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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조업강국...수출여건 악화에 역대급 '재고 덫'까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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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대유행) 격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출강국’ ‘제조업강국’의 위상으로 난관을 헤쳐나왔던 한국 경제에 잇따라 침체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각종 실물경제 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했던 때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 구조상 그간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산업 부문에서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난국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수출액이 5.7% 역성장하면서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해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키우는 가운데 수출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10월 산업생산이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산업동향 발표가 나온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산업생산이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산업동향 발표가 나온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6.7% 하락,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10월(-3.4%) 이후 24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림 폭 또한 2020년 8월(-9.3%)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물량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4% 감소, 2020년 8월(-3.7%)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금융허브인 미국 주도의 고강도 긴축 여파, ‘세계의 공장’ 중국의 방역 봉쇄 장기화 등으로 지구촌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한국 수출품의 재고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공장 설비 가동을 멈추고 줄이는 것으로 위기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국내 제조업 가동 상황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본격화하던 시기로 되돌아갔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지난달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3.6% 줄었다. 제조업 출하 또한 2.0% 감소했는데, 수출 출하(-1.4%)도 줄었지만 내수 출하(-2.5%)마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다른 활로를 모색할 수도 없는 설비가동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가동률은 72.4%로 2020년 8월(70.4%)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3월 78.0%까지 회복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75% 이상을 유지하던 가동률이 1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전월 대비 2.7%포인트(p)의 하락 폭은 코로나 유행기에 최저 가동률(63.5%)로 추락한 2020년 5월(-6.3%) 이후 가장 컸다. 지난 9월(-0.8%)에 이어 연속 떨어졌는데, 2020년 4, 5월 이후 첫 2개월 연속 하락이다.

제조업 재고율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제조업 재고율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제조업 재고율(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122.1%로 9월보다 0.7%p 높아졌다. 국가통계포털(KOSIS) 통계를 보면 코로나 쇼크로 2020년 5월 127.5%까지 치솟았던 재고율은 그해 9월 100%대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8월부터 110%대로 올라섰다. 지난 6월(124.2%) 이후엔 120%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30~140%의 재고율을 보인 이후 가장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역대급 ‘재고 덫’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수출 부진이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려 기업의 재고 부담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생산은 위축되고 재고는 쌓여가는 상황에서 10월 제조업을 포함한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2015년 100 기준) 지수는 115.4로 전월 대비 1.5% 감소, 2020년 4월(-1.8%)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전산업 생산은 7월(-0.2%), 8월(-0.1%), 9월(-0.4%)에 이어 4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1~5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업종별로는 수출 감소 전환으로 타격을 입은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생산이 3.5% 감소했다.

수출 부진을 메워왔던 내수마저 둔화했다. 서비스업생산이 0.8% 줄어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4로 0.2% 감소했다. 3월(-0.7%)부터 7월(-0.4%)까지 5개월 연속으로 줄어들다가 8월 반짝 반등했지만 다시 두 달 연속 내림세에 접어들었다.

산업활동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산업활동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보합을 보인 가운데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2.4로 9월과 같았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2로 9월보다 0.1p 떨어져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 여전히 경기 전망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광공업 생산이 부진했고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도 주춤하면서 경기 회복·개선 흐름이 약화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대외 이슈를 중심으로 하방 요인이 많아 수출 제조업 둔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수출과 투자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의 강도가 제약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보였던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에서 한 달 만에 벗어난 가운데 소비·투자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증가, 월드컵 특수 등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이태원 참사 영향, 반도체 불황, 부동산 경기 침체, 여전히 높은 물가수준, 금리 상승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생산 측면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 공급망 차질 완화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으나 수출 감소세 지속,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영향 등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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