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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드림팀 떴다’, 엔비디아에 도전장 던진 K-반도체 연합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6.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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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국내 반도체 및 클라우드 업계와 정부가 뭉쳐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에 도전장을 내걸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난공불락의 요새같은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기 위해 정부, 반도체 및 클라우드 기업이 뭉쳤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NHN클라우드 본사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이하 전략대화)’를 주재하고 ‘K-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 착수보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과 퓨리오사AI, 사피온코리아, 리벨리온 등 반도체 스타트업,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업체가 참여했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 개요 [사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K-클라우드 프로젝트’ 개요 [사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을 투자해 국산 AI 반도체를 3단계(NPU→저전력PIM→극저전력PIM)에 걸쳐 진행한다.

■ NPU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

1단계 사업은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국산 NPU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증사업이다. 국산 NPU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사업과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사업을 연계해 올해 약 376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한다.

1단계 사업에서 추진하는 NPU는 수많은 신경세포와 시냅스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 인간의 신경망을 모티브로 만든 반도체다. 신경세포처럼 동시에 신호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적 장점뿐만 아니라 저비용, 저전력의 특성을 지니고 GPU의 대항마로 적합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는 현재 GPU가 AI에 많이 활용되는 근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GPU는 CPU에 비해 컴퓨팅 성능은 떨어지지만 여러 개의 코어로 단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처리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반도체다. CPU는 많아 봐야 20개 내외의 코어로 구성되지만 GPU는 수천 개의 코어를 지니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많이 학습하면 할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GPU가 AI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GPGPU라는 AI에 특화된 GPU를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GPU에서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C 혹은 C++ 언어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개발툴인 쿠다(CUDA)를 제공함으로써 엔비디아만의 AI 생태계를 조성했다. 쿠다가 나오기 전엔 병렬처리를 위해 HLSL이나 GLSL과 같은 언어를 새로 배워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데이터 연산을 위한 생성형 AI 학습용 반도체로는 엔비디아 GPU와 쿠다가 활용도가 높지만, 이미 학습을 끝낸 추론용 AI 모델에선 NPU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이날 전략대화에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오픈 AI가 Chat(챗)GPT 서비스를 운용하면서 엔비디아가 쿠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추론용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산 NPU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은 민간과 공공(광주) 2개 부문에 각각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공고 당시 각 사업당 목표는 ‘연산용량 10PF(페타플롭, 1초당 1000조번의 부동소수점급 연산실행) 이상’의 국산 NPU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이었으나 참여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각 데이터센터의 연산용량이 2배로 확대돼 총 39.9PF 규모로 착수한다.

■ 스타트업 중심으로 진행되는 AI 반도체 개발

이날 AI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반도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사피온코리아는 이번 사업에서 AI 반도체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20PF에 해당하는 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4배 이상의 성능 효율 향상을 제공하는 X330으로 초거대언어모델(LLM) 및 영상처리응용 등에 활용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사피온코리아는 관제, 의료, 국방,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을 진행하여 인프라를 검증하고 지속적인 수요 창출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NPU 기반 AI 추론 클라우드 시스템인 아티퍼런스(Artiference)와 SDK(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함께 제공해 개발자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클라우드·AI 반도체·AI 서비스 기업 간 유기적 협업을 통해 국내 AI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강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의 5나노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통해 생산된 AI 반도체인 아톰(ATOMTM)으로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부동소수점(Floating point) 연산을 지원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이번 사업에 아톰을 활용해 1차 연도에 2PF 이상, 3차 연도까지 총 8.9PF 이상의 칩을 공급하고 지능형 관제 솔루션과 헬스케어 AI 솔루션을 실증한다.

퓨리오사AI는 자사 NPU인 워보이(Warboy)와 차세대 칩인 레니게이드(RENEGADE)를 클라우드 기업에 공급해 관제, 자연어, 교육 분야의 AI 서비스들을 실증할 목표를 갖고 있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다양한 AI 관련 기업과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인 허깅페이스와 초거대 언어모델 등을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LG AI 연구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기반의 ‘생성형 AI’ 상용 기술을 검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2019년부터 모바일에 자체 AP인 엑시노스에 NPU가 탑재된 상황”이라며 “K-클라우드 프로젝트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나 향후 리벨리온 같은 팹리스 업체가 삼성전자에 파운드리(위탁생산)를 맡긴다면 협력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를 현대자동차 차량에 2025년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삼성반도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를 현대자동차 차량에 2025년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삼성반도체]

■ 국산 AI 반도체 활용한 K-클라우드 생태계 조성

K-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클라우드 업체 움직임도 활발하다. 먼저 NHN클라우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민간과 공공 부문 각각 11PF로 총 22PF 이상 규모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이번 사업의 50% 이상에 달하는 규모이자 최대 규모로 국산 NPU 지원 플랫폼 개발과 클라우드 상품화를 통해 사용자들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제고하고자 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민간과 공공 부문(각 4.5PF)을 더해 총 9PF 규모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우선 퓨리오사AI 칩을 적용해 자연어처리, 교육, 안전관제 분야의 실증서비스를 검증하고 다른 국산 AI 반도체를 추가 적용해 AI 반도체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AI 클라우드 인프라(AI-IaaS)를 마련하고 국산 AI 반도체 레퍼런스를 확보함으로써 아시아, 북미 등 해외 자체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에 점진적으로 확산 및 배포한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KT클라우드는 이번 사업에서 민간과 공공 부문(각 4.45PF)을 더해 8.9PF 규모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설계·구축하고, AI 응용서비스를 실증한다. 국산 AI 반도체, SW 스택, 클라우드 플랫폼, AI 응용서비스까지 어우르는 AI 풀 스택을 완성해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KT의 초거대 AI인 ‘믿음’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상용화 가능성도 이번 사업을 연계해 검증한다.

네이버 클라우드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현재 네이버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어느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든지 외산 AI 반도체 비중이 큰 상황”이라며 “향후 퓨리오사AI와 같은 국내 기업과 함께 AI 반도체 개발에 힘써 국산 AI 반도체 확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리전 위치 [사진 출처=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리전 위치 [사진 출처=네이버클라우드]

■ 정부, 예타 사업 및 인력 양성으로 본격 지원

과기정통부는 K-클라우드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사업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지원정책을 펼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에 근거해 2단계와 3단계의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효율적 대용량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예타를 기획 중이며 하반기에 예타 대상 선정을 위한 기획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예타 사업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및 HW 개발, 데이터센터 컴퓨팅 SW 개발, AI 반도체 특화 클라우드 기술 개발을 골자로 한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AI 반도체 대학원 운영방안’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AI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할 것임을 밝혔다. 세계적인 수준의 AI 반도체 개발 및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한 석·박사 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하며 올해 AI 반도체 대학원 사업에 선정된 3개 대학(서울대, 한양대, KAIST)과도 긴밀히 협조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글로벌 기업들은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초거대 언어모델을 비롯한 AI 활용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려면 상당히 많은 반도체 칩이 작동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AI 반도체가 조속히 레퍼런스를 확보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HW와 SW 등 추가 기술 개발과 AI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하는 등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AI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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