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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발 도돌이표 '물류 리스크' 왜?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1.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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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산업계에 다시 ‘물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가 지난 6월에 이어 전면 파업 재개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쟁점인 안전운임제의 일몰만 3년 더 연장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 경제위기 속에 화물연대 파업이 5개월 만에 재연돼 장기화할 경우 ‘물류 대란’으로 확대돼 최근 부진한 수출·내수에 미칠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예고한 대로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가 현장에서 여전히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5개월 만에 다시 운송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총파업을 중단했을 당시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고,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한 약속을 정부가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참여하는 조합원은 총 2만5000여명으로 철강·시멘트·자동차 등 주요 물류거점을 봉쇄하고 무기한 운송거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전운임은 매년 국토교통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안전운송 원가에 인건비, 유류비, 부품비 등 적정 이윤을 더해 결정되는데, 화물차 기사에게는 일종의 최저임금으로 받아들여진다.

화물연대는 이같은 안전운임이 사실상 화주 이윤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는 점을 들어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2020년부터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2개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를 통해 품목 확대 요구는 수용할 수 없고 안전운임제 일몰은 3년 연장해 추진하는 방안을  22일 내놓았지만, 화물연대 측은 여전히 반발하며 총파업 불사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화물 차주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이고, 화물연대는 노조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이라는 용어가 아닌 '집단 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파업 예고일이 임박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산업계는 ‘도돌이표’ 물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전체 사업용 화물차 가운데 6.2%에 불과한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량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넓힐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동안 시행한 결과로 볼 때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기에 일몰 연장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품목 확대에 대해서도 화물연대가 확대를 요구하는 다른 품목들은 컨테이너·시멘트와 견줘 차주의 임금수준이 500만~600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처우개선과 관련한 절박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확대에 선을 그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2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다른 업종들의 실태를 보게 되면 실제로 표준화 자체가, 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애초에 이 운임 제도를 도입할 때도 다른 품목들에는 적용 자체가 불가능해서 안 했던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전혀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이것을 투쟁으로 끌고 가기 위한, 투쟁을 위한 논리적인 명분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연장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했다. 국회에 발의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에서 그동안 대기업 화주가 요구해온 화주 책임 삭제, 처벌 조항 완화 등이 담겼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주책임 삭제하는 연장안 폐기하라’는 성명을 통해 “안전운임제도는 시장의 실패로 인해 화물노동자에게는 밑바닥 운임이 강요되고, 도로의 안전이 위협됐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그러나 대기업 화주의 비용과 책임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정부와 여당은 다시금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화물 총파업 연대 및 대체수송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24일 0시 돌입이 예고된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대체수송을 거부하는 등 연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한 안전운임 연장안에 화주책임이 삭제돼 있다며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화물 총파업 연대 및 대체수송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24일 0시 돌입이 예고된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대체수송을 거부하는 등 연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한 안전운임 연장안에 화주책임이 삭제돼 있다며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예고대로 운송차량의 집단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 재료 공급 등에 차질이 생겨 시멘트·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컨테이너 수출은 물론 일반 화물을 운송하는 유통·물류업계에 미치는 여파도 클 수밖에 없다. 정부 추산으로는 지난 6월 7~14일 화물 파업 당시 8일간 피해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여파까지 고려하면 총 피해액은 2조원에 달한다.

이같이 물류 파업의 피해를 경험해본 경제계에서는 안전운임제의 즉각 폐지와 아울러 차주와 운송업체, 화주가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촉구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22일 성명을 통해 “글로벌 수입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기업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자동차, 철강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이 일주일 넘게 마비되는 등 수출 현장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하면서 "수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고려해 화물연대 측이 즉각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차주·운송업체·화주 간 상생협력에 나서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23일 논평을 내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안전 운임제야 말로 화주-운수사업자-화물노동자가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맞받았다. 화주는 안전운임제로 인한 다단계 감소로 물류산업의 투명성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산업 내 전체적인 물류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게 되고, 운수사업자로서는 최저입찰이 아닌 안전운임제를 통해 운송료 책정으로 출혈 경쟁이 줄어들게 되며, 화물노동자는 적정운임 보장으로 안정적인 화물운송과 생계유지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입장을 강조하면서 이번 운송거부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화물운송업 면허취소와 같은 처벌도 가능한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신속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원희룡 장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화물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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