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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➁ : 재택근무 꼭 해야할까?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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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회의실에서 옹기종기 모인 멤버? 모두가 환기도 잘 안 되는 공간에 비집고 들어가 대화를 나누고, 세균을 교환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우스꽝스럽다….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문화부터 외교, 경제, 정치, 국제관계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미국의 종합잡지 '디 애틀랜틱'의 지난해 10월 13일자 글 서두를 장식한 내용이다.

글을 좀 더 읽어 내려가 보자.

“많은 직장인이 완전히 또는 일부만이라도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면서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은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회의는 여전히 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경우 직장인들은 집을 떠나 사무실에 있는 그들의 책상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줌(화상회의 플랫폼)에 접속해 얼마쯤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직장인들이 느끼는 인지 부조화는 상황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그들의 모습이 집에 있었을 때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협력과 멘토 역할을 할 기회를 잃게 될 거라는 상사의 불평과 달리, 아래 직원들은 왜 그들이 집을 떠나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요지는 사무실에 와서까지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회의를 하려면 굳이 뭐하러 재택근무를 종료했느냐는 것이다. 화자의 논지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됐다. [사진=언스플래시]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됐다. [사진=언스플래시]

“줌과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대면 회의보다 반드시 더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 나쁜 것도 아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굳이 한 방에 모일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됐다.

팬데믹 이전과 같은 대면 회의의 상실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오직 다른 이들의 주의를 끎으로써 자기 존재 가치의 증명 기회를 누려온 임원이나 관리자들뿐 아닐까. 대면 회의 중에 '방을 지휘'하기는 쉽지만,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그렇게 연출하는 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많은 대면 회의가 그저 서로의 시간을 소비하는 일상적 방식이었음에도, 모두의 합의 아래 '업무'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화상회의가 활성화되고, 이메일 등 소통을 위한 여러 수단이 동원되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업무인 척'하는 대면 회의의 허구성을 깨닫고, 팬데믹 이전에 회의가 지나치게 많았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됐다.

물론 팬데믹 기간 동안 화상회의를 통해 회의의 양이 배로 늘어 피로감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화상회의는 대면 회의보다 '더 낫기' 때문이 아니라,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앞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불필요한 회의는 앞으로 줄어들 것이며, 미팅 문화는 좀 더 실용적으로 바뀔 것이다. 원격 업무는 일을 완수하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무엇보다도 물리적인 회의실에 모이는 것보다 훨씬 쉽게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그중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재택근무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활성화했고, 2년 남짓이 지난 지금, 순차적으로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변화를 반길 것이며,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재택근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거란 예측은 많았지만, 이미 상당수 기업이 재택근무를 종료했으며, 또 속속 종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이쯤에서 한 번 짚어보자. 팬데믹 전후 재택근무는 얼마나 변화해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0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됨에 따라 재택근무 이용자는 2019년 9만5000명에서 2021년 114만명으로 무려 12배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0.3%에서 4.2%로 아직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수가 이전보다 대폭 증가한 것은 분명하다.

국내 재택근무 추이 [사진=한국은행 보고서에서 캡처]
국내 재택근무 추이 [사진=한국은행 보고서에서 캡처]

재택근무 이용 현황은 △개인 특성 △일자리 특성 △산업에 따라 크게 차별화됐으며, 재택근무 이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학력 △종사상 지위 △기업 규모 등이었다.

우선 개인 특성별 측면에서,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반면 연령별, 학력별로는 차이가 두드러졌다. 15~54세의 저연령층에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비중이 대폭 증가했지만, 55세 이상에서는 그 증가율이 높지 않았다. 또 대학원 졸업자의 경우 대학교 졸업자나 고졸 이하 학력자보다 재택근무 비중이 각각 2배, 14배가량 높았다.

일자리 특성별로는 상용직, 300명 이상 대기업, 고숙련 직업일수록 재택근무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 편차가 컸는데, 이는 재택근무 관련 업무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대기업과 달리, 1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은 여건상 그런 환경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 전기 가스업, 금융·보험업, 전문과학기술업종에서 재택근무 비중이 높았다. 반면 숙박·음식업, 보건복지업종에서는 그 이용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건설업, 개인 서비스업, 예술·스포츠·여가업, 제조업에서도 재택근무 비중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무형자산 투자가 많은 산업일수록 디지털 업무환경이 우수해 재택근무 전환이 쉽고, 그에 따른 조정 비용이 적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산업별 재택근무 비중 [사진=동 보고서에서 캡처]
산업별 재택근무 비중 [사진=동 보고서에서 캡처]

재택근무 이용 여부에 따라 노동시장 성과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1.8%, 8.2%였던 반면, 비 재택근무자의 임금 상승률은 같은 기간 4.0%, 2.7%에 불과했다. 다른 변수를 통제한 더 엄밀한 분석에서는 편차가 다소 줄었지만, 재택근무 이용 여부가 임금상승률에 유의미한 영향(+3~5%포인트)을 끼친 것은 분명했다. 이러한 임금 상승률 차이는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에 대해 기업의 노동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취업 유지 측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재택근무자가 1년 후 취업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86%로 비 재택근무자의 74.9%에 비해 높았으며,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될 확률 역시 비 재택근무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재택근무 여부가 임금뿐 아니라 취업 유지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결과를 초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들이 재택근무를 활용함으로써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팬데믹 기간 중 근무지 생산 감소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이 작게 나타났는데, 이는 재택근무가 경기 완충 기능을 일부 수행한 것이란 평가다. 다만 단순히 노동력을 집에 재배치하는 것이 아닌, 근로자가 홈오피스,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때만이 재택근무가 온전한 생산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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