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최문열의 리셋] 소확행 vs 대확행 그리고 행복으로 가는 길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4.25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나이 먹도록 이런 데도 안 와보고 뭐했니.”

지난 16일 일단락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한수와 은희’편에서 가난이 싫어 평생 억척스럽게 일하며 큰돈을 번 은희(이정은 분)가 생전 처음 온 호텔 침대에 누워 울먹이며 한 말이다. 비슷한 삶의 궤적을 밟은 중장년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가는 대목이지 않을까.

우리 세대 보통사람들은 정말 그랬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족을 먼저 살뜰히 보살피기 위해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 따위는 저만치 밀어놓았다. 늘 눈앞에는 목표가 암벽처럼 서 있었다.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대학가면, 직장 잡으면, 결혼하면, 집 장만하면, 애들 크면, 애들 모두 결혼시키고 나면 등등….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한 장면. [사진 = tvn  제공]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한 장면. [사진 = tvn 제공]

그렇게 한 눈 팔지 않고 폭주기관차처럼 쉼 없이 달려왔다.

10년 선배는 “자녀 모두 출가시켜 이제 한숨 돌렸는가했는데 밤늦게 자식 전화 오면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자식걱정은 끝이 없다”고 쓴웃음 짓는다. 이제 노부부는 맞벌이 자녀를 위해 손자 손녀 육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극 중 은희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살지 않은 것에 대해 눈시울 적셨지만 자신을 불행하다고 자조할까. 해맑은 손주 웃음에 헤벌쭉 웃는다는 10년 선배는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온 힘겨운 세월과 여전히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한 부모 역할이 후회막심일까.

은희는 늘 자신만만하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자기 힘으로 동생 여럿을 건사하고 잘 키워낸 자부심과 만족감이 오롯이 드러난다. 선배 또한 마찬가지다. 일중독과 탈진증후군을 오가며 ‘빡세게’ 일한 것이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한 것이기에 한 치의 후회 없이 행복하단다.

이들 만족과 행복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구분 짓고자 ‘대확행’이라고 한다면 무리일까. 자신보다 가족과 타인을 위해, 순간의 작은 행복보다 긴 시간의 큰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다.

가령 이렇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그것 자체를 행복으로 여기는 것. 조금 더 확장하면 타인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는 것. 자기표출 자기성취 등 자아실현을 위해 소확행을 포기한 채 그 과정과 결과를 즐기는 것 등등.

MZ세대에게 묻고 싶다. 요즘 소확행을 비롯해 현재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욜로’,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플렉스’까지 행복을 위한 다양한 처방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이대로 계속 하면 미래에도 확실하게 진정한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지.

“오늘날 행복은 자본가들에게 포획되어 새로운 이윤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고, 개인 간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 오늘날의 심리학이 본의 아니게 행복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행복산업과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은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냉정하게 진단한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팔고 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와 그에 영합한 주류 심리학이 대중에게 끊임없이 ‘가짜 행복’, 이를테면 물질주의 행복론과 쾌락주의 행복론을 권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소확행도 좋다. 욜로도 좋다. 워라밸도 물론이다.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하다는 젊은 세대의 소확행은 나름의 이유와 배경도 있다. 각박한 현실과 맞서 싸우는 그들에게 크나큰 힘과 위안이 된다면 흔쾌히 인정하고 응원해야 한다. 매한가지로 ‘대확행’하는 이들을 이분법적으로 갈라 그리하면 불행하고 어리석다며 하나의 잣대로 재단해선 안 될 일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자기만족의 성격이 짙은 까닭이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으므로 행복의 획일화도 경계해야 한다. 요즘 세계 곳곳의 다양한 학자들이 행복에 대한 정의와 방법론을 들고 자주 등장한다. 행복하고 싶은데 불행한 현 인류의 우울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진정 소확행과 대확행이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 어떨까.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몇 가지 좋은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 행복의 절대 조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건강 그리고 배우자와 자녀다. 건강과 가정생활을 위해 시간을 더 많이 쓰라(‘행복경제학’의 창시자인 리처드 이스털린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지적 행복론’에서).

- 인생을 잘 사는 사람들의 비결은 ‘일과 놀이 그리고 사랑과 봉사’다(긍정심리학 창시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피터슨의 ‘그래도 살 만한 인생’에서).

- 행복은 쾌감이 아닌 건전한 삶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만족감이다(심리학자 김태형의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발행인

 

■ 글쓴이는? - “아직도 메신저 안 해?” 지인들에게 듣는 소리다. 연락이 잘 안된다며 힐난조가 묻어있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 그물망에 촘촘히 엮여있다 보면 굳이 몰라도 될 걸 시시콜콜 알게 되고 휘말리면서 불편할 수 있다. 적당한 거리조절, 나만의 행복 전략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일상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다. 주로 과시다. 자연스레 비교하고 상처받는다. 나의 허세와 과시가 누군가를 우울하게 한다면 ‘절제의 미학’도 필요하지 않을까.

■ 후기 - 행복 강요 시대다. SNS를 통해 행복 자랑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한국인 행복지수는 OECD 하위권이다. 지금껏 살면서 행복한 시간은 언제였는가. 가족과 함께 웃고 떠들며 식사할 때, 맘 통하는 지인들과 진솔한 대화 나눌 때, 아무 잡념 없이 홀로 산책할 때, 아름다운 바다 또는 강변에서 맘 편히 앉아 감상할 때 등등. 일상 속 행복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남 보여주기 행복 말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 찾기에 집중하길.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