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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긴축의 시대, 한·미 금리인상 스텝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3.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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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3년 3개월 만에 금리인상 사이클로 접어들었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제로(0) 수준까지 낮춰 성장의 안전판으로 작용했던 기준금리가 이제는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은 고물가를 잡기 위한 ‘인플레 파이팅’의 수단으로 본격 전환됐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 기조에 긴축발작을 낳기도 했지만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베이비스텝(0.25% 인상)으로 올리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올해 금리를 꾸준하게 올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해 미국을 위시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도랠리’를 불러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불안요소가 상존하는 만큼 금리인상의 긴축 행보는 동유럽 전쟁사태, 공급망 이슈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신축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2018년 12월 이후 39개월 만의 인상이다.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화면에 비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화면에 비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은 오는 5,6,7,9,11,12월 예정된 FOMC 회의를 통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연말까지 1.9%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긴축의 마지막 단계인 양적완화(대차대조표 축소)가 이르면 5월 개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이번 인상을 포함해 올해 모두 7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위원 중 다수가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를 1.75∼2.00%로 제시했는데, 이는 남은 6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끌어올려야 도달하게 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는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을까.

일단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가계와 기업의 재정 상태가 양호하며 금리 인상을 흡수할 수 있다”며 “경제가 매우 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기 침체를 동반한 지속적 물가상승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낮다는 확고한 시각에서 뚜벅뚜벅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시사한 올해 총 7차례의 인상 프로세스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선을 끈다.

메리츠증권은 “연준은 3월을 포함 올해 총 6번의 기준금리를 인상해 2023년 2.25%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이같이 전망하는 이유로 우선 오는 5월부터 개시되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거의 한차례 인상에 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그는 “5월보다는 물가압력이 누그러진 하반기 중 한차례 휴지기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연준이 상황에 따른 신축적인 대응을 밝히면서 통화정책이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반복됐고, 점도표의 분포가 크게 확대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올해 모두 5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오는 9월까지 총 5차례로 예상하면서 4분기에는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월 연속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인 7%대 후반을 유지할 만큼 불안해진 인플레이션 대응에 초점을 맞춘 금리인상의 재개이지만 연준이 경기 침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미국 경제성장률, 물가 전망과 기준금리 전망 변화. [자료=NH투자증권 제공]
미국 경제성장률, 물가 전망과 기준금리 전망 변화. [자료=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 강승원 책임연구원은 “3월 FOMC 통화정책 결정은 일단 인플레이션에 집중, 시차를 두고 다시 경기로 핵심 기준이 이동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3월을 포함해 올해 7회, 내년 3.5회가량의 가파른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도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 종료 지점을 낮춘 것은 늦은 만큼 가파른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경기의 체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연준은 이날 201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중립금리(Longer run)를 종전 2.50%에서 2.375%로 하향 조정했다. 중립금리는 경제성장을 촉진하지도 저해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하는데, 보통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 지점을 뜻한다. 기저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연 2%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의 중립금리는 연 2∼3%로 추정된다.

강 연구원은 “결국 현재 상황은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 사이의 저울질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준은 ‘일단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안정화될 때까지 금리인상에 나서고 안정화 신호가 나타나면 바로 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올 4분기 물가 상승률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고, 4분기 중 주요국 중앙은행 자산 증가율이 하락 반전함에 따라 마지막 분기의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개시에 따라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세 차례 단행한 우리나라도 연준과 일정 부분 보폭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소비자물가를 잡아야 하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기조적 달러가치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를 적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회당 0.25%p 인상을 가정하면, 남은 6차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지난달 금통위 회의를 마지막으로 주재하면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0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대해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동결된 만큼 4월 회의가 시기상으로는 적절할 수 있지만 신임 한은 총재가 다음달 취임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16일 오찬 회동이 무산되면서 한은 차기 총재 인선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총재가 취임하더라도 다음달 14일 막바로 인상 의사봉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5월 회의에서는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해야 하는데 과연 이때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경기 상황과 연관지워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수출주도형 경제인만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이른 시일내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하는데 이때 물가잡기 명분만을 내세워 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하반기 회의에서도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인플레 파이팅에 나선 연준의 향후 행보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미국과 한국 등이 감내해야 하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수요 폭증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상황이어서 본격적으로 ‘긴축의 시대’를 맞은 연준이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스텝은 당분간 경기 침체 불안을 담보로 하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앙등과 공급망 병목 현상의 해소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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