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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가 불 댕긴 '노인 무임승차' 지원 혹은 조정, 사회적 합의 이룰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2.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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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손실 보전을 촉구해온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이슈가 무임혜택 연령 상향 논의로까지 확대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자 그간 손실분을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으면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호응했다. 이에 정부·여당도 지방자치단체의 적자에 대한 보전 대책과 아울러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방안까지 종합 검토하기로 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무임승차의 연령을 올리는 문제라든지, 적자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문제를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요금을 지불하는 승객.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요금을 지불하는 승객. [사진=연합뉴스]

그는 "지자체가 1년에 수천억원 적자를 부담하면서 계속 가게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인식은 있다"고 전제한 뒤 “적자에 대한 부담을 중앙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할지, 수십 년 전에 정해진 65세 노인(기준)이 맞는지, 즉 연령 상향 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요금을 50%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도입된 뒤 서울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1984년부터 '65세 이상 100% 면제'로 확대돼 현재까지 노인복지의 대표적 정책으로 유지돼오고 있다. 다만 법률상 지자체가 손실까지 100% 떠안는 구조이다 보니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운영 부담은 가중됐고, 손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시철도와 달리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근거해 무임수송 손실을 매년 60% 이상 국고에서 보전받고 있어 지자체는 공익서비스 손실 보전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가 전체 이용객의 12%에 달하는 서울시의 경우 매년 1조원대 적자의 30%가량이 무료이용에 따른 손실이어서 오 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파산'을 막으려면 8년째 손대지 않은 지하철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르면 오는 4월 300~400원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무임승차 손실분을 중앙정부가 보전해주면 인상 폭을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의 유지, 6대 도시로 혜택이 쏠린다는 점 등을 들어 국비 지원에 난색을 표해왔다.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지자체의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본회의 처리도 불발된 바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서 "서울 지하철은 원가가 2000원인데 1인당 운임은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제라도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 난방비만이 아니라 교통비도 민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최근 기재부로부터 실무 보고를 받았다고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설명했기에 정부의 스탠스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새해 첫달 전기료 등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다시 끌어올리면서 공공요금은 고물가시대 민생의 고통 수준을 반영한다. 그런 만큼 지난해 회사채 시장의 경색을 불러온 한국전력의 적자가 금융위기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손실 보전을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 정책 시행 등과 맞물려 당정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나올지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전국 도시철도는 재정난이 가중됨에 따라 매년 1조원 이상의 공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손질로 무임승차 적자를 구조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논의에 불을 붙인 무료이용 혜택연령의 상향 조정론이 그것이다.

대구시는 전날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오는 6월부터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맞춰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SNS를 통해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돼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엔 발표 청년 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이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오 시장도 이에 호응하면서 대중교통 요금 시스템 개선과 무임승차 손실분 국고 지원의 '투 트랙'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SNS에서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발등의 불이지만, 급격하게 고령사회가 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복지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바탕에 있다"고 밝혔다. 노년층 무임승차로 발생한 부담을 결과적으로는 청년층의 요금 인상으로 상쇄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합의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국가 복지 정책으로 결정된 무임승차 제도인 만큼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연령별·소득 계층별·이용 시간대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 국회, 정부와 논의하겠다. 노인 세대를 존중하되 지속 가능하고 감당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금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노인회와 연초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이달 중순으로 토론회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경로우대’로 불리는 지하철 무임승차제 적용 연령은 2017년 상향 조정이 검토됐고 2019년,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지만 노인사회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급속한 저출생·고령화가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상황에서 도시철도 무료이용 허들을 높이는 것은 노인 연령 기준 재설정과도 맞물린 만큼 정치권의 논의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용지원을 위한 시나리오별 재정소요 추계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용지원을 위한 시나리오별 재정소요 추계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무료이용 연령 상향 조정이든 손실분 국고 지원이든 40년 넘게 이어진 제도의 변화에 따른 재정소요는 얼마나 될까.

13개 광역·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가 지난해 9월 무임승차 손실의 국가 지원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최근 5년 간 무임승차 손실액은 연평균 551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나온 국회 예산정책처의 '도시철도 무임수송 운임지원 재정소요 추계'에 따르면, 향후 5년간(2024~2028년) 무임승차를 보전하기 위한 재정은 2조1288억~4조35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국비 지원비율과 혜택 연령 기준선을 나눠 4가지 시니리오로 추계한 결과다. 연평균으로 ‘국비 100%+65세 이상’ 8700억원, ’국비 100%+70세 이상‘ 6082억원, ‘국비 70%+65세 이상’ 6090억원, ‘국비 70%, 70세 이상’ 4258억원 등이다.

예정처는 “향후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도시철도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 및 사회적 편익 창출이라는 공익적 기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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