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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재택근무 2년, 회식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下)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2.14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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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까지 재택근무에 대해 가장 큰 우려로 나왔던 것은 생산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 재택근무, 업무생산성은 어떻게 변했을까?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생산성은 47% 높았다. 또 회사는 직원당 2만2000달러(약 2654만원), 직원은 연간 4000달러(약 483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된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향상돼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을 줄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차장과 이종하 조사역은 보고서에서 “재택근무 활용 여부는 경제 회복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 =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중 근무지 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TFP·생산 과정의 효율성을 나타낸 지표)이 각각 2.89%, 2.71% 감소했다. 반면 재택근무 생산성이 4.34% 증가하며 완충 효과를 나타낸 덕에 해당 분기 GDP가 1.26% 감소하는 데 그쳤다. 2분기에는 근무지 생산성의 감소 폭(-5.47%)이 확대했음에도 TFP(1.31%)와 함께 재택근무 생산성이 1.01% 증가해 GDP가 3.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재택근무 생산성은 3∼4분기에도 양의 값을 나타냈다.

2021년 1분기까지 양의 값을 나타내며 완충 효과를 이어갔고, 이후 2분기엔 -3.84%로 돌아섰으나 3분기에는 4.65%로 급등했다. 보고서는 “재택근무의 완충 효과가 방역 조치의 강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며 “재택근무를 이용하면 통근 시간 절약, 자율성 증대 등으로 직무 만족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 연령층과 고학력층의 재택근무 비중이 커졌고, 상용직이거나 300명 이상 대기업, 고숙련 직업일수록 재택근무 활용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재택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은 2020년 11.8%, 2021년 8.2%를 나타냈으나 비 재택근무자의 경우 각각 4.0%, 2.7%에 그쳐 노동시장 성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단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출퇴근 소요 시간이 길고 IT(정보기술) 인프라가 발달한 경우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 연합뉴스]

■ 비대면 시대의 회식과 복지

지난해 10월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된다는 말이 나오자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오히려 우려가 터져 나왔다. 위드 코로나 체제로 돌아가면 회식을 하고, 이로 인해 기존에 누리던 ‘저녁 있는 삶’이 사라지리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금융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장인이 “위드 코로나 진짜 싫다. 회식 이야기 나옴. 극혐”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고, “마스크 쓸 때가 좋았다”, “회식 싫다. 그걸로 격려금이나 줘라”, “송년회 날짜 잡자고 하겠네” 등의 옹호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블라인드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블라인드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MZ세대가 대부분이었다. 25세 미만은 9%, 25~34세가 54%, 35~44세가 30%, 45세 이상이 9%로 집계됐다. 즉 블라인드에서 나오는 의견은 대부분 MZ세대 의견이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기존 회식문화를 싫어하는 MZ세대 분위기와 코로나 비대면 시대로 전환되며 회식과 복지도 변화하고 있다. 회식은 배달앱 쿠폰이나 현금지급, 복지는 복지 포인트 지급 등으로.

회식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12월 요기요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 가운데 25%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 나왔다. 쿠팡이츠 또한 이 같은 시장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B2B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회식문화 변화에 대한 세대 간 만족도는 차이를 보였다.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1460명을 대상으로 ‘업무 외 대면 소통 필요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대 직장인 65.7%와 30대 직장인 60%는 ‘필요 없다’고 응답하며 회식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상대적으로 40·50대 이상 기성세대는 ‘배달앱 쿠폰 회식’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막상 회식 대신 배달앱 쿠폰을 받아도 평소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달 맛집’을 찾아 나서기 어려운데다 자녀에게 배달앱 쿠폰을 선물하려고 해도 온라인 소비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마저도 유효기간을 넘기기 일쑤라는 것이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전통적 의미의 사회적 관계를 흩뜨려 놨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공존하면서 사회문화가 천천히 변화했겠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으로 기성세대의 저항이 무력화됐다”고 분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 비 대면시대, 재택근무의 명과 암

비대면과 재택근무 시대로 전환하며 생산성은 향상되고 재택근무를 누리는 직원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발행한 ‘재택근무의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고학력 일부 계층과 산업, 국가에서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선진국의 경우 재택근무자 비율이 일반적으로 5~7% 수준이었다. 하지만 재택근무자 비율이 15~20%로 높아지면 도심 경제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심 출퇴근 인구가 줄어들면 직장인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식당과 술집, 상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늘면 값비싼 도심에 위치한 본사 건물은 줄이고 대신 외곽에 스마트 사무실을 만들어 비용 절감과 동시에 효용성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되면 도심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료가 떨어질 수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또 미국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이 새로운 형태의 계층화를 심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계층은 4가지로 △원격층(The Remote) △필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The Essentials) △실직자(The Unpaid) △잊혀진 층(The Forgotten) 등이다.

여기서 원격층이란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전문적 기술이 있는 이들이다. 필요한 자원이 모두 디지털에 있어서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이들을 말한다. 투자자, 개발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필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공공서비스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 걱정은 없지만, 위험한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기에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의료서비스 종사자가 단적인 예다. 실직자는 말 그대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말한다. 외식업이나 여행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대표적인 예다. 잊혀진 층은 수감자, 홈리스, 무국적 노동자 등이다. 이들은 의료공백으로 생계 수준이 아니라 생존까지 위협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을 선택했다. 명품시장에서도 비대면 수요가 증대하며 회사의 이익은 늘었지만,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택근무 확대와 생산성 증대는 단순히 근무 형태의 변화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경제와 사회의 패러다임이 전반적인 변화를 맞는 대격변의 국면에 이른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2021년 고용영향평가 결과 발표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한 사업체 6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 종식 이후 계획을 물은 결과, 48.4%는 ‘축소해서 계속 시행’, 26.8%는 ‘현재 수준으로 계속 시행’, 11.3%는 ‘코로나19 종식 후 중단’이라고 답했다. 재택근무 수준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조사 대상의 75.2%가 어떤 형태로든 재택근무를 계속 시행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근로자들도 조사 대상의 3분의 2 이상이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근무가 더 대중화 보편화 되면 직장인의 일상과 삶,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 글쓴이는? – 30대 초반 직장인이다.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해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웠다. 시대의 변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또래들조차 생각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과연 세대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중에 직급이 올라가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 취재후기 – 취재를 하다 보니 당연히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재택근무를 싫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연령이나 세대보다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차이가 그들이 선호하는 근무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자 다르게 느끼는 점과 공통점을 알아내 사회가 조금 더 합리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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