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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불거진 KG그룹 합창대회 논란…강제성 없다 vs 곽재선 회장 기쁨조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07.14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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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직원들 강제 동원해서 치루는 그룹행사들 그만두시길...직원 재롱잔치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발상이군요.”

“주말에 하는 것 자체가 강제 아님? 참여하면 주말 수당은 주시나요? 노래를 정~ 하고 싶으시면 평일날 대회 여세요. 강제가 아니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ㅋㅋㅋ”

2019년 시사포커스의 ‘[단독] KG그룹, ‘주말’ 합창대회 논란…사측 “강제성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KG그룹 측의 ‘강제성이 없다’는 공식 입장에 대해 대다수 누리꾼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강제라는 주장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KG그룹과 곽재선 회장은 직원들의 고충과 애환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한 듯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논란이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단독] KG그룹, ‘주말’ 합창대회 논란…사측 “강제성 없다”에 달린 댓글 [사진=시사포커스 캡처]
[단독] KG그룹, ‘주말’ 합창대회 논란…사측 “강제성 없다”에 달린 댓글 [사진=시사포커스 캡처]

■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편의 글, 절규하는 직원들과 “강제성 없다”는 KG그룹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기쁨조 차출.. 이게 요즘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나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KG동부제철에 재직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KG그룹에서 합창대회를 반강제로 참석하게 해 모든 계열사 직원들이 매우 불쾌해하는 상황이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를 하여도 그룹측에서는 강제성이 없다고 해명하며 계속 진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사실상 강제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 합창대회는 KG그룹 곽재선 회장이 매년 직원들의 화합과 사기 증진을 위한 복지성으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하나, 현실적으로 합창대회를 참여하는 사람 대다수가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라며 “‘참여하기 싫으면 참여를 안 하면 되지 않냐?’라는 의문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을 건데, 아시다시피 임원분들은 대부분 파리목숨이라 그룹 회장에게 어떻게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직급이 낮은 막내급 직원들을 대다수 반강제적으로 참여를 시키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19년 합창대회 때는 KG그룹 곽재선 회장 손녀의 생일을 직원들이 모두 축하해 주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합창대회를 위해 평일에 따로 시간을 내 연습해야 하고,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도 반강제적으로 응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게 요즘 같은 시대에 일어나는 일이 맞나요? 이번에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정말 공산당 기쁨조에 차출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 직원들 또한 이 글에 “이걸 복지라고 생각하는 회장이 싫다”, “억지로 하는 사람만 불쌍한 거지 뭐.. 생각할수록 어이없긴 해 이런 거 쌍팔년도에 하던 거 아냐?”등의 댓글을 달았다.

KG그룹 관계자는 합창대회에 대해 “본 행사는 임직원들의 화합과 사기증진을 위해 매년 창립기념일을 즈음해 열리는 행사로서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제성은 일체 없으며, 임직원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유익한 시간”이라며 선을 그었다.

KG그룹 계열사 직원들 반응 [사진=블라인드 캡처]
KG그룹 계열사 직원들 반응 [사진=블라인드 캡처]

■ 곽재선 회장이 이야기한 ‘리더의 역할’과 ‘위력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건이 있지요. 리더의 ‘올바른 역할’이란 것 말입니다. 국가의 리더든 기업의 리더든 모임의 리더든, 리더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역할은 같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곰곰이 따져보니 세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될 듯합니다. 첫째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 둘째는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지원하는 일, 셋째는 관찰과 관심을 놓지 않는 일.”

곽재선 회장이 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쉰네번째 窓] 리더의 역할’이란 글의 일부 내용이다. 그렇다면 합창단은 곽 회장이 말한 이 ‘세 가지 역할’ 중 어떤 분야에 해당하는 것일까? 글을 조금 더 읽어 내려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도 나온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난 해당사항이 없네”하며 꿈적도 안 하는 리더가 주위에 여럿일 테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아직까지 반쯤은 버리고 반쯤은 못 버린, 그 어리석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올바른 리더가 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곽 회장은 직원들의 절규를 듣고도 ‘해당사항이 없다’며 꿈적도 하지 않는 것 아닐까. 직원들이 합창단으로 인해 정말 괴로워한다면 그건 반쯤 못 버린 어리석음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가 차지하고 있는 ‘회장’이라는 '자리'에서 나오는 말의 ‘위력’은 일반 직원들에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위력은 존재 자체가 행사다.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서 나오는 힘이라서다. 대중탕에서 알몸으로 만나도 상사는 상사다. ‘야자 타임’ 하자는 윗사람 말에 정말로 “야! 자!” 하면 바보다. 가능성은 선택할 때 가능성이 된다지만, 위력은 언제나 위력이다. 재채기, 사랑보다 숨기기 어렵다.”

한국일보의 ‘[36.5˚] 위력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칼럼의 한 부분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나오는 위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선의조차 폭력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강제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은 ‘강제성이 있다’고 느낀다면, 또 임직원이 행복할 거란 회장 자신의 믿음이 직원들에게 폭정으로 다가온다면, 곽 회장이 말한 올바른 리더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

곽 회장이 자신의 자리에서 오는 위력을 조금 더 잘 인지하는 노력이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하나 더, 만약 곽 회장의 선택이 대다수 직원들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면, 상명하복을 미덕으로 여기는 굴종의 임직원이 아닌 때론 바른 소리를 뱉을 줄 아는 이도 몇 명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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