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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핑계로 거짓말 했다가 딱 걸린 퍼시스, 상생은 없다?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3.04.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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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일룸·시디즈·데스커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사무가구 기업 퍼시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내세워 사측에 유리하게 계약조건을 변경하려다가 딱 걸렸다. 그리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퍼시스는 공정위로부터 받지도 않은 시정명령을 들이대며 대리점에 불리한 조항을 포함한 신규계약서를 받아내려다 들통 났고, 다시 '조항 변경은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대체 무슨 일인지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자. 

이종태 퍼시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종태 퍼시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 퍼시스, 대리점주에 ‘공정위’ 제재 내세워 거짓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퍼시스는 대리점주들에게 공정위로부터 대리점법 관련 시정명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공지문에는 ‘퍼시스는 2021년 10월쯤 공정위의 대리점 계약법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일부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며 ‘신규계약은 대리점에 유리한 내용의 계약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4월 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을 완료해주길 바란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신규계약은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퍼시스는 신규계약서에서 ‘대리점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퍼시스에 계약 갱신을 요청할 수 있고 퍼시스는 대리점에 중대한 계약 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해야 한다’는 자동연장계약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계약해지 조항과 관련해 계약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추가했다. △상호합의하지 않은 영업행위를 통한 판매촉진 및 공정거래 규정을 위반해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경우 △대리점이 공급업자(퍼시스) 윤리에 대한 제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공정한 거래를 문란하게 하거나 서비스를 소홀하게 해 공급업자 이미지를 훼손해 2회 이상 경고를 받은 경우 △대리점이 공급업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공급업자의 지식재산권(저작물 등)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대리점의 상표 등 표기방식이 공급업자의 SI·CI 정책에 위반하는 경우 등이다.

퍼시스는 공지문에 오는 12일까지 신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명시까지 했다.

퍼시스 대리점주로 구성된 퍼시스유통 상생협의체는 2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계약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건 임의대로 경고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수 있어 대리점에 매우 불리한 조항이라며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당초 공정위 제재가 없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대리점법 관련 조사한 것은 맞지만 올해 2~3월 퍼시스와 관련한 전원회의·소회의는 일절 열리지 않았다.

퍼시스 [사진=연합뉴스]
퍼시스 [사진=연합뉴스]

■ 퍼시스, 거짓말 들통에 결국 백기

6일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는 이날 오후 '중요공지-2023년 유통망 계약 체결 관련 추가 공지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렸다. 퍼시스는 공지문에서 '최근 계약과 관련 일부 대리점주들 요청이 있어 2022년 기준 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며 '현재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대리점은 2022년 기준 동일 계약서를 배포할 예정이고 (앞서) 신규변경계약서에 날인한 점주들도 계약변경을 원하면 2022년 기준 계약서로 계약 날인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퍼시스가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신규계약서 체결을 철회한 것이다. 퍼시스는 이날 공지문을 올리기 전까지 각 대리점주들에게 오는 12일까지 신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경우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사가 공정위를 내세운 거짓말로 자신들을 속이려했다는 점을 알게 된 점주들이 집단으로 반발하자 백기를 들었다.

업다운뉴스는 이와 관련해 퍼시스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확인해 보고 답변을 주겠다”는 말 이외에는 구체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퍼시스그룹은 1983년 창립됐다. 사무환경 전문 기업 퍼시스로 시작해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 가구 브랜드 데스커, 수면 전문 브랜드 슬로우베드,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알로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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