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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➃ : 패션의 무대, 이젠 디지털 세계로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5.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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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최신 유행하는 옷을 걸치고, 얼굴에 분칠 좀 하고, 멋진 구두와 장갑을 끼고, 금박 무늬가 수 놓인 백 하나 들어주고, 챙 넓은 모자 하나 얹어 주면 개성 있는 패션의 완성…?!

소위 ‘패션’이라고 할 때 많은 사람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신체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패션이라는 이런 전통적인 패션의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패션업체 그 자신들이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2019년 라이엇게임즈가 운영하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롤)’와 협업을 시작했다. 협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첫 번째는 롤의 게임 캐릭터가 입는 옷 등에 루이비통 문양을 넣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는 롤에서 사용하는 로고나 등장 캐릭터 등이 들어간 루이비통 제품을 LVxLOL라는 컬렉션으로 오프라인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이었다. 루이비통은 그보다 앞선 2016년에도 일본의 게임업체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한 게임 ‘파이널판타지13’의 주요 캐릭터를 브랜드 모델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영국의 명품 패션기업 버버리는 2020년 6월 ‘비 서프(B Surf)’라는 이름의 게임을 직접 출시했다. 패션업체가 게임을 출시한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우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 서프는 서핑 게임이다. 전 세계 이용자들은 버버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다른 이용자들과 서핑 경주를 할 수 있는데, 경주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핑 의상과 보드를 선택해야만 했다.

이때 제공되는 의상과 보드가 바로 버버리의 컬렉션 제품으로, 버버리는 이것들을 비 서프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게임을 즐기면서 버버리 제품에 친숙해진 이용자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버버리 제품을 애용하기를 기대하는 목적에서였다.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춰 패션도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춰 패션도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국내에서 메타버스 권위자로 알려진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흔히 게임 등 가상세계와 동의어처럼 쓰이는 메타버스는 사실 그보다 훨씬 폭넓은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뿐 아니라 현실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워 보여주는 △증강현실,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유사하게 복제해 놓은 △거울 세계, 현실에서의 내 모습과 일상의 경험을 활자나 영상 형태로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라이프로깅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앞서 소개한 두 기업의 예도 김 교수의 저서 ‘메타버스’에서 발췌한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메타버스의 큰 축 중 하나가 게임 세계인 것은 분명하다. 그 게임 세계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이들이 바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며, 앞서 루이비통과 버버리가 자사 홍보 활동에 게임을 접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패션기업들이 Z세대에게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해 Z세대가 많이 머무는 게임 세계에 직접 들어가 홍보 활동을 펼치고, 친숙한 게임 로고 또는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며, 심지어 게임 내에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기까지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게임을 명품과는 동떨어진 가벼운 것으로만 여겨온 전통 세대에게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비단 게임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영역을 자사 홍보 및 판매 활동과 접목하는 움직임은 국내 화장품 업계서도 이미 시도되고 있다. ‘아름다움을 담다’는 의미의 회사명으로 2006년 설립된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전문기업 토니모리의 예를 들어보자.

토니모리는 현재 디지털 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토마스(TOMAS)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사 온라인몰인 ‘토니스트리트’에도 빅데이터 솔루션을 추가함으로써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추천 기능을 비롯해 최적화된 고객 맞춤형 쇼핑 상품과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쇼핑 채널 CJ온스타일도 최근 개인화 트렌드에 맞춘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웨이크미’를 론칭해 화제를 모았다. 웨이크미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깨운다’는 의미 그대로 개인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실현하도록 돕겠다는 모토를 기치로 내걸었다.

CJ온스타일은 고객과의 온라인 1:1 문진, 화장품 레시피 도출, 즉시 조제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고객 개인의 피부와 헤어 특성, 취향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며, 지난달 4일 출시한 ‘마이샴푸’ 제품을 시작으로 향후 스킨케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갈 방침이다.

마이샴푸는 정해진 재료와 조합으로 제작된 기성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갖는다. 마이샴푸는 고객이 온라인을 통한 셀프 문진으로 자신의 두피와 모발 상태를 진단하고, 원하는 기능과 향, 효과 등을 선택해 만든 맞춤형 제품이다. 문진이 끝나면 고객은 7자리 숫자로 구성된 ‘레시피 넘버’를 받게 되는데, 상품과 함께 동봉된 레시피 넘버 설명서를 통해 원료 정보 등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해당 넘버를 이용해 향후 동일한 제품을 간편히 재주문할 수도 있다.

전 세계 맞춤형화장품 시장 규모 추이 [사진=식품의약안전처 자료집 캡처]
전 세계 맞춤형화장품 시장 규모 추이 [사진=식품의약안전처 자료집 캡처]

지난 2월 식품의약안전처가 발간한 ‘맞춤형 화장품 세계 시장 동향 조사·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전 세계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0년 7억5300만달러(9500억원)에서 2025년 40억500만달러(5조6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이러한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기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통한 피부 진단과 제품 조제 방식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토니모리나 CJ온스타일의 경우처럼 온라인 기반의 고객 설문조사와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맞춤 제품 추천 방식으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 홍보나 설문조사, 맞춤형 제품 추천 외에도 패션의 활동 무대가 디지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방식은 또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네덜란드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은 2009년부터 디지털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헤르펜은 자신의 작품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3D 프린팅, 레이저 절단, 애니메이션 등을 적용했으며, 그 결과물의 하나로 2019년에는 깃털로 덮인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이 모델 주위를 맴도는 전동 인피니티 드레스도 선보였다. 그는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융합에 주목하며, 건축과 패션, 과학이 기존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엮일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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