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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지수 '주의단계' 임계치...이제라도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시작한다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6.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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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압력에 맞선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강화와 우크라이나 전쟁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내 주식·채권·원화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 19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렇듯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주의단계'에 진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가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지난 3월 주의단계 임계치인 8에 진입했다. 금융불안지수는 금융불안 관련 실물·금융 부문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 종합지수(0∼100)다. 이 값이 8을 넘으면 주의단계, 22를 넘으면 위기단계로 분류된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동반 매도 공세에 2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이 64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하락 종목이 속출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12포인트(2.74%) 내린 2342.81로 1년 7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동반 매도 공세에 2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이 64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하락 종목이 속출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12포인트(2.74%) 내린 2342.81로 1년 7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FSI는 지난 3월 8.9, 4월 10.4, 5월 13.0으로 점차 높아지면서 2020년 9월(15.9)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4월(24.5) 위험단계를 넘었다가 지난해 6월 0까지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금융시장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불안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쇼크에 ‘셀 코리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최근 2400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선까지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2분기 59.9를 기록한 뒤, 3분기 58.6, 4분기 54.8에 이어 올해 1분기 52.6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반적인 금융 취약성을 보여주는 FVI는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이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면서 여전히 2007년 이후 장기평균인 37.4를 상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등 신흥시장 불안도 금융시스템의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대외 리스크가 크게 부각돼 금유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양호한 건전성과 복원력을 바탕으로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대내외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각종 금융지원조치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 기조에 따라 신용리스크가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위험평가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등을 재점검하고 미래의 신용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아울러 민간신용 누증에 따라 과도한 레버리지, 자산가격 고평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실물 부문에 비해 부채 규모나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커지는 ’금융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조화롭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채 누증을 억제하는 방안으로는 대출규제 강도와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유동성보다 채무상환 중심의 금융지원정책 운용을 꾀하는 한편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CCyB)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대응완충자본 활용은 실증분석을 통해 과도한 신용 팽창기에 대응하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융불균형 누증 완화 등을 위한 대응책으로 제시돼 시선을 끈다. 금융당국이 2016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해놓고도 적립 수준을 0%로 유지해오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나온 제언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 내 별도 리포트 ’경기대응완충자본 운용 현황 및 영향 점검‘를 통해 국내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증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민간신용 확대로 신용축적 관련 지표가 강한 적립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금융불균형 축적에 대응한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으로 주로 대출규제를 활용해 오고 있지만 올해 1분기 말 현재 대부분의 판단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신용팽창을 억제하고 충격 발생에 대응한 손실 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요국처럼 경기대응완충자본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증분석이 이뤄졌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팽창 시기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억제하고 신용 축소 또는 경색 때 적립된 자본을 해소해 신용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로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의 0~2.5%를 보통주 자본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바젤3 자본규제다. 현행 자기자본비율 외에 별도로 자본을 쌓는 것이다.

이날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신용)가 여전히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산) 비율은 219.4%로 집계됐다. GDP 대비 가계신용의 비율은 104.5%다.

분석 결과 규제자본비율이 1%포인트(p) 상승하면 가계·기업 합산 전체 대출 증가율이 1.8%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기업대출 증가율 축소가 1.3%p로 두드러진 반면 가계대출에 대한 영향은 그렇지 않았다.

자본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함께 이뤄질 경우 추가적인 대출 증가세 둔화 효과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규제 강화가 금리 1.0%p 인상이 동반될 경우 규제자본비율이 1%p 오르면 각각 가계대출 증가율은 1.8%p, 기업대출 증가율은 0.8%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은 2016년을 전후로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GDP 대비 총신용 비율이 높은 나라 중 상당수가 적극 활용하고 있다. GDP 대비 총신용 비율을 기준으로 스웨덴은 274.0%를 나타내자 지난해 9월부터 CCyB를 부과했고, 영국은 161.4%에 달하자 지난해 12월 1%를 적립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도 독일(총신용/GDP 130.7%), 스위스(274.0%)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 등을 우려해 CCyB를 부과했다.

주요국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주요국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이처럼 주요 나라에서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서도 은행의 CCyB 적립 수준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민간신용과 실물경기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은은 “금융지원조치 등으로 부실이 누적·이연되고 있는 점, 위기시 정책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통해 선제적 자본확충을 도모함과 아울러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사례를 활용한 실증분석 결과로 볼 때 은행의 규제자본비율이 높아질 경우 대출증가 억제 효과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계대출이 다시금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는 이유다.

스위스의 경우 2013년부터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SCCyB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부문별 적립을 첫 단추로 끼기 시작한다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도 지난 2월 재정·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이 모인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올 하반기 중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시범 운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당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에 최대 2.5%까지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금융당국이 적정적립 비율 산정을 위한 산출방식, 주요 활용지표 등 제도 세부 방안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데도 의견이 수렴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 이후 처음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CCyB, 특히 SCCyB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경제 위기 태풍'에 맞선 폴리시 믹스 차원에서 공조를 약속한 정책당국의 금융불균형 해소 대응책 실행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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