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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MBTI 장점이 이리 많은 걸!'(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7.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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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A : “내 MBTI 유형이랑 대표 유형 몇 개만 외워두면 아이스 브레이킹 할 때 이것만큼 잘 통하는 게 없다.”

B : “아니 검사 자체가 잘못됐다니까. 왜 과몰입하는지 모르겠다.”

A : “말귀를 못 알아듣네. 결과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소리잖아.”

유튜브 채널 ‘스브스 뉴스’에서 나온 무료 간이 MBTI 검사가 거짓이라는 게시글에 달린 인터넷 커뮤니티 베스트 댓글 중 일부다. 정보 공유가 빠른 현 시대,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MBTI 검사 정확성을 믿을 수 없고,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 MBTI를 활용해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MBTI와 연관된 콘텐츠를 생산한다. 과연 어떤 장점이 있기에 MBTI 열풍은 그치지 않는 것일까.

MBTI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 [사진출처=픽사베이]
MBTI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 [사진출처=픽사베이]

■ MBTI로 성장하다

우리는 여전히 ‘나’를 궁금해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은 고금을 막론하고 늘 뜨거운 주제였다. 자신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자아를 형성하고, 미래를 일구는 원동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MBTI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의와 해석을 돕는 하나의 도구로 기능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영재 저자의 ‘당신이 알던 MBTI는 진짜 MBTI가 아니다’라는 책에선 선천적으로 내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단순히 결과를 갖고 누군가를 제한하고 규정짓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라고 얘기한다.

한국 MBTI 심리 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MBTI 정밀 검사가 필요한 이유로 자기 개발을 꼽고 있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보강하거나, 생활의 좌우명을 제시하고 강점을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기도 한다.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진단을 통해 예측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움을 주는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재형 한국 MBTI 연구소 연구부장은 MBTI로 무엇을 알아보는지 파악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사람들은 MBTI가 무엇을 측정하는지 모르고 사용한다. 뭘 측정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검사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MBTI가 알아보려는 건 기본적으로 선천적, 선호, 경향성이다. 이것이 MBTI에서 말하는 성격이고,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칼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사람은 성격이라는 씨앗을 갖고 태어난다고 표현한다. 선천적인 선호를 알고, 이것을 수용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검사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편안한지를 파악하는 게 MBTI 검사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MBTI를 긍정 심리학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 긍정 심리학은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걸 파악해서 긍정적으로 개발하고, 성숙과 성장의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독특한 모습을 나만의 색채로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힘든 상황이나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힘으로 극복하고 넘길 수 있다는 게 인간의 긍정성이고, 이것이 MBTI와 연결된다”고 자기 파악을 우선한다는 측면에서 성장이나 성숙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MBTI 검사가 더 나아가 자기를 알고 셀프 브랜딩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야흐로 ‘자기 홍보(Public Relation)’ 시대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리엔테이션(OT), 학교·회사 미팅, 고객 만남 등 수많은 상황에서 자기 홍보를 함으로써 자기 브랜딩을 하게 된다. 요즘은 SNS나 메신저를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고 표현하는 일에 스스럼이 없는데, MBTI가 셀프 브랜딩을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도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MBTI 간이 검사 페이지 [사진=MBTI 간이 검사 페이지 캡처]
인기를 끌고 있는 MBTI 간이 검사 페이지 [사진=MBTI 간이 검사 페이지 캡처]

■ 관계의 도구 MBTI

또 MBTI 열풍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했던 2020년 즈음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많아졌고, ‘n인 이상 집한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단체 생활이 꽉 막히기도 했다.

심리학계 일각에선 MBTI에 대한 열풍이 지속된 걸 두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 해석했다. 서수연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몇몇 보도에서 “코로나19로 사회적 상호 작용이 감소하면서 상대방을 알 기회들이 많이 감소했다”면서 “MBTI와 같은 간단한 심리 검사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지 않았을까”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의 유지를 위해 알게 모르게 힘쓰고 있던 것이다. 사회적 거리는 멀지만 MBTI를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등에 업로드하면서 타인과 심리적 거리는 가까이하길 원하는 이들의 욕구가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동조화 현상이 있어 같은 무리를 지으려 하고, 같은 부분을 발견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게 된다. MBTI가 특이하고 새로운 사회 현상이 아니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뼛속까지 타인과 연결되길 원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MBTI란 도구를 통해 네트워크를 맺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TV 드라마를 봐야 다음 날 지인들과 말이 통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열심히 드라마를 챙겨보던 이전 세대의 모습과 비슷한 차원의 행동이다.

이에 연장선상으로 타인과 연결 도구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제기된다. 자기 유형을 밝힘으로써 오해를 줄이고, 상대 유형을 파악함으로써 무례하지 않게 행동하려 할 때 MBTI는 고마운 수단이 된다.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다른 유형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경성대학교 일반 대학원에서 발행한 MBTI 성격 유형론에 대한 태도와 주관적 안녕감 간의 관계 : 성격 5요인의 조절 효과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MBTI가 상호작용 도구로써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단순 호기심이나 재미로 MBTI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보다 타인을 파악하고 원활한 대화를 나누며 유행에 동참하는 등 사회적 목적으로 MBTI 검사를 한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MBTI를 더 신뢰하고,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타인과 상호작용을 즐기고 좋아하는 경향인 외향성과 우호성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인 목적으로 MBTI를 사용할수록 행복 측면에서도 이득을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형 부장도 “매몰, 과몰입이라는 부분만 벗어나면 연결 도구, 의사소통 도구로서 충분하다”면서 “MBTI 코드의 실제적인 개념을 알고 있으면 편하다. A가 외향이고, B가 내향이라고 가정하자. B는 ‘A는 표현하는 걸 좋아하니까 A가 말할 때 추임새나 반응을 해주면 A가 표현하기에 편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소통의 도구로서 MBTI 강점을 밝혔다.

이어 “MBTI에선 코드의 반대를 대극 코드라고 한다. MBTI 유형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는 건 대극 코드 언어를 본인이 차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통에 있어서 코드의 명확한 개념을 알고 있다면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MBTI 검사가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도 함께 짚었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 MZ세대 문화적인 특징을 보면 서사적인 부분은 좋아하지 않는다. 짧고 압축돼야 한다. 개인 성격을 표현할 때 길게 설명하면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4개 코드를 말하는 게 효율적이다. MBTI 특징과 요즘 세대 특징이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BTI를 건강하게 이용하는 법은 다양성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MBTI를 건강하게 이용하는 법은 다양성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 MBTI가 나가야 할 방향

‘갈등을 다각화하면 놀이가 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해 4월 ‘드로우앤드류’ 유튜브 채널에 나와 밝힌 입장이다. 김 교수는 MBTI 인기 이유를 갈라치기에서 찾았다. 이분법적 갈라치기는 갈등과 분노를 유발하고, 어느 한 쪽이 옳다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16분법의 세상에선 옳고 그름의 문제로 구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립이 사라지고 놀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변화된 사회, 프레임을 여러 개로 나눌 수 있는 사회가 안정적인 사회로 본다면 MBTI가 해당 역할을 잘 수행하는 중이다.

결국 MBTI를 건강하게 활용하고, 목표로 둬야 하는 건 ‘다양성’에 있다. 인간을 편과 소속으로 가르고 성급하게 일반화하면 잃는 게 더 많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 우리는 알파벳 네 개로 표현하기엔 무한히 깊고 큰 발전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며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공동체 유지의 기초로 작용한다. 즉 나와 타인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MBTI를 통해 세상의 다양성에도 기여하고, 이것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재형 부장은 “MBTI는 사람이 둘 이상 모인 곳에선 무궁무진하게 쓸 수 있다”면서 “MBTI도 성격 심리학 안에 들어가는데, 성격이란 것은 옳고 그름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MBTI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해의 도구로 MBTI를 활용할 때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MBTI가 아직 갈 길이 멀다. 적절히 사용되려면 타인을 수용하고 알고자 하는 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MBTI가 말하는 나의 성격에 더해서 나만의 독특성을 어떻게 잘 발휘할까라는 부분으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MBTI가 하나의 문화가 된다는 건 이기주의가 아닌 개별화된, 독립적인, 주체적인 개인이 자신의 삶과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에 도움을 주면서 시작된다. 향후 긍정적인 방향의 문화로 발전할 수 있고 지금이 그 시작 단계”라고 MBTI 발전 방향성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사회가 건실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필수 키워드가 된 ‘창조’, ‘혁신’을 위해선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앞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MBTI에 열광하는 MZ세대는 사회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이해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리하고자 한다. 다양성이 인정받고 다름의 시너지가 나는 사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MBTI에서 시작된 ‘다름’을 잘만 활용한다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글쓴이는? - ISFJ 유형의 20대 남성. 정식 검사가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간이 검사로 한 것이라 진짜 ISFJ인지는 아직 모른다. 본래 MBTI 등 심리 검사를 잘 믿지 않는 편이라 MBTI 유행이 처음 시작됐을 때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검사 결과가 내가 가진 성격, 특성과 매우 닮은 것을 알고 나서는 관련 서적이나 기사도 많이 찾아보는 중이다. 왜 요즘 사람들이 MBTI에 열광하는지, 심지어는 과몰입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또 MBTI 검사 자체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ISFJ 특징 중 하나는 수줍음과 경계를 이루는 사적인 사람들로, 여럿이 모여 떠드는 것보다 1대1 대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럿이서 첫 만남을 해야 할 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편이 많았는데, 이젠 부담이 덜하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으면 그만이니까.

■ 취재후기 – MBTI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행이 쉽게 바뀌는 요즘 MZ세대가 MBTI 만큼은 이토록 붙잡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 놀이 수단 혹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를 풀어나가는 수단으로써 강점은 뚜렷하다. 더 나아가 자신을 알고, 타인과 연결해 주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심지어 MBTI로 유형을 쪼개 다양성을 존중받게 만들고, 이를 통해 사회 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유형 지표를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도 의도하지 못한 부분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MBTI의 본질과 달리, 검사 결과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면서 과몰입하고 남용하는 것은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결과를 갖고 배척하는 행위는 또 다른 갈등만 만들어 낼 뿐이다. MBTI가 평가와 잣대를 위한 ‘구별의 도구’가 아닌 자신을 찾는 ‘여정의 도구’, 타인과 어울리는 ‘화합의 도구’로 사용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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