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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재택근무 전과 후, 월급도둑과 사내정치는 사라지고 있는가?(上)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2.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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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대에 ‘재택근무 세상’을 예측했다. 자신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퍼스널 컴퓨터와 영상장치, 통신장비 등을 이용해 새 유형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지식 근로자들은 전자오두막(Electronic cottage)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관성은 쉬이 변하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채택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굳이 위험을 안고 바꿔볼 필요가 있을까’라며 실험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는 도입돼 일상화됐으며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여전히 재택근무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지난달 20일 공개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 완충 효과’(BOK 이슈노트, 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재택근무 이용자는 2019년 약 9만5000명에서 지난해 114만명으로 12배 증가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저서 ‘그냥 하지 말라’에서 ‘비대면 시대, 기업에서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돼 업무가 더 전문화 가상화 자동화되면서 조직 내 회식과 잔소리, 잡일은 줄어들고 월급 루팡, 사내정치 등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커머스 미디어 플랫폼 크리테오가 코로나19로 인한 각국 재택근무 현황을 설문조사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현재 세계적으로 평균 22% 응답자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12월 대비 소폭 늘어난 19%를 기록했지만, 전 세계 평균에는 미치지는 못했다. 호주(28%), 영국(26%), 독일(25%), 미국(23%) 등이 재택근무 채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재택근무 환경에 무척 익숙해졌는데 다시 원상복구 되면 어떻게 될까? 애플 등 몇몇 미국기업의 경우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하자 자발적 퇴사자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보도도 전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9개국 근로자 1만2500명을 상대로 지난해 5∼6월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30%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근무해야 한다면 이직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재택근무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 지 2년, 직장인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 저 연차 박종건 씨의 일상

30대 초반 직장인 박종건 씨(가명)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평소 오전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7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는데 이제는 8시 30분에 늦잠 자고 일어나 느긋이 씻고 커피 한잔을 타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사내 메신저에 접속해 아침인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에 집중해 11시가 조금 넘어 오전 업무를 마무리한다. 이후 2시간가량 느긋하게 점심시간을 갖고 다시 오후 업무에 집중한다.

업무 중간에 메신저로 내용을 주고받다 보니 오해가 생겨 결국 동료에게 전화를 한다. 간혹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며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면 생길 수 없는 오해들이 정보나 대화 부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10분가량 전화로 내용을 설명하고, 오해의 매듭을 푼다. 동료와 한바탕 하고나니 살짝 피로도가 몰려와 침대에서 30분가량 누웠다. 이후 다시 몸을 추슬러 업무에 집중해 5시30분쯤 마무리하고 친구들과 저녁약속을 위해 나간다.

종건씨는 “쉬는 것도 눈치 보이지 않고, 출퇴근 시간 절약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생길 때가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매일 억지로 만나 이야기해야 하는 것보단 편하다”며 만족감을 표한다.

# 고 연차 김준구 씨의 일상

40대 직장인 김준구씨(가명)는 회사에서 재택근무 지침이 내려와 하곤 있으나 영 불편하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또 전화로 업무 이야기를 하다 아이들이 듣고 있으면 멋쩍어진다. 준구씨는 출근이 가능할 때는 무조건 회사에 나간다.

또 관리자 직책인 김준구씨는 직원들이 업무를 잘 진행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하다. 같은 공간에 가까이 붙어있으면 쉽게 물어볼 수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으니 수시로 점검하면 꼰대소리 들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다른 부서와의 협력도 불편하다. 때때로 피드백도 늦어져 업무가 지연되는 일도 잦다. 만나지 않는 탓에 팀원 간 결속과 유대도 걱정이다.

준구씨는 “오히려 집에 있으면 업무 외에 해야 할 일이 생길 때가 많다”며 “재택근무를 하면 아무래도 사무실 근무 때만큼 원활한 업무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재택근무의 장·단점, 누가 선호하고 누가 싫어할까?

모든 직장인이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업무 효율의 증가’를 꼽았다. 출퇴근 시간 및 업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또한 △반려동물 케어 △출퇴근 교통비 절약 △가족과 보내는 시간 증가 등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공통되게 나온 단점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또한 집에 아이가 있을 경우 업무시간 집중이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이 외에도 △일과 삶의 분리가 어려움 △ 점심식사에 대한 고민 등을 재택근무의 고충과 애로로 꼽았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고 연차 직장인들이나 아이가 있는 기혼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태도를 드러냈다. 반면 저 연차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무척 선호했다. 또 MBTI(성격유형검사) 중 E(외향형)성향은 출근을 좋아하고 반대로 I(내향형)성향일수록 재택근무를 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세대별로 그들의 각양각색 목소리를 더 들어보자.

20대 직장인 A씨는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일과 삶의 분리가 안 되고, 온종일 집에만 있으니 더 처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재택근무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점심 일찍 먹고 낮잠 잔 뒤 근무하는데 재택근무 아니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털어놨다.

과장 직급의 30대 직장인 B씨는 “재택근무 장점은 보고가 기록으로 남고, 자잘한 업무가 없어 확실히 업무효율이 증가한다. 단점으로는 잠깐 대화로 간단히 끝날 수 있는 것을 메신저로 하다보면 지연되고 일이 커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무실에서는 두 개 모니터로 일하는데 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일하다보면 답답할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팀장인 40대 C씨는 “출퇴근 시간 절약이 가능하고 집중이 필요할 때 말을 시키는 사람이 없어 능률이 증가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출근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50대 D씨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다보면 직원들 간 이런저런 이유로 부딪쳐 크고 작은 다툼과 분란이 종종 일기도 하는데 재택근무 하면 그게 줄어들어 좋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평생을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습관 때문에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재택근무와 출근이 혼용된 하이브리드 근무 시스템이 잘 구축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란 기존의 회사 근무와 재택근무를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일주일 가운데 며칠은 회사근무, 남은 며칠은 재택근무 하는 식이다. 재택근무의 독립성과 자율성, 회사근무의 결속을 통한 협업 관계 구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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