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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경남은행 562억 횡령, 우리은행 보고도 내부 통제는 허술했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8.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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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BNK경남은행에서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터진 700억원대 횡령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가 터졌다. 무엇보다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대처로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3일 금융당국과 법조계, 금융계에 따르면 경남은행에서 거액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동시다발적인 검사와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전날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사무실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해 관련 자료를 확보에 나섰다. 금융감독원도 횡령 사고를 보고받은 즉시 긴급 현장 검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유용 혐의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횡령 혐의를 받는 경남은행 직원은 부동산투자금융부장이다. 그는 2007년부터 약 15년 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다. 부동산 사업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은행의 PF 대출금을 빼돌릴 혐의를 받는다.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선 이번 횡령 사고가 지난해 4월 발생한 우리은행 700억원 규모 횡령 사고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고를 일으킨 직원도 10년이 넘는 기간 기업개선부에서만 약 8년 동안 8회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 모두 특정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했고, 반복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게 닮은꼴이다.

횡령 방식도 유사하다. 경남은행 직원은 2016~2017년 부실화된 169억 상당 PF 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임의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자금을 가족 법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326억원을 빼내고, 지난해 5월엔 PF 대출 상환 자금 158억원을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 대출 상환에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직원도 2012년부터 3차례에 걸쳐 거액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에는 300억원 가량을 횡령했다. 이 때 돈을 보낸 계좌가 직원 동생이 대표로 돼 있는 법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착복한 600억원 중 100억원을 동생에게 전달했는데, 이 가운데 80억원을 해외 골프장 리조트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흡한 은행 대응과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 역시 비슷하다. 횡령 사고 당시 우리은행 측은 금감원으로부터 공문 관리, 문서 관리, 이상 거래 모니터링, 인사 관리, 자점 감사, 직인 날인 관리, 출자 전환 주식 관리, 통장·직인 관리 등 총 8가지 내부 통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남은행 자체 감사 역량 부족에 대한 의문도 쉽게 지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4월부터 PF 거래 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왔지만, 7월 전후가 돼서야 횡령 혐의를 구체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해 우리은행 사고 발생 후 은행들은 PF 대출에 관해 자체 전수 점검을 실행했는데, 당시에도 경남은행은 이상이 없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이 크고 작은 횡령 사고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은행 자체적 내부 통제 역량을 제고할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친 셈이 됐다.

더불어 횡령을 저지른 직원이 범행 기간 줄곧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한 동일 업무 장기 근무 직원이었던 점도 경남은행의 허술한 내부 통제를 증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산 은행권은 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금융 사고 방지책으로 순환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아 일부 은행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에 장기 근속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부동산 금융인 경우 고위험 업무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경남은행이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고 지적한다. 금감원도 경남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 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을 지적하며 기본적인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경남은행과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와 사고 발생 경위 등을 파악하고, 검사 결과 확인된 부당·위법 사항에 대해선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을 회피하기 위해 문서를 위·변조하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내부 통제 분석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디테일하게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측면에선 장기 근무자 순환 근무나 재배치를 수정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내부 통제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외부 전문 기관 컨설팅까지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은행 횡령이 발생하자 금감원은 전체 은행권 PF 자금 실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점검이 끝나면 추가로 은행권 전반에 경남은행과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후속 검사도 진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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