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짙게 드리운 흑조의 검은 날개…지구촌 난민 첫 1억 돌파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22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지난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난민의 날은 본래 ‘아프리카 난민의 날’로 기념해오던 날을 유엔이 2000년 총회 특별결의안을 통해 새롭게 계승 및 확대 지정한 날이다. 난민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촉구하고 동참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정치적 이유 등으로 박해를 피해 해외나 다른 지역으로 탈출하는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아직 결정을 받지 못했거나, 망명 신청자로 등록된 사람은 제외된다. 당연히 그 수가 적을수록 좋으나,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2021 글로벌 동향 보고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기차역에 몰린 피난민들의 모습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기차역에 몰린 피난민들의 모습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폭력, 박해, 인권침해, 심각한 공적질서 붕괴 등으로 발생한 전 세계 난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930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2년의 4270만명에서 2배 넘게 불어난 수치인 동시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다.

이 중 60%에 해당하는 5320만명이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피신한 국내 실향민으로 전년 대비 520만명 증가했다. 해외로 피신한 난민도 전체의 30.3%에 해당하는 2710만명에 달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대 규모가 증가했으니 피난민 수가 증가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꼈다면 안일한 생각이다. 2012년에는 세계 인구 167명 중 1명이 피난했다면, 지난해 말 그 수치는 88명 중 1명꼴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8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23개국이 중·고강도 분쟁에 직면해 있었고, 분쟁에 영향을 받은 국가의 수도 지난 10년간 2배로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 특히 여성과 아동이 심각한 차별과 취약성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난민을 배출한 국가는 시리아,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였고, 전 세계 난민의 69%가 이들 다섯 국가로부터 발생했다.

전 세계 난민의 절반가량은 터키, 요르단, 팔레스타인 서안 및 가자 지구, 우간다, 파키스탄, 레바논의 6개 지역에 수용되고 있었다. 난민을 수용한 국가의 83%는 중·저소득 국가였으며, 독일 등 고소득 국가는 일부로만 확인됐다. 이는 가난한 국가가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임으로써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악화돼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의 수치는 올해 2월 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을 포함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난달 20일 기준 피난민은 총 1444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800만명이 국내 실향민, 644만명이 해외로 탈출한 난민으로 추정됐다. 또 우크라이나 피난민의 90% 이상이 여성과 아동으로 파악됐다.

이를 반영한 UNHCR의 최신 보고는 전 세계 피난민이 지난달 기준 1억명을 넘어섰음을 알려준다. 전 세계 난민 수가 1억명을 돌파한 것은 사상 최초로, 다시 말해 세계 인구 80명 중 1명이 난민이란 얘기다. 이것이 불과 지난 5개월 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해외로 도피한 전 세계 피난민 수 추이 [사진=세계은행 제공]
해외로 도피한 전 세계 피난민 수 추이 [사진=세계은행 제공]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것은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만이 아니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까지 겹쳐져 현재 끝없이 고공행진하는 물가는 단순히 서민의 생활고와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소다.

여기에 지난달 국가 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를 비롯해 에콰도르, 튀니지, 파키스탄, 페루 등에서도 나날이 치솟는 연료비와 상품 가격으로 서민들이 생계를 위협받자 시위대와 경찰 간에 격렬한 마찰이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경제활동이 마비된 일부 국가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공방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높은 물가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와 한정된 자원은 국가 내 갈등뿐 아니라 국가 간 분쟁까지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난민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인구 80명 중 1명이 난민이라는 사실을 결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이유다.

제대로 된 거주지와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이들이 겪는 생활고와 이들을 돌보고 관리해야 할 국가들이 치러야 할 경제적·사회적 비용, 각종 위생과 보건문제, 또 현재 부도 위험을 앞둔 국가들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잠재적 난민 위험까지 고려한다면, 지난 2월 얼핏 본 흑조의 검은 날갯짓이 서서히 그 짙은 그림자를 전 세계에 드리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