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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투어] '48시간 K리그2 챌린지', 영남·호남 찍고 충남으로! (上)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1.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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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마다 걷기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요즘 걷기 여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충 둘러보고 돌아서는 관광은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모든 감각을 통해 직접 수집된 오감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관광으로 여행자를 인도합니다. 길 위에서 게으르게 움직이며 풍경과 세상사를 느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중입니다. 천천히 구석구석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48시간 K리그2(프로축구 2부) 경기장 방문 챌린지’ 이런 챌린지를 알고 있는가. 대부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기자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1일차 방문 구단 [사진=김준철 기자]
1일차 방문 구단 [사진=김준철 기자]

해당 챌린지를 만들고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유튜브 영상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야구 유튜버 ‘디노스’의 ‘과연 하루 안에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전국에 있는 KBO(프로야구) 9개 구장에 갈 수 있을까!?’라는 영상을 보고 축구도 가능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주저 없이 동선을 짜기 시작했고, 48시간이라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기념해서다. 원정 16강이라는 드라마를 쓴 대표팀 선수들이 누비는 무대와 터전은 어디인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부진한 선수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이는 K리그 전체의 비판과 비난으로 번졌다. 분명 이들 역시 좋은 구장에서 그들만의 축구를 하고 있을 것인데 과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따랐다. 기자만의 방식으로 이들을 응원하고, 축구 팬들에게 구단과 경기장, 선수들을 소개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 챌린지를 시작했다.

■ 부산아이파크 -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광역시 연제구 월드컵대로 344)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사진=김준철 기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사진=김준철 기자]

이번 챌린지의 시작점이다. 자정 12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쌀쌀한 날씨에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경기장 주변에선 빛이 새 나오고 있었고, 산책을 즐기는 부산 시민도 몇몇 보였다. 사실 부산아이파크 홈 경기장은 서구 서대신동에 있는 구덕운동장이다. 하지만 2021년 구덕운동장을 철거하고 2028년까지 축구전용구장으로 만들겠다는 마스터플랜이 등장하며 홈 경기장을 사직으로 옮겼다. 1996년 착공해 2001년 9월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을 목적으로 개장했다. 좌석수는 5만3769석으로 최대 8만명 관중 수용이 가능하며, 지붕은 돔 형태의 반 개방형 구조로 원을 형상화했다.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성지로 월드컵 본선 출전 사상 첫 승을 따냈던 2002 FIFA 한·일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 폴란드전이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

부산은 구도(球都)라고도 불린다. KBO의 롯데자이언츠가 부산의 대표 스포츠팀으로 자리 잡았고, 부산아이파크 전신인 대우로얄즈 역시 한창 인기를 끌면서 생겨난 말이다. 안정환, 마니치, 우성용, 김주성 등 실력이 뛰어나고 외모가 수려한 선수들이 많아 ‘오빠 부대’를 형성할 정도였다. 지난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풀백 김문환도 부산아이파크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대도시에 위치한 터라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종합 경기장이라 야구장과 농구장 등도 함께 구경할 수 있어 스포츠 팬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구단 성적 및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2015년 K리그1(프로축구 1부)에서 강등된 뒤 2020 시즌 승격에 성공했으나 지난 2년 간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은 꼴찌에서 바로 위였다. 설상가상으로 5억원을 들여 가변석과 라커룸 등을 정비했지만 3년 뒤 또 다시 떠날 처지에 몰렸다. 재건축이 확정된 사직 야구장의 임시 구장으로 주 경기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리그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부산아이파크에 다시 봄은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 역경을 순탄하게 이겨내길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빠르게 경기장 한 바퀴를 돈 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을 청한다.

■ 경남FC – 창원축구센터 (경남 창원시 성산구 비음로 97)

창원축구센터 [사진=김준철 기자]
창원축구센터 [사진=김준철 기자]

새벽 일찍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쪽잠을 자는데 그쳤다. 부산 서부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넘어갔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아침 7시가 조금 지났다. 어둑어둑해 형체만 조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겨본다. 창원축구센터는 좌석 수 1만5074석으로 규모가 큰 경기장은 아니다. 그러나 기자가 가본 경기장 중 시야는 1·2부 경기장을 통틀어 ‘톱 3’ 안에 들 만큼 훌륭하다. 아울러 창원 시내인 상남동과 그리 멀지 않고, 창원중앙역과 창원역, 마산역, 창원종합버스터미널 등이 있어 외부에서 오기도 편해 홈·원정 팬 가릴 것 없이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창원축구센터를 홈 경기장으로 쓰는 경남FC는 지난 새벽 봤던 부산아이파크와 라이벌 관계다. 낙동강 사이를 둔 연고지 간의 더비 ‘낙동강 더비’가 이어지는 중이고, 해당 더비에선 패배한 팀이 승리한 팀에 조공을 바치는 벌칙까지 내걸고 있다. 올해 두 팀은 그대로 2부 리그에서 만난다. 올해 조공은 무엇일지 벌써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경남FC는 한 때 감독이었던 조광래 감독의 이름을 따 ‘조광래 유치원’이라 불리며 리그에 걸출한 신인을 배출해내는 육성형 구단이었다. 현재도 경상남도를 기반으로 훌륭한 유소년 선수 발굴과 육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감독도 ‘2002년 전설’ 설기현으로 유소년 출신 선수를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킨 성과와 팀을 젊고 완성도 있게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2020년 K리그2로 내려온 뒤 연달아 승격엔 실패했으나 설기현 4년 차, 대박을 기원하는 전문가와 팬들이 적지 않다. 그래야 많은 팬이 좋은 시야와 쾌적한 관람이 가능한 창원축구센터로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전남드래곤즈 – 광양축구전용구장 (전남 광양시 폭포사랑길 20-26)

광양축구전용구장 [사진=김준철 기자]
광양축구전용구장 [사진=김준철 기자]

해가 완전히 뜨길 기다렸으나 더 이상 지체하다간 다음 일정이 꼬일 위기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창원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광양시 소재 진상역으로 향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광양축구전용구장으로 발을 옮겼다. 상당히 거리도 멀고 교통수단도 여럿 이용해야 해 오전 11시 30분이 다 돼서야 도착했다. ‘드래곤 던전’이란 별명답게 입구부터 웅장하다. 관중석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려 있어 슬쩍 들어가 경기장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샛노랑 좌석 중간 중간 검정 벤치를 섞어 글씨를 만들어낸 모습이 단정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위엄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전남드래곤즈 홈 경기장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건설된 축구 전용 구장이다. 축구 전용 구장은 말 그대로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한 경기장으로 보통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트랙에 의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붙어 있는 형태의 경기장을 의미한다. 본래 포스코 광양 제철소 직원들의 체육 활동을 위해 포스코에 의해 지어진 구장이었고 1993~1994년 포항제철아톰즈가 출장 경기를 하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1995년 전남드래곤즈가 리그에 참여하면서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포항스틸야드와 함께 중소 도시의 가장 이상적인 구장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인구 14만 도시 광양에서 평균 관중이 1만~1만2000명으로 연고지 인구 수 대비 관중 수 순위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전 프리미어리거 지동원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떠나면서 평균 관중은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 그 영향 탓인지 2018년 K리그2로 강등돼 좀처럼 2부 리그를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지난 시즌은 꼴찌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포스코 광양 제철소밖에 없어 팬 유입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 판단됐다. 팬들을 유인하기 위해선 성적이라도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 아닐까.

■ 광주FC – 광주축구전용구장 (광주광역시 서구 금화로 240)

광주축구전용구장 [사진=김준철 기자]
광주축구전용구장 [사진=김준철 기자]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시내로 나오는 것도 한참이다. 중마(동광양)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아 오후 4시에 광주에 도달했고, 5시가 되기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광주축구전용구장은 월드컵경기장 부지 내 조성한 보조 경기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2020년 6월 개장한 준(準)축구전용구장으로 현재 광주FC가 사용하고 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지은 축구 전용 구장이라는 점에서 K리그 상황에 알맞은 시설 활용 방법으로 많은 축구인과 구단 관계자, 축구 팬의 주목을 받은 경기장이다. 본부석 상단의 고정석 외 4면이 모두 가변석으로 채워진 유일한 전면 조립식 경기장이다. 본부석 건물을 재건축하고 그 반대편에 수납이 가능한 가변석을 세우면 7000석 규모가 되는데, 골대 뒤 가변석 각각 1500석씩을 넣으면 1만석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리그 휴식기를 맞아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심지어 펜스를 둘러놓아 주변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경기장 한 바퀴를 도는 것조차 힘들어 펜스 틈 카메라 렌즈를 살짝 걸치고 사진 한 장 찍는데 만족했다. 오히려 구경하기엔 바로 옆에 있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 더 편했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서 이기며 아시아 축구 역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낸 장소다. 광주FC도 전용 구장이 지어지기 전 이곳을 홈 경기장으로 활용했는데, 시야가 극악이라 오히려 팬들 만족도는 전용 구장으로 옮긴 뒤가 더 높다는 후문이다.

광주FC엔 과거부터 팬들 눈을 사로잡은 선수들이 활약했다. 지난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윙 포워드 나상호는 광주FC에서 데뷔했고,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엄원상과 엄지성 또한 광주FC가 길러낸 선수들이다. 광주FC는 지난 시즌 K리그2 1위를 차지해 올 시즌 K리그1로 올라갔다. 관중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할 수 있는 광주축구전용구장, 여기서 팬과 함께 뛰는 광주FC 질주가 1부 리그에서도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 대전하나시티즌 – 대전월드컵경기장 (대전광역시 유성구 월드컵대로 32)

대전월드컵경기장 [사진=김준철 기자]
대전월드컵경기장 [사진=김준철 기자]

광주축구전용구장과 월드컵경기장을 돌아본 후 다시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대전광역시유성금호고속터미널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니 저녁 8시, 1일 차 마지막 스폿에 도착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근처 유성 인터체인지(IC)가 있어 고속도로 접근성은 준수하지만 대전 중심부와 거리가 멀어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을 이용할 땐 복잡한데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경기장 모습은 이러한 불편함을 싹 잊게 만든다. 저녁엔 처음 방문해봤는데 자주색 조명이 경기장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다. 실로 대전월드컵경기장 별명인 ‘퍼플 아레나’다운 외관이었다.

2001년 9월 2002 FIFA 한·일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4만903석인 경기장이다. 6만6704석의 서울월드컵경기장, 4만4031석의 수원월드컵경기장, 4만3554석의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 크기의 축구 전용 구장이다. 2002년 16강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집으로 돌려보낸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대전하나시티즌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이다. 창원축구센터와 마찬가지로 시야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관중석과 피치 사이의 거리는 가까운데 고도가 높아 경기 집중도를 끌어올리는데 유용하다. 양쪽 골대 뒤 스탠드에는 각각 대형 전광판이 달려있어 어느 곳에서든 편히 전광판을 볼 수 있고, 60개의 출입문이 설치돼 전 관중이 7분 내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있다. 대전 중심부와 거리가 있어 부대시설과 맛집 찾기는 만만치 않으나 경기장 자체는 상당히 관중 친화적이다.

또 대전은 ‘축구특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대전시티즌은 김은중, 이관우와 같은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2만명에 육박하는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K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했으며 어렵지 않게 축구특별시라는 별칭이 붙었다. 지난 월드컵 스타 황인범이 대전시티즌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유일한 2부 리거로 벤투호에 승선한 조유민도 이 팀 소속이다. 본래는 시민 구단이었으나 2020년 하나금융그룹이 구단을 인수해 기업 구단으로 전환, 대전하나시티즌으로 구단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 시즌 승격에 성공해 광주FC와 함께 K리그1으로 올라간다. 함영주 구단주가 공격적인 이적 시장 행보를 보이며 K리그1 지축을 흔들 것을 예고해 팬들은 벌써 신바람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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