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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걸려 고물가 그래프 꺾였지만...그 정점론의 '불안' 변수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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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24년 전 환란 때 수준으로 치솟았던 소비자물가가 한풀 꺾였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6,7월 6%대를 유지하다 8월에 5%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던 고물가 기세가 7개월 만에 주춤하면서 물가 정점론도 고개를 든다.

40여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던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6월 9.1%에서 7월 8.5%로 떨어지면서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설왕설래가 커졌듯이 국내에서도 공교롭게 같은 0.6%포인트(p) 폭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다.

다만 현재 소비와 고용이 경제를 받쳐주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제유가·환율 등 외생변수의 변동성에 워낙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가가 정점을 찍더라도 불안한 둔화세 속에 높은 수준의 물가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일단 고물가의 상승세는 일단 꺾였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5.7%로 집계돼 지난 2월(3.7%) 이후 가파르게 이어오던 상승세가 7개월 만에 멈췄다.

1,2월 3%대, 3,4월 4%대, 5월 5.4%까지 숨 가쁘게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6월(6.0%), 7월(6.3%) 오름폭을 더욱 키워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하지만 8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꺾이면서 석 달 만에 다시 5%대로 낮아졌다. 외환위기 때는 벗어나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5.9%) 이후 최고 수준으로 키높이가 재조정된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계절적인 요인 등을 고려해야 추세를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비교한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처럼 물가 피크아웃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비중을 두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1% 하락했다.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인 것은 2020년 11월(-0.1%)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증가세가 급등했는데, 0.6%(1,2,6월), 0.7%(3,4,5월)을 기록한 뒤 7월 0.5%에 둔화되더니 한 달새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7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물가 급등세 제동에 따른 피크아웃론을 키웠다.

8월 물가 상승률 둔화는 국제 유가의 하락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넘다가 지난달 97달러까지 내려왔다. 기획재정부도 “8월 소비자물가 하락은 연중 물가상승을 견인해온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데 주로 기인하며, 이는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유류세인하 등의 노력이 결부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년 동월 대비로 주요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7월(8.9%)과 견줘 공업제품이 7.0%로 가장 크게 둔화됐다. 그중 석유류는 7월 35.1%에서 19.7%로 상승률이 급락했다. 5개월째 유지됐던 30%대의 상승폭이 20% 아래로 내려선 것이다. 전월 대비로도 석유류가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폭인 10.0%나 급감한 덕에 공업제품만이 감소세(-0.5%)로 전환했다.

물가 기여도에서도 전년 동월 대비 7월에 3.1%p(전체의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공업제품은 2.4%p(전체의 42%)로 낮아졌고, 전월비로도 감소폭의 절반(-0.5%p)을 차지했다.

다만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물가 불안을 부추겼다. 물가 기여도에서 7월과 같은 1.9%p로 두 번째 높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인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6.1%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그중에서 외식 상승률이 8.8%로 치솟았는데, 이는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다. 축산물(3.7%)·수산물(3.2%) 상승폭은 7월보다 낮아진 반면. 농산물 상승폭은 7월(8.5%)보다 커진 10.4%로 지난해 6월(11.9%)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4% 올라 7월(4.5%)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

물가 정점론에서 주시해야 할 지표들은 대체로 호전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모두 둔화됐고,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억제에 역점을 두는 기대인플레이션도 꺾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8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예상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던 7월(4.7%)보다 0.4%p 하락한 4.3%를 기록, 지난해 12월(-0.1%p) 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로 전환했다.

연간 물가 수준도 예상외로 5%선은 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1~8월 소비자물가수준(평균)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변동률인 누계비 물가 상승률은 5.0%로 올해 처음 5%대에 진입했다. 전월비 물가수준이 8월에 감소로 돌아선 만큼 이 추세가 남은 넉 달 동안 이어진다면 물가 상승률은 연간 5%까지 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4.5%)보다 0.7%p 높여 5.2%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전망대로 5%대 상승률을 보인다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물가 수준을 맞게 된다. 만약 4분기 역기저효과에다 근원물가, 기대인플레이션 하방화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7%)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고물가 파고를 넘길 수 있다.

지표상으로 둔화세가 드러나고 있지만 물가 피크아웃을 두고는 여전히 시각이 갈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인플레이션 요인별 영향력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인플레이션 파급 경로인 ‘국제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생산자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의 흐름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생산자·소비자물가 간 이격률은 4.9%p에 달했지만 7월에는 2.9%p로 급감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경연은 “이격률이 줄어든 것은 그간의 수입물가·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이는 향후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이 그만큼 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비자물가는 9월 중 고점을 찍고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것일까.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유가나 국제 곡물가 같은 대외변수들의 흐름이 완전히 역전되지 않는다면 정점의 가능성도 실질적으로 있다"면서도 "다만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물가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난해 9월이 비교적 높았던 데 따른 역기저효과도 어느 정도는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름세가 그렇게 확대되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5∼6%대의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만큼 물가 정점을 확인하는 데는 많은 변수가 따른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무엇보다 최근 연고점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는 고환율이 가장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변수다. 이날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달러당 1360원까지 돌파,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의 대외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고환율 기조는 국내 물가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환율 상승 영향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입물가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율은 73∼8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한국의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cost push inflation)’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물가에 대한 국내 물가의 민감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간의 교차상관계수는 1990∼2007년 0.830에서 2008∼2022년 0.936으로 올랐고,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교차상관계수는 같은 기간 0.336에서 0.816으로 높아졌다. 수입물가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셈이다.

에너지 등 수입물가에는 국제 가격뿐 아니라 환율 상승 영향도 컸는데, 지난 1∼6월 평균 전체 수입물가 상승의 3분의 1가량이 환율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경기침체 위기의 불씨를 지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해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국내 고물가 흐름에는 고환율이 대표적인 불안요인으로 주목받는다. 지구촌에서 미국 달러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라지만 금융위기 때로 다시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세의 ‘꺾임점’에서 물가 정점론을 논하는데 여전히 ‘불안’ 변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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