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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봄' 기대투자로 되살아나는 제조업 체감경기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3.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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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제조업 체감경기가 4개월 만에 반등했다. 현재는 글로벌 수요 감소로 혹독한 한파 속에 고전하고 있지만 ‘반도체의 봄’을 겨냥한 설비투자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심리지수를 끌어올리면서다. 제조업 업황의 개선 덕에 전체 산업 체감경기도 7개월 만에 오름세를 탔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 산업 업황 BSI는 이달 72로 전월보다 3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8월(81·+1p) 이후 7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지난 15~22일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BSI 조사에서 제조업 1665곳·비제조업 1132곳이 설문에 응답한 결과 체감경기가 이처럼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제조업 업황 BSI는 70으로 7p나 급등해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21년 4월(66·+7p)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4로 1p 오르며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계량화한 체감경기 지표로, 지수가 100를 밑돌면 부정적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 상 전통적으로 비제조업보다 제조업 업황 BSI가 높게 유지돼 왔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전 산업과 비제조업 업황 BSI가 100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제조업 업황 BSI는 2010년 4~7월 100을 웃돈 사례가 있다. 한국은행이 매년 수정하는 장기평균(2003년 1월~2022년 12월)을 보면 제조업 업황 BSI(79)가 비제조업(75)보다 높다.

지난해부터 경기 둔화의 경고음이 울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이 타격을 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비제조업 지수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지속돼 왔다.

이달 제조업 체감경기가 개선되면서 정상 흐름으로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들어 전 산업 업황 BSI는 장기평균(77)에 1·2월(각 69) 8p 못 미쳤다가 이달 5p차로 좁혀졌고, 비제조업의 장기평균 이격은 –1p로 줄어들었다. 제조업은 지난달 2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63)으로 떨어지면서 장기평균과의 격차가 무려 16p나 벌어졌다가 한 달 만에 한 자릿수(–9p)로 좁혀졌다.

제조업 심리지수 반등은 경기 둔화 국면을 통과하는 한국경제로선 희망적인 요소다. 특히 현재는 반도체 재고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로 쌓이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K-칩 메이커들이 투자를 지속하면서 제조업에 훈풍을 조금씩 불어넣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효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겨울’이 밀려든 지난해부터 “인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조정을 거친 뒤 “기존 계획 외에 올해 추가 투자 축소는 없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설비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조장비 납품 생태계의 활력을 유지시키고, 제조업 경기심리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공급 측면에서 작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들의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장비 납품이 증가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황 BSI가 65로 전월(56) 대비 9p나 급등했다. 지난달 조사된 3월 전망치(56)보다도 9p 높아진 실적을 기록, 반도체발 심리지수의 상승이 제대로 확인된다.

제조업 업황 BSI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제조업 업황 BSI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제조업 업황 BSI는 대기업(7p)과 중소기업(6p), 수출기업(3p)과 내수기업(9p) 모두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매출 BSI는 76으로 3p 올라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는데, 수출(80)과 내수판매(76)가 각각 4p, 2p 올랐다. 지난달까지 수출 실적이 5개월째 역성장했지만 제조업 심리지수가 넉 달 만에 개선 신호를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생산(78)은 1p 하락했지만, 가동률(78)이 같은 폭으로 올랐다. 채산성(79)은 8p나 상승하고, 생산설비수준(106)은 3p 올랐다.

이같은 제조업 심리지수 개선은 다음달 전망에도 반영됐다. 4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73)은 한 달 새 2p 올랐는데, 제조업(69)의 전망 상향 폭(3p)이 비제조업(75·+1p) 높다. 다만 제조업에서 수출비중 50% 기준으로 구분해 수출기업(63·+1p)보다 내수기업(73·5p)의 개선 전망 폭이 더 큰 터라 아직은 제조업발 수출 부진 탈출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혹한기에도 버팀목인 제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반도체 투자 역할론이 이처럼 주목받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투자 확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정부의 세제지원책도 이날 최종 입법화됐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정부의 재추진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올해에 한해 신성장·원천기술과 일반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2%p∼6%p 상향하고, 투자 증가분의 10%를 추가로 공제하는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K반도체 투자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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