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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미국 노동시장 2년만에 진정 징후...연준 피벗 불러올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4.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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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듀얼 맨데이트(이중책무)’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다. 지난해 41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보폭을 넓혀온 고강도 통화긴축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이 견고하게 떠받쳤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3월 제로금리 시대를 접은 뒤 지난달까지 9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5.0%(상단)까지 올려놓은 고금리의 청구서가 미 지방은행 도산 등으로 촉발된 ‘뱅크데믹(은행+팬데믹)’ 공포로 날아들었지만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안정화 추세를 확인하는 데는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게 연준의 스탠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열된 고용수요가 임금을 높여 제품 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금리 인상의 정책효과는 퇴색될 수밖에 없기에 노동시장을 주시하는 연준의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 경향은 실로 강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채용 공고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채용 공고 [사진=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온 그 노동시장의 열기가 마침내 식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미국의 2월 구인 건수가 2년 만에 1000만건 아래로 떨어지면서다. 팬데믹기에 이례적인 고용호황을 불러온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여서 연준의 긴축 완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BC,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4일(현지시간)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통해 노동수요의 척도인 구인 건수가 지난 2월 993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수정치 1060만건)보다 6.3% 줄어들어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건 선이 깨진 것이다. 로이터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1040만건)을 상당 폭 밑돌았는데, 일자리 감소는 27만8000건이 줄어든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이 주도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고용데이터인 실업자 1명 대비 구인 건수 배율도 1.9명에서 1.7명으로 떨어져 2021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평균 구인 건수(720만건), 구인 건수 배율(1.2명)보다는 여전히 높아 아직 노동시장이 타이트하긴 하지만 그 강도가 조금씩 둔화하고 있는 신호로 풀이된다.

노동시장과 전반적인 경제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구인 건수의 1000만건 벽이 깨진 것 자체만으로 전문가 평가는 전향적이다.

로이터통신은 “노동 시장 여건이 마침내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 여부를 고려 중인 연준에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CNBC도 “노동시장을 둔화시키려는 연준의 노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역사적 저점(3.6%)인 실업률을 높이지 않고도 고용 수요가 공급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현상이 진정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 의미 부여가 큰 셈이다.

이같은 2월 시장의 구인 지표는 지난달 미 은행권 위기 상황이 반영되기 전 실태이지만, 이미 노동시장이 정상화 경로에 들어서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트캐스트의 론 헤트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마침내 기업들이 노동시장 완화를 위한 첫 단계인 일자리를 줄이기 시작했다"며 "경제에서 연착륙의 모습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던 과열된 노동시장이 시장 논리로 진정되면서 연착륙하고, 물가는 물가대로 임금발 상방 압력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축 종료에 머뭇거리는 연준의 피벗(태도전환)을 이끌어낼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부문에서 일자리 수가 줄어들면서 노동시장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며 “이 보고서가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 인상을 중단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의 스튜어트 폴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노동 수요가 공급에 맞춰 움직이면서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완화의 대부분은 일자리 감소를 통해 일어났으며, 이는 잠재적인 임금-가격 상승에 대한 연준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치 [자료=CME 페드워치 홈페이지 캡처]  
향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치 [자료=CME 페드워치 홈페이지 캡처]  

오는 7일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3월 고용 보고서를 통해 미 지방은행의 연쇄 파산과 규제당국의 신속 대응이 노동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또한 추세적인 변화가 얼마나 뚜렷한지 확인되겠지만,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조기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전망치를 보면 이날 오후(한국시간) 현재 미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7.3%로 전날(42.8%)보다 높게 반영됐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42.7%로 낮아졌다.

또한 기준금리가 오는 7월까지 유지(4.75~5%)된 이후 오는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4연속 0.25%포인트 인하로 총 1%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수렴하고 있다. 연준 점도표 상으로 한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남았지만, 동결 기조에 이어 연내 인하까지 내다보는 예상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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