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삼성전자 '월중휴무제' 등 주 4일제 도입은 꿈이 아니다?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06.16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주 4일제 실현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일까.

지난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월 1회씩 금요일에 쉬는 '월중휴무제'를 도입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 4일제 도입이 확산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들만 시행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행보가 업계 내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월 1회씩 금요일에 쉬는 '월중휴무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업계 내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월 1회씩 금요일에 쉬는 '월중휴무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업계 내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공지했던 노사협의회와의 결과에 따라 이달부터 월중휴무제를 시작한다. 월중휴무제는 직원이 월 필수 근무 시간을 충족하면 매월 1일씩,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정식 명칭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디벨롭먼트데이', 반도체(DS) 부문은 '패밀리데이'다.

국내에서 주 5일제는 2004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돼 2011년 5인 이상 전국 사업장까지 확대됐고, 정착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주 5일제 도입 당시에도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거셌는데, 주 4일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 찬반 여론이 들끓었던 것도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일찌감치 주 4일제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SK그룹(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은 필수 근로 시간을 채우면 월 1~2회를 쉴 수 있게 했다. CJ ENM은 월 2회,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부터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주 32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지정했고, 비바리퍼블리카는 주 40시간을 채우면 금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할 수 있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중이다. 여기어때컴퍼니는 2017년부터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도입했다. 휴넷은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해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기아는 올해 노조 요구안에 포함된 주 4일제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 4일제는 생산성 저하 등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여러 국가에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생산성이 향상되거나 유지됐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스트레스 감소, 일과 삶의 균형 개선 등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바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험 이후 90% 이상의 기업들은 주 4일제의 효과를 확인하고 이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휴넷은 지난 5월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4.1%가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답했다. 휴넷 조영탁 대표는 "주 4일제 근무 도입의 초점은 복지가 아닌 생산성 향상"이라며 "직원들의 높은 의식 수준 및 자발적 노력이 있었기에 주 4일제의 성공적 안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월중휴무제 도입이 갖는 의미는 유독 크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규모 제조업체로서 업계 내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에서 주 4일제 도입의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도 이번 제도의 적용을 전 직원으로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번 새로운 시도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 제도 도입 시 4조 3교대 근무 생산직 등은 예외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생산직 근무자들은 일반직처럼 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매주 교대 방식으로 직원들이 근무하며 돌아가고 있는 공장은 특히나 쉬어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짐도 보인다. 최근 화학업계에서는 '4조 2교대' 도입 실험이 한창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한솔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을 시작으로 이틀 일하고 이틀 쉴 수 있는 4조 2교대 근무 방식이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4조 2교대는 사실상 주 3일제다. 3교대제인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병원으로서는 최초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직원 만족도가 매우 높다.

근무 형태의 유연화를 통한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월중휴무제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 주 4일제 도입이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생산직 근무더라도 희망이 엿보이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극화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시대전환 당 대표 겸 원내대표인 조정훈 의원은 지난 5월 중소기업계 네트워크 구축 자리로 마련된 'KBIZ 문화경영포럼'에서 "중소 제조업체로서 주 4일제는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으나, OECD 국가 평균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평균 근로 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며 주 4일제 도입 방안으로 "금융∙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대전환 당 대표 조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 4일제는 대기업부터 시작해 중소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만 가능한 주 4일제라면 오히려 심리적인 양극화가 악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그 지점이 정치적 입장으로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반대가 많다"며 "주 4일제를 시행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제조업에서는 주 4일제를 시행하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가 아닌 선제적 모범 사례로서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국내 작은 사업장에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