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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마저 2년만에 역성장, '반도체 겨울'은 깊어지니...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1.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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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믿었던 수출마저 꺾였다. 넉 달 동안 한 자릿수로나마 버티던 수출이 아예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던 수출이 2년 만에 감소하면서 무역적자의 골은 25년 만에 가장 깊어지고 그만큼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도 짙어졌다. 글로벌 경제 위축 여파로 경기에 민감한 K-반도체의 수출길이 계속 좁아지면서 연간 무역역조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감소했다. 월 기준 수출액의 역성장은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입액은 9.9% 증가한 59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0월 수출액이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해 무역수지가 7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수출액이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해 무역수지가 7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수입 증가율(40.9%)이 수출 증가율(39.7%)을 추월한 이후 19개월째 수입 우위 추세가 이어졌지만 수출의 감소 전환으로 격차를 견주는 것 자체가 무색해졌다. 다만 역대급 무역적자를 심화했던 수입 증가율도 지난달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경제 버팀목 구실을 하던 수출은 지난 6월(5.4%) 이후 7월(9.4%) 8월(6.6%) 9월(2.8%)을 거치며 한 자릿수 성장세로 버티다 끝내 역성장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6억9600만달러 적자를 기록, 7개월째 마이너스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1995년 1월~1997년 5월) 장기 적자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역조다. 지난달 적자 폭은 9월(37억8000만달러)보다 대폭 확대되면서 지난 8월(93억9400만달러)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높은 수준으로 커졌다.

10월까지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하며 355억8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이는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연간 적자 206억달러보다도 73% 큰 규모여서 남은 두 달 동안 적자 폭이 얼마나 줄어들지 주목받게 됐다.

주력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경기 둔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위축, 역대 10월 최고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산업통상부에서 꼽은 수출 감소 전환 배경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의 리트머스지로 여겨지는 반도체의 부진은 무역역조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그 여파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2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7.4%나 급감했다. 7월(-7.8%), 8월(-5.7%)에 이어 석 달째 감소가 이어졌는데, 그 폭은 지난달 두 자릿수로 커진 것이다. 반도체 수출액이 100억달러에 못 미친 것은 18개월 만이다.

수출입액과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수출입액과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시스템 반도체 수출(43억8000만달러)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 7월부터 45억달러 안팎의 수출 규모를 유지했지만,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44억7000만달러)은 지난달에도 35.7%나 급감하면서 7월 이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보다 수출 규모가 큰 대표 품목이었지만 지난달 메모리 부문 수출액이 40억달러대(44억7000만달러)로 주저앉으면서 두 품목의 수출액이 처음으로 대등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가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수출 비중도 2019년 27.4%에서 지난해 31.1%로 높아진 뒤 지난달에는 37.8%까지 올라섰다.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제품 가격이 글로벌 수요 약화와 재고 누적 등으로 하락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지난 6월 D램 -11.9%에서 9월 -28.6%로 감소 폭이 커졌고, 플래시도 같은 기간 -10.3%에서 -29.2%까지 확대됐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경기 변동과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당분간 경기침체 우려 속에 스마트폰, PC 등 IT 제품 수요나 기업의 서버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세가 이른 시기에 개선되기는 힘든 터라 일찍 밀려든 ’반도체 겨울‘이 깊어지면서 수출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생산 부진도 깊어지면서 반도체가 떠받치는 제조업 생산도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수출 회복세와 성장 동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8월보다 4.5% 감소, 7월(-3.5%), 8월(-12.8%)에 이어 석 달 연속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과 함께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도 9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분기 기준 반도체 생산지수로 보면 3분기엔 직전 분기 대비 11.0%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23.6%)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반도체 생산이 2분기(-1.8%)에 이어 연속 감소한 여파로 반도체 비중이 큰 제조업 생산도 2분기(-1.7%), 3분기(-1.6%) 연속으로 동반 하락했다.

전체 수출액과 반도체 수출 증감율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전체 수출액과 반도체 수출 증감율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주요 기관이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부처별로 산업진흥·수출지원 전담체계를 구축·강화하는 한편 부처별 수출전략·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무역투자전략회의‘를 통해 이행현황 등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수출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11월 한국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의 향후 재고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출 전망은 5개월 연속 악화됐다“며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한국 수출도 내년 상반기까지 둔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평균적으로 12개월 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며 대외변수에 따라 수출 둔화세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번 한국 수출 하락 사이클의 저점은 내년 중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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