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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기에 첫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에도 회복 단서 안보이는 이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3.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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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고물가·고금리 속 경기 둔화 국면에서 처음으로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끝자락에 소비가 회복되면서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늘어나는 등 내수 지표는 개선되고 설비투자도 반등했지만, 한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 전선에 지난달까지 5개월째 드리워진 역성장 그림자가 걷힐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표수출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 부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4(2020년 100 기준)로 1월보다 0.3% 늘었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비판매액지수는 108.4로 5.3% 증가했으며, 투자 지표인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은 각각 0.2%, 6.0% 올랐다. 생산·소비·투자의 동반 상승은 고물가와 고금리의 격랑이 밀려들기 전인 2021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반도체 생산이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사진=연합뉴스TV제공/연합뉴스]
반도체 생산이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사진=연합뉴스TV제공/연합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양호한 날씨와 코로나19 유행 둔화 외부활동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운수창고(5.4%), 숙박·음식(8.0%), 예술·스포츠·여가(12.1%) 등 대면 업종이 호조를 보이면서 서비스업(0.7%)과 공공행정(5.8%), 건설업(6.0%) 생산 증가로 전 산업 생산이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매판매는 석 달 연속 하락한 기저효과와 대규모 할인행사, 전기차 보조금 재개 등으로 음식료품 승용차 판매 증가로 5.4% 폭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두 달 연속 감소 후 0.2% 소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2.3%), 12월(-0.2%)에 이어 지난 1월(-1.1%)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한 뒤 반등했다. 전 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1.1%), 11월(-0.5%) 연속 감소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12월(0.1%), 1월(0.1%)에 이어 지난달(0.3%) 상승 폭을 높였지만, 한 달 새 서비스업 생산은 상승 전환, 광공업 생산은 하락 전환으로 엇갈렸다.

1년 2개월 만에 맞은 트리플 증가에도 경기 회복의 모멘텀 단서가 보이지는 않은 것은 광공업 생산(-3.2%),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3.1%) 부진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은 1차금속(5.1%), 화학제품(3.3%) 등에서 늘었지만 지난달 특히 반도체 생산이 17.1%이나 급감하면서 마이너스 전환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지난해 12월(-11.1%), 지난 1월(-13.6%)에 비해 하락 폭이 한 자릿수(-8.2%)로 줄었지만 반도체 불황 여파로 추세적인 부진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월 대비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1월(2.7%) 반짝 반등만을 빼고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반도체 생산 감소 폭은 2008년 12월(-18.1%) 이후 최대치다. 1월 내림 폭(-5.6%)보다 세 배 이상 커졌다. 두 자릿수 급감 자체도 ‘반도체 겨울’이 본격화한 지난해 8월(-10.3%)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월(-25.1%), 1월(-33.9%), 2월(-41.8%) 연속 계단식으로 급감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이 1월 4.3% 증가에서 지난달 0.2% 감소로 돌아선 것도 전체 제조업 침체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전자·통신도 1월 0.5% 증가에서 2월 들어 무려 –14.3% 급감으로 감소 전환했고, 반도체 공백을 메워주던 자동차마처 1월 9.5% 증가에서 2월 –4.8%로 급락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동반 마이너스 생산을 보여온 반도체와 전기·통신은 지난해 4분기의 감소 폭(각 15.8%,13.3%)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제조업 생산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장에서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0.1로 0.2% 줄어 지수 자체로는 코로나19 쇼크가 본격화했던 2020년 8월(99.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세로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 5개월 연속 감소 기울기를 보였는데, 이는 197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제조업 재고는 반도체(3.9%), 전자부품(9.5%)을 중심으로 늘어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0.7%포인트(p) 떨어졌지만 여전히 1월(120.8%)에 이어 120.1%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재고율 관련 지표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재고율 관련 지표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1월 70.8%에서 2월 68.4%로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과 같아진 지난해 12월(68.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까지 20년 장기평균치가 76.5%로 집계된 점을 볼 때 제조업 공장 가동 상황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징검다리로 연속 60%대를 피했지만 가동 상황이 악화한다면 역대 5번째 60%대 장기 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80년부터 통계가 집계된 평균가동률에서 1980년대 초반,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마지막 장기간 60%대 지속 사례는 코로나19 첫 충격파가 이어진 2020년 4~7월로 그 수준은 평균 67.8%였다.

기획재정부는 산업활동 평가를 통해 "작년 하반기 이후 어려운 국내외 실물경제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경기흐름에 대해서는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 측면에서는 중국 리오프닝(오프라인 경제활동 재개), 방역규제 추가완화 등에 따른 대면활동 확대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최근 글로벌 금융불안의 실물경기 파급 가능성, 반도체 등 주력 IT 품목의 수출 부진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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