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유가...바이든 '증산외교' 성패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8.04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겨왔던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다음달 원유 증산량을 '찔끔‘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외로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고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관계가 악화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난달 방문한 이후 처음 열린 OPEC+ 회의에서 막상 증산 규모가 보잘것없이 쪼그라들자 ’빈손 귀국‘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굴욕'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OPEC+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증산 속도를 거의 브레이크 밟듯이 줄임에 따라 국제 유가의 하락이 추세적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숨통을 틔우게 할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행정부가 석유패권국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무기 수출 방침을 밝히면서 사우디의 스탠스 변화 여지가 남아 있지만 유가를 지속적으로 안정화시킬 증산 확대 전망은 여전히 시계제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사진=AP/S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사진=AP/SPA/연합뉴스]

국제 유가는 3일(현지시간) OPEC+ 증산 규모가 이전보다 축소된다는 발표 뒤 상승하다가 미국 원유재고 증가 발표가 나오면서 내림세로 전환하더니 하락폭이 커졌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배럴당 3.76달러(3.7%) 하락한 90.66달러에,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3.76달러(3.7%) 떨어진 96.78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0.38달러 상승한 98.40달러에 마감했지만 2거래일 연속 100달러를 하회했다.

세 유가 모두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첫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1주 뒤 123.70달러까지 치솟은 WTI 가격은 6월초 120달러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21일부터는 100달러를 밑도는 수준을 유지해왔다. 지난 2월 10일(89.88달러)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90달러선 붕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쟁 발발 나흘 만에 가장 먼저 100달러선을 뚫은 브렌트유는 지난 3월 8일 127.98달러로 연고점을 찍는 등 전쟁 이후엔 7차례만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을 뿐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이날 13거래일 만에 100달러선이 무너지면서 러시아의 침공 전날 수준(96.84달러)까지 내려섰다.

한국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도 지난 3월 2일 110.75달러로 세 자릿수 유가 대열에 합류하고 6일 뒤 127.98달러로 고점에 올라섰는데, 침공 당일 수준(98.64달러)로 안착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113거래일 만에 눈에 띄는 급락으로 전쟁 이전 가격을 되찾았지만 연초 대비로는 WTI(-18%), 브렌트유(-23%), 두바이유(-28%)의 유가 하락폭은 여전히 큰 수준이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은 무엇보다 미국 원유재고의 증가 소식 영향이 컸다. 뉴욕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7월 마지막주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446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70만배럴 감소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깨뜨린 것이어서 시장은 크게 반색했다.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출이 줄어들고 수요 둔화로 정유업체가 가동률을 낮추면서 예기치 않게 증가했다는 게 에너지당국의 설명이다.

원자재시장 분석기업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수석 석유분석가는 마켓워치에 "수입은 증가하고 정제 활동은 5월 초 이후 최저로 떨어지면서 원유재고가 강한 증가세를 보였다"며 다만 "OPEC+가 10만배럴 증산에 그치면서 균형추 구실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OPEC+는 이날 정례 회의를 열고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올해 7, 8월 증산량(하루 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하다. 성명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초과 생산 역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급 혼선에도 주의 깊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CNN에 따르면 밥 맥널리 래피던에너지그룹 사장은 9월 증산 규모를 퍼센트 기준으로 OPEC 역사상 최저치라고 분석한 뒤 ”시장은 (OPEC+의) ’짧은 거절‘이라고 해석한다. 순전히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이같이 하루 세계 석유 수요의 0.1%에 불과한 ’눈곱‘ 증산을 두고  미국 언론과 시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굴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플러의 스미스는 CNN에 ”바이든 행정부의 얼굴을 때리는 것“이라며 ”MBS(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만남은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정보당국이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무한권력'으로 사실상 사우디를 통치하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한 뒤 사우디를 '왕따'(pariah)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오다 지난달 사우디 방문을 결행했다. ’거꾸로 가는 인권행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현안인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유가를 끌어내리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했던 것이다. 집권 이후 ’앙숙‘으로 변한 최대 산유국을 찾았지만 환대도 받지 못하고 증산 확언도 듣지 못한 채 돌아와 ’빈손‘ 논란에 휩싸였다.

OPEC+가 증산 폭을 역대급으로 축소한 것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한 조치라는 해석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무기 확보를 원유 증산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유 생산 시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원유 생산 시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OPEC+ 증산 발표 직전 바이든 행정부가 OPEC 투톱인 사우디와 UAE에 50억달러 이상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소리에 따르면 두 산유국 모두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로킷 공격을 받아오고 있는데, 사우디에 30억달러 규모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UAE에는 22억달러 상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이 판매된다.

이같은 무기 공급 방침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디에서 아랍 정상들을 만나고 온 뒤 이뤄진 것으로 미 국무부는 방어용 무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UAE를 압박하기 위해 이들 나라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사우디가 미국의 무기 금수 해제 발표를 확인한 뒤 일단 '최소한의 증산'으로 호응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OPEC+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로서는 여전히 증산 이슈는 ’꽃놀이패‘와 다름없다.

바이든 행정부 차원에서 대치를 풀고 무기 수출이라는 진일보한 결정을 내렸지만 인권문제에서 여전히 행정부의 표변한 유화기조를 비판하는 의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려 증산 규모를 확대해도 늦지 않다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AP통신도 수출되는 무기가 방어용이지만 사우디와 UAE가 예멘 내전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의회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하는 만큼 ’페트로달러‘로 다져진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관계 복원을 위한 마지막 한걸음이 남아 있는 셈이다.

증산 ’구애‘를 하러 무함마드 왕세자를 찾아갔어도 차마 악수는 못 하겠다고 해서 마지막 자존심으로 ’주먹인사‘를 나눴지만 미국 언론으로부터 이번에 MBS의 ’얼굴때리기‘에 당했다고 혹평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이다.

무기를 매개로 고유가를 잡기 위한 그의 원유증산 외교가 뒤늦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위기 이슈를 놓고 첨예한 공방을 주고받는 미 의회의 무기 수출 승인 여부에 달렸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고 하는데, 내밀한 이면 합의도 있을 수 있고 나중에 여건에 맞춰 실행모드로 옮겨지기도 한다. 그래도 당장 치솟는 유가를 잡아야만 중간평가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미스터 인권‘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의 '석유제국' 아람코 실세이기도 한 MBS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