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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묘수는 뭘까? 

  • Editor. 이수아 기자
  • 입력 2024.01.1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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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수아 기자] “원래는 봉투에 꽉 차게 빵이 들어 있었는데, 줄어든 게 눈에 보이니까 섭섭하죠.”

한 소비자는 슈링크플레이션 상품에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용량이나 수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정부 압박과 함께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해지자,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채 고육책으로 용량을 줄이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문제는 줄어든 용량을 소비자가 알아채기 힘들다는 점이다. 평상시에 제품의 용량이나 함량 등을 확인해가며 소비한다면 모를까, 줄어들었음을 확신하긴 어렵다.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용량이나 수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용량이나 수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은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등록된 가공식품 209개와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신고된 상품 53개, 언론 보도된 식품 10개 등 총 272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결과를 지난달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19개 상품이 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제품과 가공식품 등 품목도 다양했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는 1000ml, 200ml에서 900ml, 180ml로 용량이 10% 줄었고 HBAF사에서 제조한 견과류 16개 상품도 최대 9.5% 줄었다. 그 외에도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 등에서 용량이 최대 20% 줄었다. 

이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를 사업자의 부당행위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용량 등 중요사항을 변경할 경우 그 내용을 포장지나 제조사 홈페이지 공지 또는 판매 장소에 게시하고, 한국소비자원에 통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두 번 위반하면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개정안은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발령될 예정이다. 

그러나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제조사 홈페이지에 공지할 경우 소비자가 직접 찾아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데다 용량 변경에 따른 실질적 가격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변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서 “업체에게 선택권을 준 것으로 보이나, 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필수품목 등은 홈페이지 고지 대신 포장에 표시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위가격제도를 확대해 과거 단위가격과 현재 단위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면 용량 변경에 영향 받지 않고 가격을 비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격 비교 기간과 기간 내 가격 변동 등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해진 기간 내에서 가격이 수시로 바뀔 경우 가장 최근 단위가격과 비교할지, 아니면 가장 변화폭이 큰 가격과 비교할지도 고민해야할 사안이다. 이처럼 고려할 것이 많기 때문에 바뀐 용량만 표시하는 것은 생색내기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단위가격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시장이 온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단위가격제도 역시 확대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허경옥 교수는 “온라인 매장과 자사몰 등 온라인 화면 상에도 단위가격이 명확히 표시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량이나 서비스 품질을 낮춰 이익을 취하는 스킴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허교수는 “용량 변화 표시로는 스킴플레이션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품질 변화에 대해 어떻게 표기할지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면서 “중요한 품질 저하 등은 단위당 가격과는 별개로 고지하고, 서민 경제에 중요한 품목들을 지정해 단위가격표시 의무사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자발적인 경쟁이 되도록 소비자에게 알려야한다”고 제시했다.

정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슈링크플레이션 단속에 나선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물가 상승을 잡고 서민의 주름살을 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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