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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인상에 기대인플레마저 다시 꿈틀...한국은행 대응 스탠스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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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새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근원물가 상승세도 꺾이지 않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율마저 두 달 연속 올랐다. 한국은행이 1년에 8차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통화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의결문에서 짚는 이들 3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율과 더불어 통화당국이 핵심지표로 주시하는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석 달 만에 다시 4%대로 올라섰다. ‘난방비 폭탄’으로 체감한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지속해서 끌어올릴 것이라는 물가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다시 커진 만큼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올라 다시 4%대에 진입했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온 21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올라 다시 4%대에 진입했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온 21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가 전망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0%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4~6월 3%대로 높아진 뒤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더니 8월(4.3%), 9월(4.2%), 10월(4.3%), 11월(4.2%) 4%대를 유지했다. 12월 3.8%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3.9%로 반등하더니 두 달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4%대에 재진입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집계된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섯 달 이상 4%대를 기록했던 시기는 카드대란(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동일본 지진 여파가 맞물렸던 유럽 재정위기(2011~2012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2% 올라 상승률이 전월(5.0%)보다 0.2%p 확대되면서 9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진 가운데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 상승률인 '물가인식'도 공교롭게도 같은 오름 폭을 보였다. 전월(5.0%)보다 0.2%p 올라 5.2%로 높아진 물가인식은 지난해 7월 2013년 통계 작성 시작 이후 최고치인 4.0%를 찍더니 다음달부터 8개월 동안 5%대를 이어가고 있다. 5.2%는 지난해 10월 경신된 역대 최고 기록과 같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은이 지난 7~14일 2500가구(응답 2372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까지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알려준 뒤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구간별로 나눠 응답자가 예상하는 8개 구간에 표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5~6% 구간에서 전월 대비 1.9%p 줄었지만 6% 이상 구간에서 4.5%p나 급증하면서 고물가 지속 전망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87.7%·복수응답)이 단연 가장 컸고 석유류 제품(29.2%), 농·축·수산물(27.6%), 공업제품(21.6%)이 그 뒤를 이었다. 전월 대비로는 공공요금이 11.8%p나 급증한 반면 석유류 제품(-4.3%p), 집세(-3.4%p) 등의 비중은 감소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4%를 다시 뚫고 올라간 것은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 가스·전기요금을 중심으로 공공요금이 인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된 데다 지난해 30% 이상 오른 가스요금도 지난달부터 ‘난방비 폭탄’ 고지서로 돌아왔고, 이달 들어서는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도 인상되면서 공공요금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져왔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 등으로 새해 들어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여전히 둔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기료가 포함된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달 5.0% 올라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커지면서 2009년 2월(5.2%) 이후 최고치로 높아졌고, 전기료가 빠진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달 4.1% 상승, 전월과 보합을 기록했다.

가대인플레이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가대인플레이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고 서울시, 인천시 등 지방정부도 이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등의 인상 결정을 하반기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이번 조사가 끝난 뒤 나온 속도조절론이다.

금융위기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구조적 적자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인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향후 예상되는 인상 부담은 소비자들의 물가 인식과 전망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소주·맥주·가공식품 등이 줄인상되면서 생활물가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 공공요금으로는 전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다시 꿈틀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겠다’는 물가 불안 심리가 높아지자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2로 지난달보다 0.5p 떨어졌다. 지난달 상승 폭을 반납하며 지난해 마지막달 수준으로 되돌림했다. 지난달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두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그만큼 장기화하는 고물가에 경기 둔화까지 겹쳐 씀씀이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 스탠스에 시선이 쏠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넉 달째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 규모를 키워가고 가운데 정부가 이달 공식적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만큼 경기 침체 우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연된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분기 정도까지 5% 안팎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통상적이라면 물가 악순환을 불러 소비자물가를 0.67%p(기대인플레이션율 1%p 상승시 상관관계, 2022년 8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높일 수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 억제를 위해 금리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5%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는 경기보다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게 되는데, 일단 물가 억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지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거시경제 정책사령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엿새 뒤엔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못박았다.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민생 안정의 첫걸음이 물가 안정이고, 물가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며 "물가가 불안하면 취약계층이 무너지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선 물가 대응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에 영향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 [자료=한국은행 제공]
기대인플레이션율에 영향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 [자료=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원칙론을 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다. 이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향후 물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둔화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해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바로 이틀 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지난달까지 7회 연속으로 올린 기준금리가 동결(현재 연 3.50%)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15일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기준금리 동결을, 나머지 34%는 인상을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대신 통화정책 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2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1~2명의 소수의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금리 동결 결정과 별개로 기자회견은 매파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주요 국가에 비해 국내의 성장 부진이 더 빠르다는 점에서 동결 근거를 찾았다. 특히 그는 ”이 총재가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인상 기조의 종결이 아닌, 그간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고 금융 안정과 성장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 '쉬어가는 시기'라는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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