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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물가, 올해 내내 고공행진...큰걸음이든 잰걸음이든 '이창용호' 대응 스탠스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5.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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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생산자물가가 올해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고물가 압력을 키웠다. 전월 대비로 4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개월째 오름세를 보이면서다.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한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선행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1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소비자물가의 5% 돌파도 예상된다.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고물가 기조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는 경제차관회의를 신설해 국민의 체감물가에 대한 밀착 점검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통화당국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올해 4월 생산자물가는 118.02(2015년 100기준)로 전월 대비 1.1%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3월(1.5%)보다 다소 줄어들었는데,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3월 배럴당 110.9달러에서 4월 배럴당 102.9달러로 하락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지난달 21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지난달 21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1년 전과 견줘보면 9.2% 상승, 2020년 11월 0.3% 감소를 기록한 이후 17개월 연속 오름세가 지속됐다. 특히 그 상승폭은 지난해 10월 9.1%로 점프한 뒤 줄곧 8~9%대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물가 앙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8.5%)부터 3월(9.0%), 지난달(9.2%)까지 상승 기조가 세지고 있어 고물가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생산자물가 지수를 구성하는 4개 품목 모두 상승했다.

농림수산품 물가는 축산물(7.4%), 수산물(2.6%)이 올라 2.0% 상승률을 기록,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서비스 물가도 0.4% 오르면서 역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공산품 물가는 석탄·석유제품(2.9%), 제1차금속제품(2.6%) 등이 오르면서 1.2% 상승, 올해 내내 오름세가 지속됐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 물가의 경우 유연탄, LNG 등 주요 연료가격 상승 요인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고 도시가스 가격도 인상된 데 따라 4.5% 뛰었다. 이는 2009년 7월(4.7%) 이후 12년 9개월 만의 최고 상승폭이다.

이들 4개 품목의 하위 14개 품목 중에서는 농산물(-2.3%)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0.8%)만 빼고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은 주요 세부 품목에서 확인된다. 외식수요 급증으로 돼지고기가 28.2% 급등,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16.8%)을 상회했다. 멸치는 금어기 영향으로 22.0% 상승했고, 달걀은 사료가격 인상분이 원가에 반영돼 6.8% 올랐다. 국제곡물 가격 상승으로 식용정제유는 11.8% 뛰었다. 리오프닝에 따른 ‘보복여가’ 수요가 커지면서 국제항공여객(10.3%), 호텔(5.6%), 영화관(3.1%) 등의 오름세도 두드러졌다.

아울러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생산자물가는 3월보다 0.6%, 1년 전보다는 7.4% 올랐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한 4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원재료(10.7%)와 중간재(1.7%), 최종재(0.8%)가 올라 전월 대비 2.3%, 전년 동월 대비 15.3% 상승폭을 보였다. 국내출하 외에 수출까지 아우르는 총산출 기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4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4%, 전년 동월 대비 12.3% 올랐다.

최근 10년간 생산자물가 등락 추이. 파랑 막대는 전월 대비, 빨강 선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 [자료=한국은행 제공] 
최근 10년간 생산자물가 등락 추이. 파랑 막대는 전월 대비, 빨강 선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 [자료=한국은행 제공] 

정부는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근 시장에서 구매제한 사태까지 낳았던 식용유, 잇따른 유류세 인하로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석유류 등 국민 체감 분야의 물가를 밀착 점검하기로 하고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통합·신설된 경제차관회의를 처음 열었다.

방 차관은 물가·부동산 등 주제별로 분산 운영하던 차관급 회의가 통합해 처음 열린 회의에서 "원유를 포함한 석유류가 3월에 이어 4월에도 3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방역 완화에 따른 소비회복이 가세하면서 엄중한 물가 여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민생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경제팀의 최우선 당면과제라는 인식에 따라 물가 상승세 억제를 위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비료의 가격 인상 차액을 지원하고 식품·사료 원료 구매자금을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수급 안정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국민적 관심이 큰 식용유와 계란, 돼지고기, 석유류 등은 가격과 수급 동향을 밀착 점검하고 필요할 때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물가안정 범부처 작업반(태스크포스)도 운영하기로 했는데, 부처별 관련 분야의 물가 안정화를 위한 단기 핵심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이렇듯 치솟는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물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각각 4.0%, 3.2%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 데 이어 국책연구기관이 올해 4%대 ‘고물가 쇼크’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8일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충격,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의 직전 전망치(1.7%)에 비해 무려 2.5%포인트나 오른 수정 전망이다.

KDI 전망대로라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7%) 이후 연간 기준으로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게 된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5%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4.1%), 4월(4.8%) 연속으로 4%대를 기록하면서 이달 들어 연간 수정 예상치도 4%대로 높아지는 흐름이다. 최근 글로벌 IB(투자은행)인 ING은행의 경우 4.6%까지 높였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지난 2월 3.1%로 내놓은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얼마만큼 상향 조정할지 시선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4%선은 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5월 금통위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수단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이 총재가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첫 조찬 간담회 직후 기준금리를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시그널을 발신한 만큼 5월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KDI도 “최근 우리 경제 전반에서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초유의 총재 공백에도 인상한 기준금리를 한 달 만에 다시 0.25% 인상해 연 1.75%까지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만장일치 인상‘을 예상하면서 "지난 (금통위) 회의 당시 성장과 물가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 때 4월에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낮지만, 좀 더 가파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한은의 속도전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4%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3분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며, 높은 물가 수준과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을 감안해 한국은행은 5,7월에 이어 8월까지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해 3분기 중 기준금리 수준이 2.25%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내릴 때는 있어도 올릴 때는 내딛지 못했던 빅스텝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창용호'의 출발 스탠스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큰걸음이든 잰걸음이든 물가잡기에 대한 통화정책 새 수장의 의지가 15년 만의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면 그만큼 시장의 불확실성도 해소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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