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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어린 것들과 늙은 것들의 반란은 계속 돼야 한다(下)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6.22 13: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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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 기자] ■ 문제의 본질, ‘연령’이 아닌 ‘차별’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 사회에 연령차별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아이들은 미숙한 게 아니라 예민할 뿐이고, 어른들의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인일 뿐이다.”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에 나온 내용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리다는 것은, ‘교정 되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곤 한다.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은유 작가는 아이들은 그저 '다른 존재'고, 어른들이 그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차별이 그렇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차별은 발아한다. 연령 차별만이 아니다. 성 차별부터 인종 차별, 임금 차별, 종교 차별, 정치 차별 까지. 이 차별들은 모두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차별이 결국 갈등의 씨앗이 됐다. 세대 갈등부터 남녀 사이의 갈등, 좌와 우의 정파 갈등, 상사와 부하직원의 사내 갈등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기존의 차별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아군과 적군을 나눠 또 다른 차별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차별에 감정 섞인 비난의 볼륨은 점차 커져가고, 건설적 비판은 비난으로 묻혀간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향한 차별을 합리화할 뿐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차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긴 그 사람은, 어쩌면 한 존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여러분이 특정한 면만 부각시켜 인격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은 존재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침을 뱉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는 점이다.

[사진 = 연합뉴스]
누군가에게 침을 뱉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사진=연합뉴스]

■ 차별의 해결책은 공감과 소통

“서로 경쟁자가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다가오는 말들, 은유>

차별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발생하고,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이해하거나 이해받지 못해 발생한다. 즉, 차별은 소통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말이다. 잘 소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또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족속’으로 섣불리 단정짓지 않는다면 차별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핑커는 “공감은 이타성을 촉진할 수 있고, 다른 계층에 속하는 사람의 관점을 취하면 그 계층에 공감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통을 포기해 버리는 순간, 상대는 대화도 통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족속으로 전락하고 만다.

안타까운 점은 다를수록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정치 이야기는 밖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성향의 다름은 가치관의 상반됨을 뜻하고, 그렇기에 소통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진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이라 한쪽이 일방만을 고집한다면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소통과 공감의 부재,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위계문화가 양쪽 모두를 힘들게 하는 연령 차별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대목이다.

윤여정 배우 [사잔=연합뉴스]
윤여정 배우 [사잔=연합뉴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60이 돼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거야. 그나마 하는 거는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tvN ‘꽃보다 누나’ 中

배우 윤여정의 말이다. 이 말에 대중은 크게 공감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하고 7년이 지난 2021년, 그는 아시아 국적의 영화인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 또한 그의 계획에는 없었으리라.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지칭한 윤여정은 지금도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또한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 36세 나이로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최연소 제1야당 대표가 됐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최연소 집권여당 대표 기록도 써내려 갔다.

한 30대 시민은 “국민의힘 당대표로 이준석이 된 것이 국민의힘이 과거와는 다를 수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유튜버 박막례 씨 또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로 빼놓을 수 없다. 136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박막례 씨는 꼰대로 일컬어지는 중·노년 세대의 이미지와 정반대로 투덜투덜하면서도 해 볼 것은 다 해보고, “남의 눈치 볼 것 없다. 나한테 맞으면 된다”를 입에 달고 산다. 그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순도 99.9%의 조언과 묵직한 팩트폭력 등은 수십 년이나 어린 젊은 세대를 열광시킨다.

박막례 유튜버 [사진=연합뉴스]
박막례 유튜버 [사진=연합뉴스]

어디 이들뿐인가. 통념상 ‘어린 것’들이 세상을 감동시키며 놀라게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감히 ‘그 나이에’라는 편견에 가둘 수 없는, 시쳇말로 늙은이들이 아름다운 전설을 쓰는 일도 허다하다.

이들 모두 ‘그 나이에’라는 연령차별적 선입견을 통렬하게 파괴하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라는 숫자 때문에 자신이 가진 자질과 능력을 옥죄는 연령차별적 편견을 나름의 역량과 능력으로 몸소 타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열정과 능력만 있다면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야흐로 백세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연령차별주의가 얼마나 비본질적이고 구시대적이며, 또한 부질없는 백해무익한 문화인지는 이미 증명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꽁꽁 옭아매고 있는 연령차별주의를 내 몸 안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하나하나 지워가야 하지 않을까.

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는 소리쳐 불러야 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를 주저 없이 표현하기 딱 좋은 나이인 걸!"

 

■ 글쓴이는? –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주변에서 만난 20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미숙하다’, ‘어리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30대 청년이다. 꼰대가 되지 않을까, 기득권의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경계하려 하지만, 어느새 이것을 당연시하고 누리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 얼마나 모순적이고 편협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취재후기 – “세상은 둘 또는 그 이상으로 갈라져서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데 저널리즘 어쩌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손석희 JTBC 총괄사장이 자신의 저서 ‘장면들’에서 한 말이다. 취재를 하며 이 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연령차별을 주제로 시작한 취재는 ‘차별’이 본질임을 깨닫는 성찰로 이어졌고, 우리 사회가 차별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남자와 여자,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진보와 보수, 대기업 직장인과 중소기업 직장인까지… 만연해 있는 수많은 차별을 접하며, 우리 사회에는 ‘차별’을 통한 ‘우월감’으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문화가 일부나마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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