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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워라밸을 외치는 이유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4.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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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최근 미국 NBC방송은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의 일중독 문화’가 있는 한국에선 과도한 노동과 관련한 우려가 심각한 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4번째로 높다. NBC가 지적한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의 일중독 문화’는 국내 한 취업 플랫폼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입증됐다.

■ 직장인 절반은 ‘비자발적 워커홀릭’

잡코리아의 일중독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5%가 스스로를 ‘워커홀릭(Workaholic)’이라고 답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2.5%는 ‘일이 많아 워커홀릭일 수밖에 없다’고 응답한 비자발적 워커홀릭이었다. 더군다나 워커홀릭 직장인 중에는 77.8%가 번아웃(탈진) 현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 현상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57.6%는 ‘자주 있다’, 20.2%는 ‘매우 많다’고 답했다.

번아웃 현상은 직장인의 피로도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잡코리아가 과거에 남녀 직장인 1327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직장인 피로도’ 설문조사에선 ‘요즘 피곤한가?’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피곤하다’고 답변했다. 직장인 46.5%는 ‘매우 피곤하다’, 48.5%는 ‘대체로 피곤하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쉬어도 재충전이 안 된다’는 직장인은 응답률이 72.7%에 달했다(그밖에 자세한 내용은 잡코리아 홈페이지 참조).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 평생직장? 그게 뭔가요?

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워커홀릭 직장인 중 55.2%는 ‘업무량이 많아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평균 근속년수는 이를 뒷받침한다. 평균 근속년수는 ▲2017년 6.65년 ▲2018년 5.55년 ▲2019년 6.05년 ▲2020년 5.6년 ▲2021년 5.2년으로, 2019년에 살짝 오른 것을 제외하면 해가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래프 1) 최근 5년간 평균 근속년수 [사진 출처=통계청]
(그래프 1) 최근 5년간 평균 근속년수 [사진=김경한 기자/통계청 자료 활용]

이 추세는 1990년대 말에 겪은 외환위기 사태 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지속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고용의 안정성과 비정규직’ 보고서(그래프2)에 따르면, 1998년까지는 완만하게 평균 근속년수가 상승하다가 1999년부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래프2) 상용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의 추이: 1985~2005년 [사진 출처=한국노동연구원]
(그래프2) 상용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의 추이: 1985~2005년 [사진 출처=한국노동연구원]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 것도 근속년수 하락을 가져왔다. 기자가 한국노동연구원과 통계청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외환위기로 한국경제에 후폭풍이 몰아치던 2000년대 초반에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단 4년만에 26.8%에서 37.0%로 10%p 가까이 증가했다. 단 2004년부터 2022년까진 꾸준히 30%대를 유지 중이다.

(표1) 비정규직 비율 [사진=김경한 기자/한국노동연구원 및 통계청 자료 활용]
(표1) 비정규직 비율 [사진=김경한 기자/한국노동연구원 및 통계청 자료 활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떨어지는 점도 한 몫 한다. (그래프3)은 연도별 최저임금 변화 추이, (그래프4)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다.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 2018년까지는 두 지표가 어느 정도는 상승과 하락이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2019년 이후부터 최저임금 인상률은 급격히 하락한 반면, 물가상승률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달리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년, 즉 MZ세대들은 임금만으로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래프3) 연도별 최저임금 변화 추이 [사진 출처=한국경제연구원]
(그래프3) 연도별 최저임금 변화 추이 [사진 출처=한국경제연구원]
(그래프4) 소비자물가상승률 [사진=김경한 기자/통계청 자료 활용]
(그래프4) 소비자물가상승률 [사진=김경한 기자/통계청 자료 활용]

■ 미래보장보단 ‘소확행’

그래서인지 MZ세대 사이에선 ‘소확행’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소확행이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MZ세대들은 코로나19사태로 채용시장이 축소되면서 취업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취업한다 해도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목돈보단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최근 MZ세대들은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얼마 전 20·30대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인)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36.6%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을 선택했다. 2위는 월급과 성과 보상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이었으며, 그 뒤로 정년 보장 등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업(16.3%)이었다.

(그래프5) 기업 선택 기준 [사진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그래프5) 기업 선택 기준 [사진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요즘에는 평생직장 개념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막 취업시장에 뛰어든 MZ세대들은 오르지 않는 임금으로 물가상승을 감당하기 힘들며 무엇보다 정년보장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비자발적 일중독도 많아 번아웃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을 내려놓자니 삶이 녹록지 않다. 생활비도 필요하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Z세대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계획하기보단 워라밸을 꿈꾼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잡코리아가 조사한 ‘직장인이 말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5’는 이를 대변해 준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직장인의 49.9%는 ‘워라밸 보장’을 좋은 직장의 조건 1위로 꼽았다. ‘급여/성과급 등 금전적 만족’도 48.9%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으나, ‘우수한 복지제도’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를 포함한다면 워라밸 관련 항목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프6) 밀레니얼 직장인 선정, 좋은 직장 조건 TOP 5 [사진=잡코리아 제공]
(그래프6) 밀레니얼 직장인 선정, 좋은 직장 조건 TOP 5 [사진=잡코리아 제공]

MZ세대는 워라밸을 외친다. 상사 눈치 볼 것 없이 정시에 퇴근하고 연차는 꼬박꼬박 챙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더 놀고 싶어서가 아니다. 첨단산업의 이기를 맛보며 중장년층에 비해 많은 것을 누리는 세대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선 현실이라는 종기가 곪고 곪아 언제 터질지 모를 아픔을 간직한 세대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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