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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릴레이 기준금리 인상에서야 '속도조절'...한달새 이동한 통화정책 무게중심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1.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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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외환위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 최악의 고물가를 잡기 위한 올해 우리나라 통화 긴축의 행보는 한국은행 역사상 최초의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마무리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5%대에서 횡보하고 있지만 한미 기준금리 격차 등에 대응한 사상 세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5.0%포인트 인상) 대신 통상적으로 0.25%포인트(p)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결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과속'에 무리하게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국내 상황에 눈을 돌려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의 무게중심 이동이 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4·5·7·8·10·11월 숨가쁘게 이어진 6회 연속 정책금리 인상은 한은 사상 최초의 긴축 행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도조절론을 반영한 베이비스텝으로 올해 마지막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일단 0.75%p로 좁혀졌지만, 다음달 달 연준이 최소한 빅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p까지 다시 벌어지게 된다.

이같은 한미 금리 격차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한은이 긴축 보폭을 줄인 것은 무게중심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8월 금통위 회의 뒤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밝힌 견해로 볼 때 미국 중앙은행이 고강도로 주도하는 긴축 속도에 맞출 것으로 예상됐다.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 우려 등의 현실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연준처럼 4회 연속 ‘거인의 걸음(자이언트스텝·0.75%p 인상)'까지는 아니어도 한은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큰 걸음’을 두 번씩이나 내디뎌야 했던 것이다.

석 달 뒤 이 총재가 내놓은 설명에서는 통화정책의 중심점이 확인된다. 그는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준과의 '긴축 동행론’에 대해 "올해 영향이 컸으니 독립할 수 없다고 한 것이지 (우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연준을 우선적으로 본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우리 금리 정책은 국내 요인이 먼저“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에 이어 지난달 다시 빅스텝을 밟을 때만 해도 환율 불안 등의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컸기에 물가 억제에 이같은 변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국내 요인에 눈을 돌려 긴축 속도조절을 통해 정책대응의 기준을 바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에서도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 나오면서 베이비스텝으로 속도조절론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등의 문구에서 ‘성장세’란 단어가 세 번씩이나 사용될 정도로 지난달 통방문에 처음 등장했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시각이 확대된 것이다.

과도한 금리인상이 성장세 둔화, 경기 위축 등을 부추기지 않도록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한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아울러 급락한 원화가치가 이달 들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지난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건이 발생하면서 채권 등 자금시장의 경색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한번 터지면 도미노 타격이 심대한 금융위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 애널리스트는 “통방문에서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한국은행의 정책 기준이 환율 안정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 즉, 한국 내부적인 펀더멘털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24.7원이었지만 이날은 1328.2원에 마감했다. 한달새 원화가치가 100원가량 오른 것이다. 그는 “12월 연준 금리인상의 속도조절(빅스텝)이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 초점은 국내 경기 여건으로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긴축 터널을 빠져나오는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성장과 금융안정이라는 시각을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면서 "최종금리가 3.5%로 본 위원이 3명이었고, 3.25%에서 멈춰야 한다는 위원이 1명, 3.5%를 넘어서 3.75%까지 올리는 것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이 2명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3.5%가 대다수 제안이었지만 지난달 3.5%로 봤을 때와는 주안점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10월에는 최종금리를 고려할 때 외환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대외요인에 중점을 뒀지만, 이번엔 금융안정 상황 등 국내 요인의 변동성이 있어 위험성을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토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가와 성장간의) '트레이드 오프(상충관계)' 상황에서 금융안정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의 2022, 2023,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메리츠증권 제공]
한국은행의 2022, 2023,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메리츠증권 제공]

고물가의 억제도 중요하지만 경기와 금융안정을 고려한 속도조절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10월은 빅스텝 단행을 이끈 연준과 외환시장 불안이었다면, 11월은 PF 중심 자금조달 위축 및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점에서 속도조절 논리가 명확하다”며 “특히 대외금리차 관련된 미국 통화정책 부담은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총재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과 1개월만이나 현재 통화정책의 중심은 대외여건보다 내생변수로 옮겨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을 반영해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8월의 전망(2.1%)보다 0.4%p 낮춘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은 잠재성장률(2%)과 경기침체로 여겨지는 성장률(1%대 초반) 사이인데,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 한국의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존 대비 낮춘 0.4%p 거의 전체가 대외 요인"이라며 "국내 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는 0.1~0.2%p였지만, 환율이나 다른 요인과 함께 상쇄됐다. 보수적으로 본 수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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