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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물가 또 '40년 기록', 복잡해지는 파월의 금리방정식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3.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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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40년 만의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째 7%대의 고물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하면서 4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으로 두 번째 단계의 긴축 드라이브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대목이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2월보다 7.9% 올랐다고 발표했다. 1982년 1월(8.3%) 이후 4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다우존스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7.8%)까지 웃돌았다.

지난해 12월(7.0%), 지난 1월(7.5%)에 이어 3개월째 7%를 넘는 고공행진이다. 특히 지난 1월 세운 40년 만의 최대 상승폭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것이어서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2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1.4%), 2월(1.7%)까지만 해도 미 중앙은행 연준의 목표치(2.0%)에 못 미쳤지만 3월(2.6%)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 4~5월(4%대), 6~9월(5%대), 10~11월(6%대) 계단 오르듯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12월부터는 7%대에서 석 달째 오름폭을 키웠다. 지난달까지 1년 동안 무려 6.2%포인트가 ‘로킷’ 상승한 것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8%였는데, 이 역시 시장 예상치(0.7%)를 웃돌았다. 물가가 이미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가격, 식품가격, 월세 등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단행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은 극히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물가 급등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CPI 관련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의 큰 원인은 시장이 푸틴의 공격적 행동에 반응하면서 가스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이미 지난해 경기회복과 함께 가팔라져왔고,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 따라 치솟은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2월 CPI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입장 표명은 섣부르고 책임전가의 소지도 짙다.

러시아의 침공 사태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제재수단을 끌어다 대응하면서 지지부진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지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칫 아킬레스건인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망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묻어난 것으로 읽힌다.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3월에는 CPI가 8%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여전히 숨통이 트이지 않는 공급망 병목현상 등 대내외적 물가 불안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1981년 10월(10.3%)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가 잡기에 대한 조급증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파월 연준 의장에게도 강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오류와 대응미숙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론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연임 인준을 통과한 만큼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 잡기 효과를 가시화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파월 의장은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다. 물가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됐던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은 러시아 침공 사태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거둬들였다. 대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2일 의회 청문회에서 “0.25%포인트(인상)를 지지하려 한다”고 콕 집어 말했던 그의 말처럼 일단 통상적인 인상폭을 따라 올해 6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가 실기했다고 십자포화를 맞은 만큼 빅스텝 카드는 언제든지 전격적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유류 자급이 가능한 미국으로선 세계 2위 석유 수출국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까지 막는 독자적 제재조치까지 단행한 터라 그 영향이 돌고 돌아 미국 내 휘발유가와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이돼 ‘유탄’을 맞는 사태를 최소한 몇 달은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이 빅스텝을 밟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석유 제품 중 8%가량이 러시아산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역설한 “자유를 지키는” 비용과 맞바꿔야 할 인플레이션 고통은 실로 클 것으로 보인다.

3월 금리인상 개시로 고물가 대응 기조를 본격화하겠다는 연준의 희망과는 달리 동유럽 전쟁 사태가 원자재 가격 앙등을 불러오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장의 관측까지 더해지고 있어 뒤늦게나마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한 파월의 금리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긴축 기조가 흔들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게 되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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