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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경쟁력 높이던 '환율 효과' 2010년 기점으로 약화, 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0.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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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나라 무역전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6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 한 자릿수로 내려온 이후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어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자 위기의 바로미터인 1300원을 돌파한 시기부터 외려 수출 증가 폭이 작아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통념에 기반한 ‘환율 효과’는 사실상 실종된 채 지난 10일 기준 연간 누적 적자가 300억달러를 돌파하는 최악의 무역역조 상황을 맞고 있다.

‘환율 상승=수출 가격경쟁력 증대’라는 등식은 왜 예전만큼 성립되지 않는 걸까.

2010년을 기점으로 환율에 의한 우리 수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분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실질실효환율과 한국 수출비중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제공]
실질실효환율과 한국 수출비중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제공]

산업연구원(KIET) 동향분석실(이소라 부연구위원·강성우 연구원)은 19일 ‘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7월 실질실효환율은 9% 넘게 하락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은 실질실효환율 하락에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실질실효환율의 하락 폭 확대에도 한국의 수출 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하며 세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원화가치를 보인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실효환율(여러 외국통화의 가중평균에 대한 국내통화 가치)을 물가 및 비용 지수로 나눈 지표로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보여준다,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은 국내 수출제품의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이 높아짐을 뜻한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00년대 중반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락, 이후 서서히 증가하다가 2018년 이후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강달러 기조 속에 미국의 실질실효환율이 7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9% 올랐지만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실질실효환율은 모두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7월 실질실효환율은 전년 동월 대비 4.8% 떨어졌지만, 최근 수출 비중은 실질실효환율 하락에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연구진은 “2010년 이후 환율에 의한 수출 영향력이 과거와 상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전에는 국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그 관계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이용해 실증 분석을 진행한 결과, 주요 산업 수출은 2010년 이후 환율 변동에 의한 가격 경쟁력 영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전에는 실질실효환율이 1% 떨어지면 주요 산업 수출이 0.71% 증가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0.55%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일반기계·디스플레이·반도체 수출에 대한 실질실효환율 영향이 약화했으며, 섬유·석유화학 수출에 대한 영향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전에는 디스플레이 수출이 환율변화에 가장 탄력적(+1.69%)인 것으로 추정됐고, 수출의 환율탄력성이 가장 낮은 산업은 섬유(+0.56%)였다. 2010년 이후에는 자동차(+0.12%), 디스플레이(+0.04%), 반도체(+0.10%)에서 환율변화로 인한 수출량 변화 효과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제품 가공 단계별로는 2010년 이후 중간재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1차 산품은 환율 변화와 관련성이 없었는데, 이는 1차 산품이 세계 시장 가격에 따라 거래되는 특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간재와 최종재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은 2010년 이후 떨어졌는데, 감소 폭은 최종재(-0.05%)보다는 중간재(-0.27%)에서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최종재 중 소비재(+0.02%) 수출은 2010년 이후 환율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실효환율 1% 하락 시 산업별, 가공단계별 수출 증가 효과 [자료=산업연구원 제공]
실질실효환율 1% 하락 시 산업별, 가공단계별 수출 증가 효과 [자료=산업연구원 제공]

기술경쟁력이 중시되는 품목의 수출비중 증가로 환율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위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산업은 가격경쟁보다는 기술 차별화를 바탕으로 한 독과점 이윤을 창출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연구진은 “저가 품목 생산으로 가격 경쟁하던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산업 정책을 시행하며 수출 구조가 점차 고도화됐다”며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가격보다는 품질이나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요소가 중요해지며 환율의 영향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생산체제 편입 확대도 환율의 영향을 줄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기업내 무역, 해외 생산 등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가격 전가 압력을 낮췄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분업 확대로 인한 한국의 중간재 수입의 증가가 국내 수출 가격경쟁력 효과를 낮춘다고 봤는데, 환율상승으로 인한 중간재 수입 가격 상승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제품 가격 하락 효과가 상쇄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급속히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환율변동의 영향력 감소는 대외불확실성 감소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수출에 대한 환율 영향력이 향후 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환율변동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외환 리스크에 취약한 산업과 기업을 위한 환위험 관리 시스템, 지원 금융환경 구축 등 환율변동 대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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