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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속 인상에도 종착점 불확실한 기준금리...시장의 해석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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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해가 바뀌어도 기준금리 연속 인상 기조는 이어졌고, 새로운 금리 흐름에 대한 명시적인 시그널은 나오지 않았다.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가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통화당국의 스탠스만 확인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인상 마무리 평가와 함께 연내 인하 전환 가능성을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p) 인상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책금리는 2008년 12월(4.00%)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전년 동월 대비 6.3%로 고점을 찍은 뒤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5%대로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금융 부문의 안정화를 위해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이번 인상 후 상단 기준 1.0%p)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사상 첫 7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금통위는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기저 효과, 수요 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져 연간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며 "다만 향후 물가 전망에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폭, 국제 유가·환율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작년 11월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베이비스텝(0.25%p 인상)으로 통화긴축의 속도조절을 시작했지만, 경기 위축 우려가 더 커지는 계묘년으로 바뀌어도 동결 없이 연속 인상 퍼레이드를 이어간 것이다.

긴축 기조는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인상 사이클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2020년 3·5월 기준금리를 0.75%p 내린 금통위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으로 어느 나라 중앙은행보다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것을 신호탄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이후 지난해에는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으로 확산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여나가는 데 사상 최초의 빅스텝(0.5%p 인상, 7·10월)까지 동원해야 했다. 15개월 동안 동결됐던 기준금리가 17개월 간의 상승 사이클에서는 공격적인 10차례 인상을 통해 3.0%p나 치솟았다.

한 달에 0.17%p꼴로 숨가쁘게 오른 역대급 광속 인상 행보로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경기 침체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지만, 통화당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한은이 물가 수준이 중장기적으로 2%(안정 목표치)대에 수렴한다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번 긴축 터널을 빠져나오는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 전망도 금통위원 사이에서 3대3으로 반분됐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본 뒤 그 수준에서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어 "나머지 세 분은 상황에 따라서는 1∼2개월 사이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반드시 (3.75%로) 올리기보다는 배제하지 말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전 금통위에서 나타난 적정 최종금리 분포는 3.5% 3명, 3.75% 2명, 3.25% 1명이었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2명이 동결로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동결과 추가인상 의견이 팽팽해진 것이다.

이렇듯 최종금리 예상이 반분됐지만 명확한 종착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총재는 “금통위는 3개월 정도 기간 기준금리의 정점을 최종금리 수준으로 정의한다"면서도 석 달 이후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이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한지 이견이 많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및 외환시장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점도표가 바뀌듯 금통위원 견해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분기마다 전망치를 공개하는 금통위의 최종금리 성격에 대해 지난해 말 이 총재가 “소통의 차원이지 정책 약속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만큼 시장에서 불필요한 예단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신중모드로 읽힌다.

그는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할 전망에 대해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밝힌 위원 3명은 3.5% 수준에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영향을 본 다음 올릴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3.75%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물가 흐름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고 연준의 금리 방향성 등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에서, 중장기적으로 정책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으며 "(물가 상승률이) 2%로 간다는 근거가 없으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고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같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불씨를 살리면서 인하 가능성을 차단한 것에 대해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의 발언은 다소 모호했다. 시장 기대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미 기준금리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통방문에 연간 성장률의 추가 하향을 명시할 만큼 올해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되 경기 흐름도 살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떤 전망도 '모호성'이 입힌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이 멈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물가 궤적에 대해서도 이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높은 수준의 경계감은 유지했지만, 이번 통방문에서 물가 상승 관련 문구가 이전의 ‘인플레이션 지속’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적어도 한국은행 역시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인정했는데 한은이 이와 함께 경기 하방 리스크도 강조한 까닭은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금리인상 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연속 금리인상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추가인상 기대 자체를 닫은 것은 아니나, 물가안정 및 경기둔화를 인정하고 아직 취약한 단기자금시장 조달위험 등을 고려한 신중성이 높아진 점은 분명하다“며 ”이번 인상 사이클의 마무리로 보고 있으며, 한은 총재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음에도 연내 인하 전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통방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처음으로 소비가 부정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금통위 의결을 ‘동결같은 인상’으로 평가한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 회복흐름 약화’ 표현은 연내 인하 반영 재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이 최종금리를 1년 이상 유지했던 역대 두 차례 시기 모두 통방문에 ‘소비/내수 둔화/주춤’ 문구가 등장하고 8~9개월 뒤에 인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둔화’ 단어가 없는데 2011년 ‘성장 하방위험 증대’ 문구 등장으로부터 9개월 후 금리를 인하한 점도 지금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이같은 분석들로 볼 때 한은은 새해 들어 물가 상승률이 5% 아래로 확실히 꺾이거나 다음달 1일 연준이 베이비스텝으로 낮춰 긴축 속도조절을 가속화할지 등을 확인한 뒤 모호성을 걷어내 인상 피날레 시점을 정하고, 이 총재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최종금리 반영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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