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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 고금리 고통분담 촉구 목소리 높이는 배경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2.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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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중소기업계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을 촉구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5%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이 9년 만에 가장 높아진 상황에서 경영상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하면서다.

중소기업단체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경영상 최대 애로로 꼽은 대출금리의 인하를 금융권에 요구하면서도 정책 당국에는 은행이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에 따른 경영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협의회는 중소기업 대출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 716조원에서 지난해 말 953조원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2019년 말 685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014조원까지 늘어난 상황을 지적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자금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까지 급증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금융권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작년에만 1조4000억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되는 등 은행-기업 간의 온도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성명에서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의견을 수렴해 예대(대출-예금)금리차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금융권이 성실히 이행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집행률이 저조한 저금리 대환대출의 한도와 지원범위를 넓히고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금융문화 조성에 앞장서줄 것을 주문했는데, “상생금융지수를 만들어 은행의 상생노력을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상생 차원에서 금융권이 밝힌 5000억원의 상생기금을 대폭 확대해 취약차주 부담 완화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은행도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처럼 기업 직접 투자를 허용해 은행도 살고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업은행이 투자은행을 겸업할 수 없어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없고 담보대출로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을 들어 중소기업이 대출금리 타격을 직격으로 받지 않도록 은행의 수익원 다변화를 통한 접근법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이같은 제언은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기에 당장 고금리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계로선 대출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회견에서 공개된 '고금리 관련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 시 겪었던 애로 사항(복수응답)에 대해 ’높은 대출금리‘라는 응답(85.7%)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과도한 서류제출 요구‘(20.7%), ’대출한도 부족‘(12.7%), ’대출금 일부 상환 요구‘(7.0%)가 그 뒤를 이었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대처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59.0%), ’일부 대응하고 있으나 불충분하다‘(31.3%)는 응답이 많았다.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이 역대급으로 높아져 있기 때문에 기업 자체만으로는 대응수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지난해에만 7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25%포인트나 끌어올린 초긴축 기조에 중소기업의 고금리 부담은 실로 컸다. 5% 이상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30%에 육박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예금은행 기업 대출금리는 5.56%로 전년 동월 대비 2.42%포인트(77%)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2.25%포인트)을 웃돌았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5.76%로 72% 상승, 5.32%로 86% 오른 대기업의 오름 폭보다 덜했지만 2012년 6월(5.81%) 이후 10년 반 만에 최고 수치다.

금리 수준에 따라 구분해보면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은 컸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5% 이상의 고금리 대출 비중은 28.8%로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8.6%)과 비교해서는 3.6배 확대됐고, 1년 전(3.0%)보다는 10배(9.6배) 가까이 커진 수준이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별 비중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별 비중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월 5.4%에 불과했지만 6월(12.3%), 8월(28.8%), 10월(69.5%) 가파르게 ’더블링(두배 확대)‘을 이어오다 11월엔 83.8%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92.3%)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가 12월 77.3%로 다소 낮아진 상태다. 5%~6% 미만 구간은 2019년 5.3%, 2021년 1.8%를 거쳐 지난해 16.9%로 치솟았고, 6%~7% 미만 구간도 2019년 1.8%, 2021년 0.6%에서 지난해 8.5%로 폭증했다.

반면 3% 미만의 중소기업 저금리 대출 비중은 2021년 60.5%에서 지난해 11.9%까지 급감했는데, 코로나 직전(2019년 24.8%)에 비해서는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과 견줘도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지난해 5% 이상의 대출금리 비중이 18.9%로 1년 전(3.0%)보다 6.3배 증가해 중소기업의 증가 폭(9.6배)을 밑돌았다. 상대적으로 지난해 3% 미만의 저금리 대출 비중도 23.6%로 중소기업의 저금리 비중보다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까지 지난해 67조원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조원을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여파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새해 첫 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현재 3.50%까지 높아진 고금리 기조가 멈추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들이 상품을 만들어 팔아도 빌린 돈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위기감은 더 높아질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6월 0.20%부터 9월 0.23%, 12월 0.28%로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긴축을 주도하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여전히 난망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국면에서 오는 23일 한국은행이 긴축 고삐를 어떻게 쥘지를 중소기업계가 다시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고금리 고통 분담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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