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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수출 신기록에도 무역적자 전환…에너지 악재 이어진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4.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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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3월 우리나라 수출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또 넘어섰지만,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지난달도 꺾이지 않으면서 수입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적자 폭은 지난 1월 적자규모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마진을 붙여 상품을 수출하는 중간재 산업이 근간을 이루는 우리나라 산업구조 상 좀처럼 무역적자가 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올 1분기에만 40억달러를 웃돈 누적 적자는 이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3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통해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3월보다 18.2% 증가한 63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56년 무역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월간 기준으로 66년 만의 사상 최대 규모다.

부산항 감만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감만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13개월째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했다. 지난해 11월(603억달러) 처음 월간 기준 600억달러 고지를 돌파한 뒤 바로 12월에 607억달러로 늘어났다. 조업일수가 적은 1,2월을 지나 3월에 역대 최고기록을 다시 썼다.

수출 신기록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이 이끌었다. 반도체가 단연 1위 품목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확산에 따른 견조한 수요에 맞춰 지난해 동월 대비 38.0% 많은 131억2000만달러어치 수출고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석유화학도 고유가로 인한 단가 상승 등으로 14.8% 늘어난 54억2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역시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3월 수입은 1년 전보다 27.9% 늘어난 636억2000만달러로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해 12월의 611억6000만달러를 경신했다. 지난해 3월(77억2000만달러)과 견줘보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48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8억3000만달러의 2월 흑자는 '반짝 플러스'로 끝났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9월) 이후 14년 만에 지난해 12월(5억9000만달러)과 지난 1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이어가다 2월에 반등했지만 다시 적자로 1분기를 마감한 것이다.

무역수지 악화는 계절적 요인이 끝나가는데도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흑자전환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겨울철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봄으로 접어드는 3월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6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124억8000만달러에 비해서는 29.7% 급증하며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달 원유(72%)·LNG(200%)·석탄(441%) 가격은 1년 전보다 모두 폭등했다.

따뜻해진 날씨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장기화로 인해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단기적으로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우리나라 무역수지 개선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이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무역수지 적자의 상당 부분이 이같은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재료 수입물가의 고공행진 때문이라고 짚었다. 2002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원화 기준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률이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재료 수입물가가 1%포인트(p) 오르면 무역수지는 분기 기준 7200만달러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글로벌 경제 활동 재개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비해 공급 회복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난해부터 상승 흐름을 보인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경상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상수지가 8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올해 들어 두 달이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을 볼 때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당시 정부의 전망은 국제유가가 지난해 4분기 정점을 찍고 완만히 하락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연평균 73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지난해 3월 배럴당 64.44달러에서 1년 새 110.93달러로 72% 뛰었다.

지난해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823억달러로 추산한 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무역수지는 연간 9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759억달러에서 지난해 883억달러로 늘어났는데, 이 추산을 적용할 경우 2년 만에 700억달러대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원유 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 유가 상승 부담이 다른 국가들보다 큰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가파른 에너지 수입물가 상승세 '악재'가 이어질 경우 코로나19 격랑 속에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무역의 질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는 만큼 "주요 수입원재료에 대한 관세율 인하“(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 등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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