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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푸틴의 '침공' 강수와 평행이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2.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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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푸틴의 강수로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독립을 승인한 직후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의 파병을 명령하면서 전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길을 연 파병 지시에 서방 세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극한 대치를 이어오던 유럽과 미국이 우려했던 전쟁의 서막이 될지는 마지막 외교전의 손익에 따른 푸틴의 추가 결심에 달려있다.

모스크바발 연합뉴스와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어 두 공화국 지도자들과도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에 서명한 뒤 국방장관에게 두 공화국에 러시아 평화유지군 진입을 전격 명령했다.

돈바스 친러시아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 21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돈바스 친러시아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 21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러시아가 2014년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자신들도 독립을 선포하면서 각각 DPR, LPR을 수립했다. 이후 두 공화국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이어왔다.

푸틴의 독립승인과 파병지시는 전운이 고조된 우크라이나에 전면적 무력충돌 위험을 높이는 조치이기에 서방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은 DPR과 LPR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신속한 첫 제재로 대응했다. 유럽연합(EU)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푸틴의 강수는 러시아 남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옛 소련연방 지역에 대한 일련의 도발과 평행이론이다. 특히 지구촌 스포츠축제 올림픽 시기와 맞물려 세 번째 ‘데자뷔’ 침공 사태가 임박했기에 더욱 주목을 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날 러시아는 남부에 국경을 접한 조지아를 침공했다. 당시 개회식에 참석한 당시 ‘실세’ 푸틴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를 통보했고, 유럽 내 21세기 첫 전쟁에서 조지아는 5일 만에 항복했다. 서방 세계는 올림픽이 팡파르를 울린 날 허를 찔렸지만 조지아 북부 분쟁지역 남오세티야를 조지아군이 선제 공격해 러시아 군인이 희생됐다는 침공 명분을 받아들여야 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합병한 침공 사태는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직후였다. 대통령으로 복귀한 푸틴은 러시아가 안방에서 치른 올림피아드 축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민스크협정’으로 휴전이 유지돼 왔지만 푸틴이 그 불씨를 DPR과 LPR의 독립인정으로 살려냈다.

이번에도 대미 공조의 파트너인 중국을 의식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길 기다렸고, 공휴일인 미국의 ‘대통령의 날’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백악관 긴급대책회의 테이블에 불러내는 파병 명령까지 내림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 사태처럼 돈바스 지역에 군사적인 개입의 명분으로 교전에 따른 불안한 상황이 갖춰졌다고 판단해 침공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푸팀의 침공 명령 관련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침공 명령 관련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이처럼 푸틴이 전쟁을 불사하는 강수로 옛 소련 영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어떤 의도가 깔려있을까.

무엇보다 ‘스트롱맨’의 야심이 크다. 금세기를 시작하면서 집권한 푸틴으로서는 1991년 소련연방 해체로 스러진 옛 영화를 살려내는 강한 지도자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헌법 개정에 이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도 집권이 가능한 선거법 개정까지 마무리하면서 ‘종신집권’의 발판까지 마련한 그다.

스탈린의 최장기 31년 집권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연장이 36년까지 가능하지만 러시아 주변국들에 불어닥쳤던 ‘색깔혁명’의 유입 가능성이 상존하고 푸틴 독재 반대시위가 여전히 눈엣가시로 남아 있다. 권력자는 불안의 씨앗부터 잘라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갈등 사태를 종신집권의 방편으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한 이유다.

푸틴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지지율은 90%에 육박하기까지 했다. 

코로나19의 파고와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 형편 등을 의식해 다시 한 번 ‘스트롱 러시아’의 기치를 내걸고 서방에 맞서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정치적인 의도를 키워왔던 그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유럽의 군사동맹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에 군사력을 배치해 거세게 압박하고 각종 군사훈련으로 서방에도 경고음을 발신했다.

바이든 행정부조차 중국과의 ‘G2’ 대결체제만을 의식한 채 러시아는 대놓고 무시하는 '21세기 신냉전' 대치 구도에서 푸틴이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큰 소득이 없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구의 경제제재가 뒤따르겠지만 이미 중국 위안화 확대 등으로 결제통화의 미국달러 의존도를 한껏 낮춰놓은 만큼 경제적 충격을 정치적 승리와 맞바꿀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서 훈련하는 러시아군 [사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서 훈련하는 러시아군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는 독일, 프랑스, 미국 등과 외교채널을 통해 유럽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나토의 동진(東進)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회원국 가입 금지, 동유럽 주둔 서방 군사력 감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과 EU에서는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도 푸틴의 강경 대응을 불렀다고 볼 수 있다.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훈련 병력 일부 복귀라는 완화 제스처와 벨라루스와 합동 훈련 무기한 연장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번갈아 보낸 끝에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설 수 없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보였다. 서구와의 핑퐁 외교전에 대한 피로감이 깊어지는 만큼 푸틴은 전쟁 실행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릴 수만은 없기에 최후의 압박 수단으로 침공을 예고한 것이다.

오는 24일 미국과 러시아 간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프랑스에서 주선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러 정상 담판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 효과를 노린 푸틴의 침공 강수가 얼마나 통할지, 깊어지는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얼마나 해소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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