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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여가부 존폐논란의 결말은?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3.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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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여가부)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뀐 뒤에도 여가부 폐지 필요성을 강조해 공약 이행 의지가 굳건함을 시사했다. 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공약 전반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이 공약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13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야당 반발이 거셀 것 같다. 여당(국민의힘)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란 질문이 나오자 윤 당선인은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 불공정 사례라든지 범죄적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며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존폐 논란에 휩싸인 여성가족부. [사진 = 연합뉴스]
존폐 논란에 휩싸인 여성가족부. [사진 = 연합뉴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여성 또는 남성이란 집단을 구분한 뒤 대등한 대우를 위한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집단별로 구분하지 말고 사안별로 확실한 대응을 함으로써 불공정 문제를 해소해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여성·남성 구분 없이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개개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 같다.

윤 당선인은 20여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여가부가 그동안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온 데 대해서는 평가하는 자세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정부 조직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정부 조직을 개편하려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윤 당선인의 그같은 생각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표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아직은 여당으로서 원내 제1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뚜렷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선 패배 뒤 비상체제에 돌입한 민주당은 26세 여성인 박지현 씨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우며 국민의힘과 이 문제를 두고 일전을 벌일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희대의 성 착취 사건이었던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불꽃’ 출신의 젠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선 캠페인 때부터 윤 당선인 측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민주당의 5선 중진이자 합리적 비판론자로 평가받는 이상민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가부 존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여가부의 역사적 소명은 여전히 필요하고 더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은 절대 안 된다”며 “괜한 소모적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친문 강성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MB(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때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었지만 실패했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이 성사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가 쉽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절대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공언한 셈이다.

국민의힘 측이 여가부 폐지를 관철하려면 그런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엔 국회 본회의에 회부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법률로써 효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현실 여건과 분위기로 보아서는 해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부 폐지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치열한 논쟁을 야기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 공약으로 인해 지난 대선에서 젠더 문제에 특히 민감한 20대 청년층의 표가 명확히 갈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대선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이대녀') 58%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는데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이런 현상을 낳은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대녀들의 이 후보 지지 쏠림은 호남과 진보 진영의 막판 결집과 맞물려 양 후보 간 격차를 0.73%포인트로 좁히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와 이준석 대표가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조심스레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인물이 이번 대선과 함께 진행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된 조은희 의원이다.

조 의원은 “여가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윤 후보와 대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대안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가부 폐지 논란이 여가부에 의해 자초된 측면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지금대로라면 폐지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폐지냐 아니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에 기초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양성평등, 저출산, 아동 및 가족문제, 초고령화 등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부총리급이 통할하는 ‘미래가족부’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여가부 폐지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성평등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를 둔 나라가 없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도 공개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국내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94개국에서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가 설립돼 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부나 청 단위였고 그 같은 정부 조직을 갖춘 국가는 160개국에 달했다.

여가부 폐지 또는 대안 조직의 설립 문제는 인수위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후 국민의힘은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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