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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크게 올랐던 지역일수록 커지는 하방리스크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9.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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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지난달 국내 인구 이동자 수는 51만9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1976년(47만1000명) 이후 4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8월 인구이동통계’에서 지난달 이동자 수는 1년 전보다 12.1%가 줄어 감소 폭이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로 20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보여주는 인구이동률도 11.9%(연간 환산)로 월간 통계 작성 시작 22년 만에 8월 기준 최저치로 낮아졌다.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겨 전입 신고를 한 사람을 뜻하는 이동자 수가 이같이 역대급으로 감소한 것은 장기적으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 탓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주택거래량 영향이 크다. 고점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던 집값이 금리 상승기에 뚝뚝 떨어지면서 주택매매 거래량이 급감하는 부동산 시장 빙하기가 찾아들었기 때문에 인구 이동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으로 이같이 거주지 이동이 정체되면서 고금리 시대의 주택가격 하락세도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세도 지역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주택가격 하락세도 지역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이날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지역경제조사팀이 분석한 '지역별 주택시장 동향 및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은 수도권·비수도권, 시·도간 주택가격 등락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 지역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매매 가격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지난 6월 하락 전환한 뒤 7, 8월 하락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권역별로는 수도권, 지역별로는 세종, 대구 등 일부 특·광역시의 주택가격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팀은 지역별 차별화에 대해 “이는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향후 주택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지역별로는 주택시장 여건에 따라 가격하락 폭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택가격 상승기(2019년 10월~지난해 12월)와 조정기(올해 1월 이후)로 나눠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상승기보다 조정기에 지역 간 차별화가 뚜렷하다.

상승기·조정기 변동률을 견줘보면 상승기에 높은 오름세를 보였던 지역에서 조정기 중 가격하락 폭이 더 컸다. 지역별로 고점 대비 가격하락 폭(8월 기준)은 세종(-7.93%), 대구(-3.37%), 대전(-1.29%) 등의 순으로 하락 전환시점이 이를수록 월평균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중에서 지난해 고점을 찍은 곳은 세종(5월), 대구(11월), 대전(12월)뿐이다.

이밖에 올해 고점을 통과한 곳은 인천(-1.21%), 경기(-0.79%), 울산(-0.56%), 부산(0.37%), 서울(-0.33%), 충남(-0.28%), 경남(-0.14%), 충북(-0.09%), 광주(-0.08%), 경북(-0.03%), 제주(-0.01%), 전남(-0.01%)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강원(+0.08%)과 전북(+0.11%)은 아직 고점이 도래하지 않은 채 상승세를 유지했다.

또한 최근 가격 하락 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매매 거래량과 매수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조정기 중 월평균 거래량이 상승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등 상대적으로 더 크게 위축됐다. 지역별로는 세종·대구 지역의 거래량이 큰 폭 줄어든 반면 비수도권 8개도는 조정기 중에도 상승기의 65~75% 수준을 유지했다.

지역별 주택가격변동률 [자료=한국은행 제공]
지역별 주택가격변동률 [자료=한국은행 제공]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파르게 떨어져 12월부터 100을 밑돌았는데, 수도권의 하락 폭이 비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편이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것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역시 세종·대구 지역의 상승기 대비 조정기 매수심리 둔화가 도드라진 가운데 전북 등 일부 지역은 조정기에도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웃돌았다.

매수심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아파트 분양시장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미분양 주택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 미분양 주택의 경우 대구와 경북, 경기 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한은 조사팀은 주택시장 여건을 주택가격 수준, 차입여건, 공급물량 등으로 분석했다.

주택가격이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가격상승기 이전과 견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집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고평가 인식이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집값 고평가 인식을 나타내는 척도인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또 다른 척도인 지역별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PRR)도 지난 6월 기준 세종·서울 지역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상승기 직전인 2019년 9월보다는 인천 지역이 가장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등 차입여건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것도 집값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로 확대 적용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신규 대출이 제약되는 상황이다. 또한 금리 상승기에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차주의 소득 대비 대출잔액 비율(LTI)이 높거나 집값 상승기 직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세종, 경기, 대구, 인천 등의 지역에서 하방압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가격 하방리스크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주택가격 하방리스크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아울러 공급 측면에서 향후 2년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연평균)은 대부분 지역에서 최근 3년간 평균 수준을 밑돌면서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조사팀은 “대구와 인천, 충남 지역의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가구당)은 절대적인 수준이 높고, 과거 평균을 크게 상회함에 따라 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차입여건 악화 등 주택시장 하방요인이 공급부진 등 상방요인보다 우세한 가운데 주택가격 하방리스크 또한 지난해 말부터 급속히 커지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글로벌 긴축기조에 맞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집값 하락위험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그 하락위험은 지역별 시장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만큼 조사팀은 17개 시도별 데이터를 이용한 ‘주택가격 하방리스크(HaR)’를 산출해 계량적으로 평가했다. HaR은 주택시장에 상당한 쇼크, 즉 주택가격 분포의 하위 5%에 해당하는 충격이 발생한 상황에서의 집값 하락 위험도를 측정한다.

향후 1년 시계에서 지역별 HaR을 산출한 결과,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위험이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증대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상승기 중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지역에서 HaR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내년 6월까지는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전망인데, 그간 집값이 크게 올랐던 지역일수록 하락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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