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 방영 초기, 백지영이 부른 <그 여자>와 <그 남자>가 드라마 화면 잔잔히 깔리던 때를 기억하는가. 같은 가사에 성별만 바뀐 이 두 노래는 불과 몇 회 만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 ‘OST의 여왕’ 백지영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각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의 고지를 점령하는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현빈이 부른 <그 남자> 역시 마찬가지. ‘현빈 목소리가 이리 좋은 줄 몰랐다’, ‘진짜 주원이가 라임이를 생각하며 부른 것 같다’는 평가를 얻어내며 다시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공식 음원 차트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 여자>를 패러디한 ‘그여사’와 ‘그 비서’가 한창 인기몰이에 있다. ‘그여사’는 김주원의 어머니인 문분홍여사(박준금분)가 길라임을 떼놓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얼마나 얼마나 더 줘야 내 아들 떠나 가겠니 제발’ ‘이 바보같은 아들 이 거지같은 아들 계속해야 니가 정신차릴래’ 등 극 중 문분홍 여사의 말투와 심리를 그대로 담아낸 가사가 백미다.
이보다 더 독한(?) <그비서>도 등장했다. 실제로 김비서가 작성한 듯, 가사 한줄 한 줄이 그야말로 주옥같다. ‘얼마나 얼마나 더 너의 딱가리 하면서 버텨야만 이 바람같은 사장 이 거지같은 회사 그만두고 좋은 회사 이직 하겠니 / 작작 좀 부려먹어 조금만 한번 욕먹으면 두 번 상처받는 한 소심하는 난 오늘도 맘 졸이며 출근을 합니다’ ‘또 너만 하니 연애 왜 방해하니 우리 제발 나도 편히 연애하면 안돼요’ ‘그 뒷담화 내가 깐 거 아나요 그렇다고 자르는 건 아니죠 아닐 거야 정이 있으니까’라며 욱하는 모습과 소심하게 꼬리 내리는 김비서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 보인다.
처음 <그 여자> 패러디의 시작은 <그 회사>였다. ‘하루 칼퇴 하면 이틀 철야하는 늘 일만하는 난 지금도 피곤해서 이렇게 좁니다’ 등 매일 야근하고 회의하며 삶에 찌들어가는 한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가사가 사람들로부터 ‘마치 내 얘기 같다’며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이처럼 <그 여자>가 다양하게 패러디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애초에 <그 여자>와 <그 남자>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독특한 가사에 있었다. 보통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차용하는 여느 노래와 달리, <그 여자>에는 1인칭과 3인칭이 혼재되어 있다. ‘한 여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시작되는 <그여자>는 마치 남 이야기를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어느 순간 감정에 복받쳐 ‘그 여자가 나라는 걸 아나요.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죠’라며 그 여자(남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덕분에 듣는 사람들은 그 여자를 지켜보며 가슴 아파 했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되어 자신조차 그 ‘여자(남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시크릿가든> 방영 내내 시청자 모두가 김주원이 되고 길라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그 여자>가 지닌 마력의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업다운뉴스 뉴스팀 / 사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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