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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내 주변의 에너지 뱀파이어를 멀리하는 비결(하)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3.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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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다온 객원기자] 올로프 교수는 이렇게 서로에게 해를 입히는 관계를 ‘상처메이트 관계’라고 일컬었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끌리고,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자신이 업신여길 수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식이다.

그럼 이런 잘못된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에너지 뱀파이어로부터 벗어나는 꿀 조언

올로프 교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로부터 에너지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그들의 정서 능력에 대한 기대치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당신을 조종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만약 나르시시스트인 상사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자존감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멘탈 관리가 필수다. 그리고 무언가를 요청할 때는 그들에게 돌아갈 이익에 초점을 맞춰 말해야 한다.

피해자형 앞에서는 동정심을 표현하되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용건을 짧게 들어본 후 단호하게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난 네 편이지만 똑같은 얘기를 자꾸 하면 들어줄 수 없다”라거나 “좋은 결과를 내야 해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이다.

수다쟁이들 앞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야 한다. “나도 말해도 될까?”라며 부드럽게 뜻을 전달하면 상대도 잘 들어줄 수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친한 사이에서는 “제한시간을 초과했다”는 등 농담을 활용할 수도 있다.

■ 쉽게 넘어가면 안 되는 유형, 가스라이팅

하지만 이런 방식들이 잘 통하지 않는 유형도 있다. 바로 가스라이팅을 써서 에너지를 빼앗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주로 나르시시스트 유형이 사람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수가 가장 많았던 단어가 바로 가스라이팅이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 ‘가스등’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다.

심리학에서는 ‘그루밍’이라는 단어로 더 많이 쓰인다. 올해 초 한 배우가 연인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단어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무기력한 기분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유튜브 영상 ‘타인의 자아를 조종하는 비겁한 악인,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의 눈에 띄는 특징’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EP.9]에서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는 “가스라이팅의 기본은 자꾸 ‘너는 그런 사람이다’란 암시를 준다는 것”이라며 “무기력하게 만드는 말과 행동을 반복해 주저앉히려는 목적으로 암시하는 걸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남녀 사이에서 나타나는 가스라이팅은 데이트 폭력과 같은 범죄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일상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도처에 있다. 김경일 교수는 한국 사회를 ‘가스라이팅이 만연할 수 있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때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쉬운데 우리 사회가 피로사회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가 서열화를 중요시 생각한다는 점도 가스라이팅이 흔한 이유가 된다. 통상 가스라이팅은 힘이나 권위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하기 쉽다.

조직 내에서도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본질적 불안이 외부적 불안과 만나 강하게 점화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자신의 하락세를 세상이나 조직의 하락세로 연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후배들을 만나 “해봐야 안 돼”,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등의 포장한 말들로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해를 입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스라이팅 자체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가스라이터들은 권위자, 보호자, 협력자 셋 중 하나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가스라이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얼굴은 보호자 역할”이라며 “보호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나쁜 의도로 나를 대할 거라는 상상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부부 사이에서 가스라이팅이 일어날 경우 한 쪽이 보호자라는 가면을 쓰는 경우가 많다.

또 두 사람 사이의 ‘좋은 추억’도 가스라이터들에게는 좋은 무기가 된다. 김경일 교수는 영상을 통해 “인간의 기억은 무엇이 일어났다는 기억은 잘하지만, 시간순서는 쉽게 헷갈리게 된다”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들은 기억의 편집에 굉장히 능숙하다. 기억의 소스를 자기 마음대로 편집해 누군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라이터들의 이런 작업은 두 사람 사이의 좋았던 기억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붙여서 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네가 내 말을 잘 들었을 때 우리 좋았잖아”와 같은 식이다. 간혹 상대방이 이상한 점들을 의심하면 그들은 “네가 잘못 기억하는 거야”,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와 같은 말로 의심을 저지한다. 그러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모든 사람이 가스라이터는 아니다.

가스라이터를 확실하게 구분할 방법은 대안이 생기는 지의 여부를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뭘 해야겠다는 대안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하지 말아야겠다는 대안 없는 결론에 도달하면 가스라이팅일 확률이 높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관계는 마약과 같다. 작은 효과지만 누적되기 때문에 생각 구조를 바꾼다. 무기력이라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크기보다 빈도에 더 강한 영향과 지배를 받기 때문에 가스라이팅이 폭력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 가스라이팅 대처법

여러 전문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가스라이팅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처음에는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시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의심이 들면 상대방과 거리를 두고 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주위에 장점을 자주 말해주는 사람들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들을 만날 때와 가스라이터라고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비교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에 대한 확신이 들면 상대방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넌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누구라도 이렇게 반응한다”고 말해 상대방 조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뒤에도 관계 개선이 안 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단절이다. 해를 끼치는 사람을 옆에 두는 건 본인에게 못할 짓이다.

이 외 다른 에너지 뱀파이어 유형들을 대할 때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자신’이다. 어렵더라도 친절하지만 확고한 경계선을 갖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만약 이런 노력 끝에도 관계가 여전히 힘들다면 그땐 관계를 단호하게 끊어버려도 된다. 에너지를 갉아먹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일일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에너지 뱀파이어가 아니었을까?’

■ 누구나 에너지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

- 이걸 보니 내 주위에 에너지 뱀파이어가 있는가?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상대방에게 에너지 뱀파이어가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네요...근데 다른 사람과 대화한 것을 보면 저도 에너지 뱀파이어에 해당되는 영역이 있는 것 같아 반성이 되네요.(허*)

- 중요한 건 나 자신도 끊어야 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반성한다.(차***)

- 문득 관계에 있어서 지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땐 그냥 눈 감아 버리려고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더 아끼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배려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리***)

에너지 뱀파이어 관련 영상에는 자신의 지인을 뱀파이어로 지적하는 사람들 외에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30대 박사철(가명)씨는 “생각해보면 나도 과거에 에너지 뱀파이어였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내가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을 많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느 순간 경청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성향을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에게는 단편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관계가 일관적이지도 않다. 어떤 그룹 내에서는 에너지를 빼앗기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을 만날 때는 에너지를 빼앗는 뱀파이어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지인과의 만남에서 자기중심적으로 군다거나, 화를 자주 낸다거나, 말이 너무 많거나, 불만을 주로 토로하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에너지 뱀파이어일 수 있다.

그렇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럴 땐 자신이 정서적 교감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말이 너무 많다거나, 불평만을 늘어놓을 때 상대방이 저지할 수 있도록 미리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명상이나 상담 등을 통해 내면을 다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먹이를 주지 마시오.”

보통 동물원 맹수 앞에 붙어 있는 이 문구는 에너지 뱀파이어에게도 해당된다.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뱀파이어들에게 동조하지 않고, 적당히 선을 그어 에너지를 보호해야 한다.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먹잇감이 아니다.

물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면, 에너지를 빼앗기는 게 아니라 준다고 생각하면서 관계를 서서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관계로 인해 본인이 너무 지친다면 참지 말고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아파서다. 피로사회에서 내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 에너지 키퍼가 되는 그 날까지!

 

■ 글쓴이는? - 민감한 성향의 30대 여성. 올로프 교수에 따르면 민감한 사람은 에너지를 쉽게 흘리고 다녀 에너지 뱀파이어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한다. 어쩐지 유독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 때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선을 그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목표는 에너지를 빼앗기는 게 아니라 기쁘게 주고받는 사람이 되는 것.

■ 취재 후기 -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맺을 땐 오히려 가해자가 돼 있었다. 누군가를 과하게 지적하거나 불평불만을 털어놓았던 지난날이 스쳐갔다. 과거의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구 하나 부족함 없도록 에너지가 넘치는 세상이면 좋을 텐데. 이럴 때 보면 신은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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