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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고유가 시대의 고물가 비상, 위기인식으로 출발하는 새 정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4.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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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했다. 전날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4.1%)이 10년 3개월 만에 4%대에 진입한 뒤 예정에 없던 경제 관련 인수위 간사들의 보고를 받고 ‘물가 비상’ 상황이 민생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위기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촉발한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치솟는 물가가 다음달 10일 출범할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전날 한국은행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3.1%)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본 가운데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3.2%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을 보면 고물가 기조가 새 정부 출범 첫해부터 민생과 성장을 위협할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낙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악재가 크기에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에 미치는 부담도 가중시켜 포스트 코로나의 경제 회복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현 정부에 유류세 30% 인하를 요청한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5일 오는 5월부터 석달간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현 정부에 유류세 30% 인하를 요청한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5일 오는 5월부터 석달간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경제 관련 간사들이 소비자물가 상승 원인과 배경을 보고했다고 전하면서 “윤 당선인은 올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각종 경기지표와 물가전망이 어둡다는 보고를 받고 어려운 대내외여건 속에서도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고물가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총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한 변수로도 떠올랐다. 반년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돈줄을 죄야 하는데 추경을 통해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을 더욱 심화시켜 새 정부 출발부터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난이 끌어올린 우리나라의 고물가 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진단도 연간 물가상승률 상향 조정으로 이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2022년 아시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으로 지난해 12월 전망발표 때보다 0.1%포인트(p) 내려잡으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고유가, 식품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을 근거로 3.2%로 1.3%p나 끌어올렸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0.1%p 높은 수준이다.

경제 주체들이 품고 있는 물가에 대한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어 물가 비상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보여주는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한달새 0.2%p 상승, 7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품목(중복 응답)으로 단연 석유류 제품(83.7%)이 농축수산물(32.6%), 공공요금(31.5%) 등을 압도했다. 그만큼 국제 유가 폭등에 따른 국내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치솟는 고유가는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2월 수입물가가 9년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에서 생산자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3월 소비자물가 앙등을 불러온 것이다.

석유류의 경우 지난달 4개월 만에 30%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소비자물가 기여도에서 가장 높은 1.3%p를 점할 만큼 고물가의 ‘주범’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당분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4월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는 한 유가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원유수출이 극히 제한적인 국가에만 일부 공급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오일쇼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담았다.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원유재고가 계속 감소하고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 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 사진기자단/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수출인데, 제조업이 그 중심에 있다. 제조업 생산자물가가 높아지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힌다. 제조업 생산자물가 상승 요인 중에서 국제유가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요인이 국내 제조업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국제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글로벌 유동성 등 4개 요인의 제조업 생산자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추세를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10% 오를 때 제조업 생산자물가는 0.68% 상승했는데, 업종별로는 석탄·석유(4.33%), 화학(0.95%), 전기장비(0.76%) 등 원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산업의 영향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을 적용했을 때 국제유가(2.18%), 국제원자재 가격(0.74%), 글로벌 공급망 교란(0.48%), 글로벌 유동성(0.21%) 순으로 생산자물가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요인이 생산자물가를 3.6% 올려 전체 물가상승률(14.4%)에 대한 기여도가 25%나 된다는 분석인데, 국제유가만으로도 1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 안정에 중요한 열쇠가 되지만 포스트 코로나에 맞춘 글로벌 수요 회복까지 겹치면서 국내에서 대표적인 대외적 리스크를 키우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높아지면서 차기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로 잡히고 경제부총리 인선도 임박한 가운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고유가 시대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인상부터 검토해야 할 통화정책과 물가에 미치는 추경 변수부터 고려해야 할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섞는 고물가 대응 ‘폴리시믹스’도 주목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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