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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MZ세대, “가벼운 만남 추구합니다”?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10.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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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게임과 SNS를 통해 친구를 사귄 적이 있어요. 비록 게임으로 맺은 관계는 만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만난 사람과는 실제로 만나기도 했고요.”

31세의 다현(가명) 씨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다. 그 자라난 시기가 국내에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게임산업이 부흥하던 시기와 정확히 겹치는 만큼, 평소 게임이나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일에도 큰 부담감이 없다.

“게임이나 SNS를 통해 맺은 관계는 오로지 제 선택에 의한 관계였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심사나 성격이 저와 잘 맞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관계 유지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평소 제 바운더리 바깥에 있던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다만 다현 씨는 게임이나 온라인을 통해 형성한 관계는 실제 대면으로 시작된 관계가 아니다 보니 상대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위험요소의 하나로 꼽았다. 오로지 상대가 하는 이야기나 올린 프로필만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인지 혹은 위장하거나 꾸민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다현 씨는 그것이 게임이나 온라인 등 특정 채널의 문제라기보다는 만나게 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문제로 여겼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익명의 상대와도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고, 서로 통하는 주제만 있다면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또 그렇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소통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거나 공감대가 사라지면 쉽게 관계를 끊고 차단하는 면모도 보인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요즘 젊은 세대는 익명의 상대와도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고, 서로 통하는 주제만 있다면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또 그렇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소통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거나 공감대가 사라지면 쉽게 관계를 끊고 차단하는 면모도 보인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후렌드’

‘누구’를 뜻하는 영어단어 후(Who)와 ‘친구’를 뜻하는 영어단어 프렌드(Friend)의 합성어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문화’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는 좋은 관계란 오래 지속하는 관계라는 오랜 통념을 깨고, 인터넷을 통해 가볍고 휘발적인 만남에 더 만족하는 현 젊은 세대의 성향을 특징짓는 말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익명의 상대와도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고, 서로 통하는 주제만 있다면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또 그렇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소통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거나 공감대가 사라지면 쉽게 관계를 끊고 차단하는 면모도 보인다.

젊은 세대의 특징을 표현하는 또 다른 용어로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하는 세대’의 줄임말인 ‘다만추’도 있다. 다만추는 한정된 시간과 노력을 소수 사람과의 관계 유지에 고지식하게 쏟기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적절히 가볍게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앞서 말한 후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기자 역시 MZ세대의 일원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특징들을 상당 부분 갖고 있다. 1990년대엔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을 통해 전혀 모르던 이들과 대화하는 진귀한 경험을 최초로 접했고, 2000년대 들어선 급속도로 진전된 인터넷 커뮤니티와 온라인 게임 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또 그중 두어 번은 게임 길드를 창설한 길드장으로서 여러 길드원을 통솔하며 다른 길드와 치열히 전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이끌겠다고 선뜻 나선 기자나, 그렇게 이끈다고 순순히 따라준 길드원이나 모두 MZ세대로서 공유할 수 있던 시대적 분위기나 정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그 이용과 참여에 익숙했기에 많은 관계를 온라인과 게임을 통해 맺어왔고, 그중 몇 번은 실제 만남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PC에 의존했던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교제도 시도하고 있다. 전혀 모르는 이들 간에 통화를 매칭시켜주는 통화 앱과, 서로 공통된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관심사를 나누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임 앱이 바로 그것이다.

모임 앱이야 애초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참가할 모임을 선택할 수 있는 데다 취미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통화 앱은 크게 달랐다. 일부 공개된 정보 외에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런 상태에서 직접 대면으로도 아닌 전화상으로 생판 모르는 이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니, 그 상상만으로도 부담이 컸던 탓에 처음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앱을 설치하고 며칠이 지나서야 첫 통화를 시도했는데, 7분 30초로 주어진 무료 통화 시간이 지나치게 짧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 간에 대화거리가 넘쳐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용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각자 풀어놓을 이야기가 잔뜩 있었고, 또 많은 이들이 상대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했던가. 기자는 통화 앱에 심취한 나머지 불과 닷새 만에 22명의 사람과 통화했고, 짧은 통화 시간이 아쉬웠던 나머지 통화 시간을 연장하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느라 5만~6만원 상당의 현금을 쓰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기자가 통화한 이들의 나이 스펙트럼은 상당했다. 나이가 가장 적었던 이가 19살이었고 가장 많은 이가 39세였는데, 모두 기자와 같은 MZ세대로 통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MZ세대라도 그 사고와 경험의 차이가 매우 클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애초에 해당 앱에서 설정할 수 있는 상대방의 나이는 17세부터 45세까지로 제한돼 있다. 또 지금이야 통화 앱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본래 앱의 개발 목적이 어학 공부를 원하는 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보니 기자와 통화하거나 연결된 이들 중에는 일본인이나 인도네시아인 등 외국인도 더러 끼어 있었다.

너무 길 듯해 과연 쓰는 게 좋을까 오래 고심했으나, 기억에 남는 그들의 이야기를 잠시 풀어놓고자 한다. 남의 일상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다음 부분은 넘어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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