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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먹통 사태, SK C&C 책임론이 불거지는 몇 가지 이유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10.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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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를 야기한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해 SK C&C의 설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화재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했고, 메인 전기실과 무정전 전원장치(UPS)실, 배터리실을 한 층에 배치해 놓으며 이중화 조치도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화재에 취약한 리튬 이온 배터리, 천장에 있는 카카오 전선 태워

2년 전 KT 강남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에서 배터리로 기인된 유사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SK C&C가 예견된 재난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020년 KT의 강남 IDC 화재로 KT와 KT클라우드는 배터리 화재 사고를 경험한 뒤 지난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모두 납축전지와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꿨다.

하지만 이 같은 선례에도 SK C&C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계속 사용했고, 결국 여기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에서 난 불이 천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카카오 서버와 연결된 전선을 태웠고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이어졌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열에 취약하고 한 번 불이 붙으면 진압도 어렵다. 전기차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SK C&C는 이런 상황에서 고객사 주요 서버와 연결된 메인 전선 케이블 밑에 배터리를 보관했던 것이 주요 문제로 지목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화재 현장을 가봤는데 지하 3층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났다”며 “배터리와 UPS가 같은 공간에 있었고 건물 천장에 카카오 서비스와 연결된 전송 케이블이 탔다”고 설명했다.

SK C&C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데이터센터 건축 당시 리튬 이온 배터리가 효율 등이 좋아 다른 데이터센터에도 많이 도입되는 시기였다”고 전했다.

24일 박성하 SK C&C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박성하 SK C&C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구조·설계도 문제…밀집된 주요시설이 사고 키웠나

SK C&C 데이터센터 구조적 문제가 사태를 키운 측면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SK C&C가 메인 전기실과 UPS실, 배터리실을 한 층에 배치하고, 이중화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카카오측이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카카오 측은 “화재 발생과 거의 동시에 서버 대다수가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일반 데이터센터에선 전체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은 드물다. 이런 사고는 예상을 못했다”고 SK C&C측의 책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 같은 사고로 분산화와 이중화도 늦었다고 전했다. 카카오 측은 “분산화, 이중화 등 조치를 했지만, 전력 차단으로 개발 운영도구를 쓸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단, 복구지연 원인으로는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 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고는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서 이와 연결돼 있던 UPS까지 타격을 입은 사례다. UPS는 중앙 전원이 사고로 끊길 경우 전력을 일정 시간 대체 공급해주는 유사시 장비다. UPS용으로 배치된 배터리들은 유사시 전력 공급을 위해 충전 상태로 장기간 보관된다. 한국전력에서 들어오는 전력을 UPS가 센터 내 시스템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UPS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화재 발생 10시간이 지나서야 IT 전원 공급을 위한 메인 전원을 투입할 수 있었고, 사고 이튿날 오전 7시 전원 복구가 95% 완료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재발방지를 위해 UPS실-배터리실을 따로 분리하고, 똑같이 하나 더 만들어 이중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무중단으로 센터 내 전력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SK C&C는 설계문제에 대해선 부인하는 모양새다. 박성하 SK C&C 대표는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6월 점검을 받은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응 매뉴얼대로 대처했다”는 등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튬이온 배터리 상단으로 주 케이블이 지나가게 된 설계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말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메인 전기실과 배터리실·UPS실을 각각 다른 층에 배치해 중앙 전원과 유사시 전원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다수의 다른 업체들도 해당 시설들을 별도 층에 분리해 안전을 확보하거나 화재 위험을 고려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SK C&C의 판교 데이터 센터 전기실 내 배터리실에 설치된 가스계 소화 설비가 이번 화재를 진압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IDC에) 이산화탄소로 불을 끄는 장치가 있었는데, 전문가가 판단해야겠지만 화재를 진압하기에 좀 부족해 보이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SK C&C의 판교 데이터 센터 전기실 내 배터리실에는 가스계 소화 설비가 있었지만,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전 사태와 관련해 많은 책임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면서 “피해를 본 사용자와 고객사 여러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SK C&C와 네이버·카카오는 전원 차단 통보 시점을 두고 엇갈린 답변을 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사전 고지는 없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오후 3시 40∼42분에 자신들이 SK C&C 측에 전화를 걸어서야 화재 상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SK C&C는 화재 당일인 15일 오후 3시 33분에 카카오에 화재를 알렸다고 밝혀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실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실로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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