%, 5월 8.6% 상승 → 6월 16일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 
△ 6월 9.1% 상승 → 7월 28일 자이언트 스텝? 울트라 스텝(1.00%p 인상)?

올해 들어 매월 이같이 40년 만의 최악의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이어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해온 긴축의 족적이다.

지난 3월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3년 3개월 만에 금리인상 사이클로 접어들 때만해도 통상적인 베이비 스텝으로 긴축의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5월엔 22년 만의 빅스텝, 6월엔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보폭을 키워 시장공개위원회(FOMC)를 열 때마다 ‘에스컬레이터 인상’이 이어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식 발표한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 올라 1981년 12월(8.6%) 이후 최대폭으로 치솟자 연준의 7월 금리인상 폭이 시장의 기존 예상치인 자이언트 스텝을 넘어 급기야는 100bp(1%포인트,1bp=0.01%포인트)를 한목에 올리는 울트라 스텝으로까지 커질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시장의 기류는 2연속 자이언트 스텝은 물건너 가는 쪽으로 급변했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서 반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 회의에서 100bp 인상 가능성은 CPI 발표 전날 7.6%에서 이날 82.1%로 10배 이상 급등했고, 50bp 인상 확률은 92.4%에서 17.9%로 급락했다.

6월 인상과 데자뷔 흐름이다. 지난달 FOMC를 앞두고 발표된 5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75bp 인상 확률이 30%대에서 회의 이틀 전엔 94%까지 치솟았고, 결국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더욱이 캐나다중앙은행이 이날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서 G7(주요 선진 7개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00bp 인상해 2.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과 같은 경제권인 캐나다가 24년 만에 울트라 스텝 카드를 꺼내든 것은 연준의 광폭 인상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으로도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정책수단의 속도와 폭에 대해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중시)’를 강조한 만큼 이번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물가의 피크아웃(정점통과)론과 별개로 심각한 물가 관련 지표만을 놓고 극단의 정책금리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6월 CPI 상승률 9.1%는 시장 컨센선스(전망치)인 8.8%를 크게 상회한 수치로,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9%대를 넘어섰다. 한 달 전에 비해 1.3%가 올라 역시 시장 예상치(1.1%)를 웃돌았는데, 이는 올해 전월 대비 최대 상승폭이다. 전년 동월비로든 전월비로든 올해 한 달도 빠짐없이 컨센선스를 하회한 가운데 전년 동월비 기준 전망치와의 6월 편차(0.3%포인트)는 연간 최대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5.9% 올라 전월(6.0%) 대비 하락해 3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 시장 예상치(5.7%)보다는 소폭 웃돌아 피크아웃 기대감을 다소 높이긴 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0.7% 상승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연준의 연이은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근원 C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된 점에 위안을 삼을 수는 있지만 전월비 상승률은 오히려 1분기 대비 높아지고 있으며, 헤드라인(CPI) 물가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기타 기조적 물가지표들도 6월에 오름폭을 확대하는 등 여전히 전반적인 물가 압력은 강하다”고 평가했다. 오는 9월 FOMC 이전 발표되는 8월까지는 물가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CPI 발표를 통해 연준의 7월 100bp 인상 전망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준은 고점을 확실하게 확인하기 전까지는 긴축을 속도를 크게 줄이진 않을 것”이라면서 “9월 FOMC 이후에야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소비자물가,근원소비자물가 추이 [자료=하나증권 제공]
미국 소비자물가,근원소비자물가 추이 [자료=하나증권 제공]

테이블 위로 100bp 인상론이 올라온 만큼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CPI 발표 이후 연준위원들은 7월 100bp 인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두는 모습”이라며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총재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1%p 인상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으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총재도 75bp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7월 FOMC를 앞두고 연준위원들이 16일부터 블랙아웃(일주일간 공개발언 금지) 기간에 돌입하기 때문에 100bp 인상에 대한 시장과의 공감 형성 여부가 불확실하며, 7월 베이지북(미 연준 관할 12개 지역 경제상황 보고서)에서 일부 지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코멘트가 나오고 있어 7월 FOMC에서는 75bp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세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연준이 금리인상의 폭을 계단식으로 끌어올리며 짧고 굵은 대응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초까지는 연준의 입장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이 “임대료, 식품, 휘발유 가격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내려가는 속도가 느릴 전망”이라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 사례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평균적으로 15개월 후에 미국 CPI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는 “수요를 줄여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연준은 늘어지는 인상 사이클이 아니라 압축적인 인상 사이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초까지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낮다”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고물가 억제에 최우선적으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울트라 스텝까지 최대치로 긴축 보폭을 넓히며 고물가 억제에 총력전을 편다면 우리 통화당국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1세기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미래에셋증권 제공]
21세기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미래에셋증권 제공]

전날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이라는 비상수단으로 고물가 쇼크 대응에 나선 한국은행으로서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팅’ 수위가 예상을 뛰어넘어 극한으로 치다를 경우 두 달 연속 빅 스텝을 밟는 ‘점보 스텝’으로 대처해야 하는 선택지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외국계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츨과 원화가치 추가 급락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2년 반 만에 가시화되고 있는 터에 연준이 울트라 스텝까지 단행한다면 양국의 금리 역전폭은 이달 말 0.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국자본 유출과 환율 앙등으로 수입물가를 높이고 현재 6%대의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더욱 키워 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50bp 올려 2.25%까지 높인 뒤 기자회견에서 남은 금통위 회의(8·10·11월)에서 베이비 스텝을 통한 점진적인 인상 스탠스를 이례적으로 밝혔다.

첫 빅스텝이 특단의 예외적인 대응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그렇다고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냐는 질문에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인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며 "경제가 저희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0.25%포인트 인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인데,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하면 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연준 못지않게 정교하고 신속한 ‘데이터 디펜던트’ 대응으로 물가 지표와 글로벌 거시경제 변화 상황에 따라 다시 빅스텝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총재가 과거 사례를 단순 적용해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이나 역전 폭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을 경계하고, 한미 인플레이션 수준 차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현실론을 언급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1%포인트 이상의 급격한 물가 상승률 점프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연준의 긴축 스텝과의 단순 동조화는 당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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