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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스웨덴 게이트를 바라보는 MZ세대의 이중 시선은 왜? (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8.1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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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스웨덴 게이트에 대한 국내 반응도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짐승도 친구 놀러 오면 먹이 나눠줄 듯.” (왕밤****)

“대다수 문화에서 손님 대접은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이라고 알고 있다.” (봄이**)

“친구네 부모님 처음 보는데 저녁밥을 같이 먹은 적 엄청 많았다.” (경희***)

“우리나라에선 손님이 예상치 못하게 오면 더 잘 챙겨주지 않나?” (말보******)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중 일부다. 스웨덴 게이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국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사이에선 이번 사태로 스웨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확산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A(23)씨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다. 식사 시간에 밥을 안 주고 따로 있으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어려서부터 많이 듣던 할머니 말씀 중 하나가 ‘친구 놀러 오면 밥은 먹이고 보내라’였다. 만약 집에 친구가 놀러 왔는데 우리 부모님이 식사를 챙겨주지 않으면 창피할 것 같다”며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스웨덴 대접 문화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국인 밥상 [사진출처=픽사베이]
한국 밥상 [사진출처=픽사베이]

■ MZ세대에게 스웨덴 게이트는 당연한 것?

그러나 일각에선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바로 철저히 개인주의적으로 알려져 있는 MZ세대의 스웨덴 게이트에 대한 반응이 그렇다는 얘기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들이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에 조부모 댁이나 유치원 등으로 옮겨가며 자랐던 MZ세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혼자 스마트폰과 PC에 의지해 사는데 익숙해졌다.

MZ세대가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자기 이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일각에선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모든 세대가 한데 섞여 어우러지는 사회에선 조직보다 개인 편익을 더 중시하는 MZ세대 모습이 두드러지면서 이기적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사실 개인주의 성향은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MZ세대 직장인들은 워라밸 등 자기권리를 챙기는데 민감하다’는 주장을 숱하게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경우 “MZ세대가 볼 때 저 꼰대인가요?”, “MZ세대 다루는 특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며 MZ세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공감하는 방법을 구하곤 한다.

철저한 개인주의에 입각하면 스웨덴 게이트는 정말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개개인의 자립과 독립, 개인만의 심리적, 물리적 경계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자기만의 울타리를 치고 타인, 혹은 가족이라도 자기 삶에 불쑥 들어오는 것을 기피하는 MZ세대가 스웨덴 게이트에 분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현상 중 하나일까?

사실 동양 문화권은 오랜 세월 집단주의적 성향을 나타냈다. 보통 나보다 집단이 더 중요한 사회를 집단주의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각각의 개체보다 개체들이 전체를 이루기 위한 유기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와 타자가 명백히 구분되는 개인주의와 달리 나를 포함한 세상 전체를 하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사회는 집단주의의 대표적인 예다.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집단으로 뭉치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에서 직장을 다녔던 B(28)씨도 “말 그대로 ‘희생’이 일상에 녹아 있다. 한 번은 근무 중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 하지만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말로 걱정해 주는 게 전부다. 그날 과업을 전부 마치고서야 부랴부랴 약국에 들려 약을 탔다”면서 “직장, 공동체, 사회에 나를 전부 바쳐야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조직이 우선이고 나는 둘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Z세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나타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단이 중요해지면 자신을 잃어버리고 희생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집단주의가 강해지면 전체주의가 되고, 이것이 포퓰리즘, 파시즘, 나치즘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한다.

MZ세대는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것에 대해 반발 심리를 드러내고, 이로 인해 개인주의적, 이기적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MZ세대는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것에 대해 반발 심리를 드러내고, 이로 인해 개인주의적, 이기적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 관계주의에서 바라보는 스웨덴 게이트

어쩌면 스웨덴 게이트와 MZ세대 반응은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전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서 발행한 ‘한국인의 문화 성향에 관한 메타분석: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도, 한국인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보다 집단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차이는 작은 크기에서 중간 크기 범위에 속했다.

연구 결과는 한국인의 문화 성향을 개인주의적이라기보다 집단주의적이라고 기술하는 것이 타당함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동시에, 한국인들의 집단주의 성향이 개인주의 성향보다 현저하게 두드러지는 것 역시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국 사회만의 특징을 설명하는 새로운 대안적 개념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상호 조화와 공생을 추구하는 '관계주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방송된 KBS1 특집 프로그램 ‘다음이 온다’에서 사회심리학자인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는 연구 결과 MZ세대는 오히려 상대방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유연하게 바꾸는 관계주의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관계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타인의 취향이나 선택에 따라 의견을 바꿀 준비가 돼 있는 관계 지향적인 삶이라는 점이다.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허태균 교수는 관계주의에선 상대의 의견을 먼저 묻는다고 한다. 실제 식당에서 주문 전에 “뭐 먹을 거야”라고 상대방의 의견을 묻고 난 뒤, 자신의 메뉴를 고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관계주의의 또 다른 특징은 줄 서 있을 때 뒷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배려하기 위해 때론 원칙을 깨기도 한다는 점이다. 허 교수는 배려는 원칙을 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서양 사람이나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름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집단주의와 관계주의의 차이는 주체성에 있다. 집단주의에선 개인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반면, 관계주의는 개개인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이 강하길 원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남을 무시하는 이기주의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위험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계주의의 대표적인 단어는 ‘우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양한 개인'이 존재하기보단 '다양한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느슨하지만 다양한 관계 우호성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개방성은 높게 가진다는 얘기다.

관계주의의 대표적인 단어는 ‘우리’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관계주의의 대표적인 단어는 ‘우리’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손님이 오면 환대해줬다. 가족들끼리만 식사할 것이라는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불편하진 않을까, 배고프진 않을까 생각하며 배려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깨고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까닭에 식사를 대접했다.

MZ세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개개인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주체성도 이해하고 있다. 까닭에 어떻게든 손님 대접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자 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우리’라는 관계의 의의를 강화하고자 하는 MZ세대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 바로 스웨덴 게이트 비판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 글쓴이는? - MZ세대 한가운데 있는 청년이다. 스스로 판단할 때 상당히 개인주의적 성향을 띤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공간과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타자가 침범했을 때 매우 불쾌하게 느낀다. 실제 대학 시절 자취방에 동기들을 불러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하는 것은 즐거웠으나, 동기들이 일찍 귀가하길 바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터진 스웨덴 게이트 밈들을 보며 키득대며 웃고, 손님에게 밥 안 주는 스웨덴인들 행동에 분개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다. 이후부터는 어떻게든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고 모임에 나가고, 개인 시간을 조금이라도 쪼개 술자리를 갖곤 했다. 자취방에 동기들을 불렀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니 관계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개체 중 하나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 취재후기 - “밥 먹었니?”,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신기할 정도로 밥에 진심인 우리나라에서 스웨덴 게이트는 다소 이상한 문화이자 충격과 공포로 여겨진다. 식사를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친밀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인식이 강한 국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으로 이상적인 복지국가라고 고평가받던 스웨덴 이미지는 단박에 추락했다. 스웨덴 문화에 감춰진 의미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스웨덴인 전체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행태는 조심해야겠으나, 극도의 개인주의 문화로 타격을 입은 스웨덴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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